요약 인간은 자신이 본 것을 조직화하려는 기본 성향을 가지고 있으며, 전체는 부분의 합 이상이라는 점을 강조하는 심리학

1. 개요

게슈탈트 심리학은 전체로서의 형태, 모양이라는 의미를 지닌 독일어 ‘게슈탈트(Gestalt)’를 사용해 전체는 부분의 합 이상이며 인간은 어떤 대상을 개별적 부분의 조합이 아닌 전체로 인식하는 존재라고 주장하는 심리학파이다. 1900년대 초 독일에서 발전한 심리학 사조로서 마음을 구성요소로 분석하려는 구성주의 심리학자들과 인간을 환경적 반응에 대한 수동적인 반응자로 보았던 행동주의 심리학자들을 반박했다. 게슈탈트 심리학은 인간이 어떻게 지각된 내용을 하나의 전체로 통합하고 분리된 자극들을 의미 있는 유형으로 통합하는지 연구하며 학습, 기억, 문제해결 등의 지적 활동에서 지각중심적인 해석을 강조했으며, 인지 심리학 발달에 많은 영향을 주었다.

2. 게슈탈트 심리학의 정의 및 연구 배경

게슈탈트 심리학은 1900년대 초 독일에서 발전한 심리학 사조로서 구성주의 심리학에 반대하여 “전체는 부분의 합과 다르다”고 주장하면서, 지각된 내용을 하나의 전체로 통합하고 분리된 자극들을 의미 있는 유형으로 통합하는 데 초점을 두고 학습, 기억, 문제해결 등의 지적 활동에서 지각 중심적인 해석을 강조한 심리학이다. 독일의 베르트하이머(Max Wertheimer, 1880-1943)와 쾰러(Wolfgang Kohler, 1887-1967), 그리고 코프카(Kurt Koffka, 1886-1941)에 의해 이론화되었다. 게슈탈트(Gestalt)는 독일어로 전체로서의 형태, 모양 등의 의미를 시각적으로 형상화한 개념이다. 당시 심리학의 주류를 이루고 있던 구조주의는 우리의 지각 내용을 단순 요소들인 감각으로 분해해 이해할 수 있다는 이론적 입장을 취했다. 게슈탈트 심리학자들은 이러한 구조주의적 생각에 정면으로 도전하여 여러 가지 지각현상을 보여 주었다.

1911년 심리학자 베르트하이머는 기차를 타고 독일을 여행하고 있었다. 그는 프랑크푸르트 역에 내려 스트로보스코프라는 장난감을 샀는데, 이 장난감은 약간 다른 사진들을 교대로 빨리 제시하여 운동착시를 유발하는 기계장치였다. 베르트하이머는 경험이 감각들로 구성된다는 구조주의자의 입장이 그가 관찰한 운동착시를 어떻게 설명할 수 있는지 궁금했다.

약간 다른 위치에 있는 두 자극이 정확한 시간 간격으로 교대해서 비치면 두 자극 사이에 운동이 지각되는데, 이러한 착시를 가현 운동이라 한다. 베르트하이머는 점멸하는 두 자극 사이에 보이는 운동이 어떻게 해서 감각에 의해 생길 수 있는지 의문을 품었다. 두 자극 사이의 공간은 자극을 받지 않으므로 운동에 관한 설명을 제공할 아무런 감각이 없다. 이 물음을 신통하게 여긴 베르트하이머와 동료 코프카, 쾰러는 프랑크푸르트 대학교에 실험실을 차리고 자신들을 게슈탈트 심리학자라고 부르면서 지각이 감각으로부터 생긴다는 구조주의적 입장에 문제를 제기하는 연구와 논문들을 발표했다.

베르트하이머는 이러한 지각현상을 토대로 ‘전체는 부분의 단순한 합이 아니다’라는 유명한 명제를 내놓았다. 인간의 심적 활동은 부분의 인지의 합으로 이루어질 수 없으며, 항상 전체를 보게 된다고 주장했다. 베르트하이머는 가현 운동이라는 지각현상을 연구하면서 게슈탈트 심리학을 출발시켰으므로 지각 연구는 게슈탈트 연구의 구심점이 되었다. 게슈탈트 심리학자들은 겉으로 드러나 보이는 현상들이 어떻게 유의미한 전체 형태로 체제화되는지 결정짓는 기본 원리들을 기술하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전체’에 관한 이러한 강조는 게슈탈트 심리학자로 하여금 지각적 조직화를 설명하는 결정적인 원리들을 주목하도록 했다.

3. 게슈탈트의 지각체제화 원리: 지각적 조직화

베르트하이머는 주로 지각에서 점이나 선으로 된 간단한 도형을 사용해 형태 지각의 원리를 확정했는데 이후 다른 지각 영역, 나아가 기억, 학습, 사고, 집단형성 등에도 이 원리가 적용되는 것을 밝혔다. 형태 지각의 원리는 우리가 사물이나 현상을 지각할 때 기본적으로 떠오르는 어떤 형태를 보는 원리이다. 게슈탈트 심리학자들은 이를 경험과 무관한, 유전에 의해 결정되는 일종의 내재적인 법칙이라고 생각했다. 지각적 조직화 원리는 사람들이 작은 부분들을 전체로 체제화하는 방식을 명시한다.

먼저 지각적 조직화에는 여섯 가지 원리가 있다. 첫 번째, 유사성의 원리는 비슷한 것들을 함께 집단화하는 것으로 비슷한 색, 모양, 크기, 방향 때문에 집단을 이룬다<그림 1>. 청각 자극에서도 집단화가 발생하는데, 예를 들어 거의 같은 시간에 제시되는 유사한 음높이를 가진 음들은 서로 집단화되어 멜로디를 형성한다. 두 번째, 좋은 연속성의 원리는 연결할 때 직선이나 부드러운 곡선을 이루는 점들은 함께 속하는 것으로 보이며, 그 선들은 가장 부드러운 경로를 따르는 식으로 지각되는 것이다<그림 2>.

세 번째, 좋은 형태의 원리는 단순성의 원리라고도 하는데 모든 자극 패턴은 최종 구조가 가능한 한 단순한 것이 되도록 보이는 것이다<그림 3>. 네 번째, 근접성의 원리는 서로 가까이에 있는 것들이 함께 집단화되는 것이다<그림 4>. 다섯 번째, 공동운명의 원리는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는 것들이 함께 집단화되는 것이다. 여섯 번째, 친숙성 원리는 집단이 친숙하거나 의미 있어 보이면 그것들은 집단화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그림 1. 유사성의 원리

그림 2. 좋은 연속성의 원리

그림 3. 좋은 형태의 원리출처: Goldstein E. B., 2003

그림 4. 근접성의 원리

지금까지의 법칙들은 게슈탈트 심리학자들이 1900년대 초에 제안한 것들이다. 팔머(Palmer, 1992/1999)와 락(Rock, 1994)은 세 가지 새로운 집단화 원리를 제안했다. 첫 번째, 공통영역의 원리는 같은 공간 영역에 있는 요소들은 함께 집단화되는 것이다. 두 번째, 균일 연결성의 원리는 밝기, 색, 질감, 운동과 같은 시각 속성의 연결된 영역은 단일 단위로 지각하는 것이다. 세 번째, 동시성의 원리는 같은 시각에 발생하는 시각 사건들은 함께 속하는 것으로 지각하는 것이다. 동시성의 원리는 공통운명의 원리와 유사하지만 움직임이 없이도 발생할 수 있으며, 요소들은 같은 방향으로 변할 필요는 없다.

4. 게슈탈트의 지각체제화 원리: 지각적 분리

집단화 원리의 배후에는 자극의 일부분들이 어떻게 더 큰 사물로 조직화되는지를 기술하려는 생각이 깔려 있다. 그러나 게슈탈트 심리학자들은 지각 문제가 단지 요소들이 집단화되어 물체를 형성하는 것 이상임을 인식했다. 즉, 그와 반대되는 현상이 어떻게 일어나는지를 설명할 필요가 있음을 인식한 것이다. 사물이 제시된 장면의 나머지 부분과 분리되는 방식을 설명하는 문제인 지각적 분리의 문제가 있는 것이다. 지각적 분리 문제는 때때로 전경-배경 분리 문제로 불린다. 전경은 배경으로부터 두드러져 보이는 것으로 게슈탈트 심리학자들은 전경과 배경의 속성, 즉 무엇이 한 영역을 전경으로, 다른 영역을 배경으로 지각하게 만드는지에 관심을 가졌다. 이렇게 배경에서 전체적인 형태를 분리하는 것은 우리의 가장 기본적인 지각적 경향 중 하나다. 이것은 모든 대상지각에 대한 기초를 제공한다.

전경-배경 분리는 1915년 루빈(Edgar Rubin)이 최초로 자세히 기술했다. 루빈은 게슈탈트 심리학자는 아니지만 게슈탈트 심리학자들은 그의 전경-배경 현상을 자신들의 주장을 지지하는 데 사용했다. 전경(형태)은 앞에 떠오르는 형상이고 배경은 전경의 뒤로 확산된 무정형의 공간처럼 지각되는 부분을 말한다. 루빈은 형태에는 그것을 배경과 분리하게 하는 여러 독특한 특징이 있다고 주장했다. 예를 들어 가장자리는 전경에 속한 것처럼 보이는 반면에 배경은 전경 뒤로 뻗어 나간 것처럼 보이는데, 이와 같은 지각적 인상은 강력해서 우리가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을 때에도 일어난다. 또한 전경은 배경보다 더 기억하기 쉽고 배경에는 없는 어떤 실체가 있는 것처럼 보인다.

루빈은 1915년 논문에서 전경-배경의 가역성을 기술했다(그림 5 참조). 그림에서는 중앙의 꽃병 또는 서로 마주보고 있는 두 얼굴의 실루엣을 볼 수 있다. 주의의 초점을 바꿈으로써 꽃병이 전경이 될 수도 있고 측면에서 본 두 얼굴이 전경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러나 꽃병과 얼굴을 동시에 보기는 어렵다. 이는 꽃병이 전경으로 보일 때는 꽃병과 얼굴을 나누는 윤곽이 꽃병의 윤곽으로 취해지며 얼굴 부분은 꽃병 뒤의 배경으로 지각되기 때문이다. 이처럼 루빈의 그림을 통해 인간의 지각이 하나의 전체와 다른 전체 사이를 재빨리 왔다 갔다 함을 알 수 있다. 인간은 전경과 배경을 조직화하여 지각의 장을 마련하고 의식 속으로 받아들인다. 따라서 자신의 현재 욕구를 기초로 게슈탈트를 형성하여 지각하는 것이다. 전경으로 떠올렸던 게슈탈트를 해소하고 나면 그 전경은 배경으로 물러나고, 새로운 게슈탈트가 형성되어 전경으로 떠오른다.

그림 5. 루빈의 얼굴-꽃병 그림출처: Goldstein E. B., 2003

5. 게슈탈트의 지각체제화 원리: 행동적 환경과 정신물리학적 동형이성

지각체제화 원리는 우리가 세계를 있는 그대로 지각하는 데 도움을 주지만 우리의 지각은 물리적 현실을 그대로 따르지는 않는다. 게슈탈트 심리학자 코프카는 저서 『게슈탈트 심리학 원리』(1935)에서 현실 속에 존재하는 세계인 지리적 환경과 개인에 의해 지각되는 세계인 행동적 환경 사이에 중요한 구분을 제시했다. 우리의 행동은 지각된 세계인 행동적 환경에 의해 가장 뚜렷하게 영향을 받는다. 따라서 인간의 지각경험은 감각기관에서 얻어지는 즉각적인 정보에만 의존하지 않고 과거의 경험이나 학습에 크게 의존하기도 하고, 세상에 대한 지식이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또한 어떤 동기를 가지고 있는가, 어떤 기대를 하고 있는가, 성격이 어떠한가, 어떤 문화적 환경 속에서 성장했는가에 따라 지각이 달라질 수 있다.

게슈탈트 심리학자들은 지각적 사건을 현상학적으로 기술하는 것에 멈추지 않고 지각과 그 바탕에 있는 뇌 과정 사이의 관계에 대해서도 이론을 만들었다. 게슈탈트 심리학자 쾰러는 동형이성(同形異性, isomorphism) 원리를 통해 하나의 특정 사례에서 일어나는 경험의 조직과 그 바탕에 있는 뇌 과정들은 모종의 방식으로 그 경험을 모사한다고 주장했다. 즉, 현상학적 현실성과 그 바탕에 있는 신경계라는 물리적 실재가 기능적으로 서로 동등함을 말하는 것이다.

6. 인지와 학습에 대한 게슈탈트 접근

게슈탈트 심리학은 오로지 지각에만 관련된 것이라는 인상을 주었지만, 게슈탈트 심리학자들은 하나의 일반 심리학으로 생각했으며 사고, 문제해결 및 학습의 연구에 구체적인 기여를 했다. 잘 알려진 두 가지 예가 유인원의 문제해결에 관한 쾰러의 연구 ‘유인원의 심성’(1917/1926)과 베르트하이머의 사후에 발표된 ‘생산적 사고’(1945/1982)이다.

쾰러의 ‘유인원의 심성’은 동물의 문제해결에 관한 연구로 동물학습에 대한 손다이크의 기계적인 시행착오 설명을 비판했으며, 대신에 동물이 문제상황의 모든 요소를 지각할 수 있다면 통찰을 보일 수 있고 문제를 빨리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쾰러의 유인원들은 상자들을 쌓아 천장에 매달려 있는 과일을 딸 수 있고, 조잡한 도구를 만들어 다른 과일을 손에 넣을 수 있었다. 예를 들어 유인원 술탄은 우리에서 멀리 있는 과일에 닿도록 두 개의 막대기를 이을 수 있었다.

베르트하이머의 ‘생산적 사고’는 기계적인 학습과 규칙 암기에 의존하는 교육체계에 의해 사고가 어떻게 억제되는지 설명했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생산적인 사고를 하는 사람은 관계에 대한 진정한 이해를 할 수 있고 새로운 문제도 풀 수 있었다. 그는 규칙 암기의 취약점과 자신의 더 통찰력 있는 생산적 사고 접근의 장점을 보여 주는 한 예로 평행사변형의 넓이를 구하는 문제를 들었다.

인지에 관해 연구한 다른 게슈탈트 심리학자들 중에는 배경에서 두드러져 나와 보이는 정보가 더 잘 기억된다는 본 레스토프 효과를 설명한 본 레스토프(Hedwig Von Restorff), 체제화가 기억에 미치는 효과를 연구한 게오르게 카토나(George Katona), 그리고 대상의 일상적 사용법만을 생각하게 되는 경향인 기능적 고착 같은 통찰적인 문제해결을 가로막는 요인들을 조사한 카를 던커(Karl Duncker)가 있다.

7. 게슈탈트 심리학의 공헌

게슈탈트 심리학은 사람들에게 자신이 보는 것을 조직하려는 기본적인 경향성이 있다는 것과 전체는 부분의 합 이상이라는 것을 강조했다. 게슈탈트 심리학자들은 심리현상의 단위성에 가치를 부여하기 때문에 경험을 개별적인 요소로 분석하는 빌헬름 분트(Wilhelm Wundt)의 내성법에 반기를 들었다. 또한 그들은 행동을 개개 자극-반응 단위로 분리하고 행동 맥락을 무시하는 행동주의자의 견해도 비판했다.

게슈탈트 심리학자들은 패턴의 어떤 요소들이 함께 속해 있는 것으로 보이는 이유를 설명하기 위해 많은 법칙을 만들어 냈다. 또한 게슈탈트 심리학자들은 문제해결에서 통찰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예를 들어 어떤 문제를 해결하려고 할 때, 처음에는 문제의 부분들이 서로 관련이 없는 것으로 보이지만 갑작스런 통찰과 함께 부분들은 일시에 해결책 속으로 적합화된다. 게슈탈트 심리학자들은 문제해결에 관한 대부분의 초기 연구들을 수행했다.

게슈탈트 심리학은 베르트하이머가 주창했지만 그의 동료이자 가장 영향력 있는 게슈탈트 심리학자이며 작가인 코프카와, 게슈탈트 심리학을 자연과학 분야로 승격시키고 문제해결 연구에 적용한 쾰러가 대중화했다. 코프카와 쾰러는 게슈탈트 심리학을 미국에 소개했다. 쾰러는 존경받는 심리학자로서 1959년에는 미국심리학회(APA) 회장으로 추대되었다. 그는 게슈탈트 심리학과 행동주의 심리학의 장점들을 포용한 심리학을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인지 심리학적 관점을 선호하던 심리학자들은 쾰러의 조언을 따랐다. 게슈탈트 심리학은 학습, 기억, 문제해결 등의 지적 활동에서 지각중심적인 해석을 강조했으며, 인지 심리학 발달에 많은 영향을 주었다.

출처 / 집필 : 황은지(충남대학교 대학원 심리학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