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rl Gustav Jung(1875-1961) _ 분석적 심리치료

 1. 생애

Jung은 1875년 스위스의 Kesswil에서 개신교 목사였던 요한 P. A. Jung과 그의 아내 Emily 사이에서 태어났다. 그의 부모님의 집안은 대대로 학자, 의사, 목사를 많이 배출한 지적인 가정이었다. 그의 외숙부 중 여덟 명이 목사여서 Jung은 어린 시절부터 장례식이나 교회의식을 많이 접했다. 그러나 좀 소극적이고 회의적이며 약한 성격의 아버지와 적극적이고 고집스러우며 강한 성격을 가진 어머니 사이에 다툼이 심하여 집안 분위기는 별로 밝지 못했고, 융의 성격형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Jung은 아버지에게 존경심과 더불어 실망감을 지니게 되는데 이 감정은 나중에 Freud에게 투사되어 두 사람의 관계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그가 세 살 되던 무렵 그의 어머니는 아버지와의 불화 때문에 생긴 병으로 몇 달 동안 병원에 입원하였는데, 그렇지 않아도 어두운 가정 분위기 때문에 감수성이 예민해진 융은 어머니의 장기간 부재를 이해할 수도, 받아들일 수도 없었다. 그런데도 그가 심리학에서, 남성에게는 여성적인 것이 궁극적으로 구원을 가져다준다고 주장하는 이유는 어머니의 부재로 인한 부정적인 여성상이 나중에 아내 엠마, 제자인 볼프로부터 긍정적인 여성상으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아버지와 어머니의 오랜 별거로 9살까지 다른 형제자매를 갖지 못했던 융은 항상 혼자 놀았고, 어떤 일이든 혼자 감당해야 했다. 그가 어렸을 때 자주했던 놀이는 불장난과 돌멩이 장난 이었는데, 그는 그만의 성스러운 불을 꺼트리지 않으려했고 라인 강가에서 주운 돌을 보물처럼 다루었다. 그의 이론 중 '자기(self)'라는 개념이 있는데, 이 놀이들이 '자기'를 찾게 된 단초가 된다.

Jung의 분석심리학(analytical psychotherapy)은 체험에 근거한 심리학 이론이다. 정상인과 정신장애 환자를 비롯한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관찰하고 Jung 자신의 마음을 깊이 살펴본 경험을 토대로 엮은 이론이다. 분석심리학에서는 개인의 마음에서 일어나고 있는 사실과 경험에 초점을 맞출 뿐 그것의 옳고 그름이나 좋고 나쁨을 판단하지 않는다. 분석심리학은 무의식의 존재와 영향력을 중시한다는 점에서 정신분석 이론과 공통점을 지닌다. 무의식을 의식화하는 과정이 인간의 성숙에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하는 점도 같다. 그러나 Freud는 무의식의 실체를 성욕과 같은 미숙하고 비합리적인 것으로 본 반면, Jung은 개인의 삶에 방향을 제시하는 지혜로운 것으로 여긴다. 환자가 나타내는 증상의 의미에 대해서 Freud는 과거에 경험한 상처의 결과라고 보는 반면, Jung은 미래에 나아갈 방향을 보여주는 신호라고 보았다.

2. 인간관

융에 따르면, 인간의 무의식은 충동적인 성적 욕망을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개인으로 하여금 진정한 자기를 실현하도록 이끄는 지혜의 보고이다. 인간은 성욕과 같은 본능적 욕구에 의해 끌려가는 존재가 아니라 인간 정신의 통합적 발현, 즉 개성화(individuation)를 향해 나아가는 존재이다. 따라서 인간의 성격발달은 전 생애를 걸쳐 발달하며 타고난 정신적 소인도 후천적으로 변할 수 있다고 보았다. 프로이트가 인간을 불변적 존재로 보았다면 융은 가변적 존재로 삶의 과정을 통하여 변화 가능하다고 생각했다. 융은 인간을 미래지향적인 목표와 성장지향주의적 존재이며 생체, 심리, 사회적 총체적이며 전인적이고 조화를 이루는 존재라고 하였다.

3. 심리이론

융이 제시하는 성격이론의 핵심은 전체성이다. 인간의 성격 전체를 융은 ‘영혼(psyche)'이라고 불렀으며 이는 모든 사고, 감정, 행동, 의식과 무의식을 포함한다. 융에 따르면, 인간은 여러 부분의 집합이 아니라 하나의 통합적 전체다. 인간은 전체성을 지니고 태어나며 분화와 통합을 반복하며 전체성을 발현해나간다. 인간은 일생을 통해서 추구해야 할 것은 타고난 전체성을 되도록 최대한으로, 분화된 것을 일관성 있고 조화롭게 발전시키는 것이다.

※ 주요개념

1) 개인적 무의식과 집단적 무의식

-융은 무의식이 두 개의 층으로 이루어져 있다고 하였다. 하나는 '개인 무의식(Personal Unconscious)'으로 자아에 의해서 인정받지 못한 경험, 사고, 감정, 지각, 기억을 의미한다. 또한 상실된 기억이나 억압된 불쾌한 표상 등 의식에 올려 지지 않은 내용들이 포함된다. 개인적 무의식의 자료들은 자아와 지속적으로 상호작용하여 꿈 따위로 지각되는데 이는 프로이트의 전의식과 유사하다. 이러한 개인무의식의 고통스러운 사고, 기억, 감정들이 어떤 주제를 중심으로 뭉치고 연합되어 심리적인 복합체를 이룰 수 있는데, 이를 콤플렉스(complex)라고 한다.

사람에게는 이러한 한 개인의 경험세계 뿐만 아니라 이것을 뛰어넘어 인류전체의 경험세계에서 나오는 무의식도 존재한다. 융은 이것을 '집단 무의식(Collective Unconscious)'이라고 불렀는데 이것이 다른 이론들과 가장 차별화되는 개념이다. 개인 무의식 보다 훨씬 더 넓고 풍부하며, 여태까지 인류가 그에게 주어지는 외부환경이나 내부 환경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형성되었기 때문에 한층 더 역동적이다. 또 집단 무의식은 유전적, 집단적으로 전승되는 것이라고 융은 주장하였다. 집단 무의식을 구성하는 주된 내용은 본능과 원형이다. 본능은 행동을 일으키는 충동을 의미하며, 원형은 경험을 지각하고 구성하는 방식을 뜻한다.

(2)원형의 5가지 유형

원형(archetypes)은 내용을 가지고 있지 않으며 형태만 가지고 있다. 원형은 어떤 유형의 지각과 행동의 가능성을 나타내고 있을 뿐이다. 원형들은 집단 무의식 내에서 서로 별겨의 구조를 이루고 있지만 결합을 하기도 한다. 모든 원형들이 여러 가지로 결합되어 작용하기 때문에 개인의 성격이 각기 판이하게 다른 것이다. 원형은 콤플렉스의 핵심을 이루며 원형이 중심이 되어 관련 있는 경험들을 끌어당겨 콤플렉스를 형성한다.

융은 다양한 원형 중에서 우리의 성격과 행동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5개의 원형을 중요하게 여겼다. 페르소나, 아니마, 아니무스, 그림자 그리고 자기이다.

페르소나와 아니마/아니무스 -자아는 외부세계와 우리의 내면세계 모두와 접촉하는데 이때, 자아와 외부세계의 접촉을 중재해주는 것이 '페르소나(persona)'이고, 자아와 내면세계의 접촉을 중재해 주는 것이 '아니마(anima)/아니무스(animus)'이다. 아니마/아니무스는 자아를 집단적 무의식의 이미지와 연결시켜 자아가 정신의 전체적인 통합을 지향하고, 역동적인 삶을 살게 하는 요소이다. 융은 이런 요소가 남성에게는 여성적인 형태로, 여성에게는 남성적인 형태로 의인화하여 존재한다고 주장하면서 남성 안에 존재하는 여성적 요소를 아니마, 여성 안에 존재하는 남성적 요소를 아니무스라고 불렀다.

자기와 그림자 -자아는 사람들이 "나는 어떤 사람이다"라고 생각하는 내용이 하나의 핵으로 작용하여 그와 관계되는 요소들을 그 둘레에 불러 모아 형성한 일종의 콤플렉스이다. 따라서 한 사람이 이 세상에서 '나'로 존재할 수 있는 것은 자아가 있기 때문이다. 모든 사람들은 자아를 긍정적인 요소로 이루려고 한다. 때문에 자아의 정신내용 중에서 열등하고 부정적인 요소들은 자아에서 몰아내는데 이때, 이것들이 모여 그림자(shadow)라는 또 다른 구성요소를 만들게 된다. 그러나 그림자 자체가 부정적인 것은 아니다. 우리가 그림자를 인정하고 받아들이면 그림자의 부정적 특성은 엷어지고, 우리의 인격은 그만큼 폭넓어 질 수 있다. 그림자는 어떤 면에서 프로이드가 말하는 원초아와 유사하다. 그림자를 적절히 표현하는 것은 창조력, 활력, 연감의 원천이 될 수 있다. 그러나 그림자를 과도하게 억압하면, 개인은 자유로운 표현이 억제되어 진정한 자신으로부터 괴리될 뿐만 아니라 불안과 긴장 상태에 빠져들 수 있다. 그러한 개인들에게 있어서 치료의 목표는 그들의 그림자를 의식으로 가져와 인식하고 표현하도록 돕는 것이다.

자기와 개성화 -분석 심리학에서 말하는 '자기(self)'는 일상 언어에서 스스로를 가리킬 때 말하는 자기와 달리 우리 정신의 중심이고, 정신을 통합시키는 내적 지도요인이 된다. 자기는 특히 우리 의식이 어떤 것에 몰두하여 정신적 균형이 깨어 졌을 때 꿈과 환상 등을 통해서 그와 반대되는 것들을 보여주어 정신적인 균형을 되찾게 한다. 융은 인간정신의 궁극적인 목표는 사람들이 자기를 실현하는 것이라고 하였다. 즉 태어나는 순간부터 우리에게 주어져있는 고유한 개성을 발견하여 그것을 그대로 드러내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라고 주장한 것이다. 융은 이 과정을 '개성화 과정'이라고 불렀다.

융이 제시한 개념들은 전체성을 지닌 인간의 마음을 이해하기 위한 수단적인 개념이다. 이러한 개념들은 공간적으로 실체화하기 어려운 것이다. 그러나 이해를 돕기 위해서 이들의 관계를 도식적으로 제시하면 다음과 같다.

4. 정신병리 이론

융은 정신병리 현상을 건강한 사람이 지니는 심리적 속성의 연장선상에서 이해하고자 했다. 분석심리학에서는 정상과 이상 그리고 건강과 장애에 대한 절대적인 구분은 없으며 증상을 확인하여 기술하고 일므을 붙이는 일을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다. 사실상 분석심리학에는 정신병리 이론이 존재하지 않는다. 그보다는 고통을 겪고 있는 환자 개개인에 대한 이해를 중요히사며 ‘병적이라고 부르는 현상’에 대한 심리학적 설명이 있을 뿐이다.

분석심리학에 따르면, 개인이 병적인 현상을 나타내는 이유는 자신의 무의식에 대해 부지하기 때문이다. 자신에게 표출되어 올라오는 무의식의 의미를 깨닫지 못하거나 받아들이지 못하는 사람은 마음의 병을 얻게 된다.

1) 신경증

신경증은 그 증상의 의미를 아직 발견하지 못한 마음의 고통이다. 융은 자신의 경험을 통해서 신경증의 증상 뒤에는 그럴 만한 뜻, 즉 증상의 의미가 존재한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말한다. 신경증 증상은 미래 지향적인 의미를 지니며, 신경증 치료의 핵심은 바로 이러한 증상의 의미를 발견하여 깨닫는 것이다. 신경증은 일종의 자기소외로서 자기(self)로부터 멀어질수록 증상은 심해진다. 의식의 중심에 있는 자아(ego)가 자기에서 멀어질수록 신경증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우을증은 개인의 자아의식이 지나치게 외적 인격, 즉 페르소나와 동일시하여 내적 인격을 도외시하거나 외면할 때 생겨난다. 즉 외부에 과도한 관심을 기울이고 에너지를 쏟은 탓에 의식의 에너지가 고갈되어 무의식의 정체된 에너지가 작용하기 시작한다는 것이다.

히스테리, 즉 전환장애는 과도한 외향적 태도를 내향적으로 전환시키기 위해서 나타나는 신체증상을 의미한다.

신경쇠약증은 내향적 태도에 지나치게 집착하는 경우에 생겨난다. 내향적 태도에 지나치게 집착하면, 자신의 의식에만 사로잡혀서 객체 지향적 태도를 억압하게 된다. 그 결과, 겉으로 드러나는 의식의 태도는 내면을 향하고 있지만 무의식의 관심은 객체 지향적으로 점차 바뀌어 가며 객체에 대한 강력한 환상이 생겨난다. 신경쇠약증은 이러한 환상과 의식적 태도의 모순과 갈등으로 인해서 점차 지쳐가게 되는 과정에서 생겨나는 것이다.

2) 정신병

융은 정신분열증을 콤플렉스의 개념으로 설명하고 있다. 강력한 복합감정을 지니고 있는 콤플렉스의 활동이 정신분열증의 여러 가지 증상들을 일으킨다. 이러한 콤플렉스는 정상인에게도 존재하기 때문에 정신분열증의 다양한 중상들은 심각도의 연속성ㅅ상에서 이해될 수 있다. 그러나 융은 정신분열증의 원인으로 어느 정도 생물학적인 요인도 존재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는 정신분열증이 심리적 원인에 의해서만 발생한다고 고집하지 않았다. 정신분열증이 뇌의 기능장애나 여러 신체적 요인에 의해 발생할 수 있음을 지적하면서, 그는 자신이 설명하는 것은 장애의 원인이 아니라 증상의 의미라는 점을 밝혔다. 융에게 중요한 것은 장애의 발생 원인이나 기제가 아니라 그러한 증상이 환자에게 무엇을 말해주고 요구하고 있는지를 인식하는 것이다.

5. 심리치유기법

융의 이론에서 정신 병리는 정신의 전체성에서 벗어난 상태, 즉 의식과 자아가 무의식과 자기로부터 벗어나 있는 상태를 말한다. 따라서 치료목표는 정신의 전체성을 이루어 자신의 개성을 이루어 가는 것이다. 이런 치료과정을 '개성화 과정'이라 한다. 융은 치료에 있어 두 사람의 상호작용을 강조하고 전이와 역전이 현상에 초점을 두었다. 따라서 치료자는 무비판적이고 공감적인 청취자가 되어 내담자가 오랫동안 가두어 두었던 감정을 고백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융의 분석적 정신치료에서 사용하는 치료기법에는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다.

1) 꿈 분석

꿈은 꿈꾸는 사람이 말로 나타내기 어려운 소망이나 두려움 같은 억압된 충동을 표현한다. 또한 융에게 있어 꿈은 어떤 방식으로 사람이나 상황을 묘사하는지 생각하고 객관적 수준에서 탐구할 수 있다.

이 외에도 융의 치료기법에는 단어 연상검사, 빈의자 기법, 모래상자 놀이, 만다라 그리기, 등이 있다.

2) 전이와 역적이 분석

정신치료에서 전이는 환자가 치료자에게 감정적인 반응을 일으키는 것을 말한다. 때로 치료자는 부모, 사랑하는 사람과 동일화되며 환자가 치료자에게 갖는 감정이 사랑, 동경일 때는 긍정적 전이, 적개심, 질투일 때는 부정적 전이라고 한다. 또 전이는 '개인적 전이'와 '원형적 전이'로 나뉠 수 있는데 개인적 전이는 부모나 형제, 자매 등 개인 무의식의 내용이 투사된 것이고 원형적 전이는 집단 무의식의 내용이 투사된 것으로 구제자나 전지전능한 신상, 괴물이나 악마의 상을 치료자에게 옮기는 것이다. 이러한 전이를 분석하여 해결하는 것이 전이분석 치료이다.

치료자 역시 내담자에게 역전이를 나타낼 수 있다. 치료자는 치료적 상호작용에서 나타나는 자신의 투사와 내담자의 투사를 분별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 치료자는 강도 높은 분석을 통해서 자신의 콤플렉스와 심리적 요소를 깊이 있게 자가하고 있어야 한다. 역전이는 내담자에 대한 치료자의 반응을 반영하며 매우 유용한 정보를 담고 있다. 역전이 속에는 치료자의 무의식을 자극하는 내담자의 심리적 속성과 무의식적 내용이 반영되어 있기 때문이다.

3) 적극적 상상 (active imagination)

환자에게 명상을 하도록 집중시켜 그 이야기를 글로 쓰거나 그림을 그리거나 춤으로 표현하게 하는 것이다. 적극적 심상은 무의식의 심상이 의식의 방해 없이 표현되기 때문에 꿈보다 더 많은 것을 보여줄 수 있다.

6. 분석적 심리치료의 실제

분석적 심리치료는 매주 여러 번의 면담을 통해 장기간 실시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분석적 심리치료는 정신분석과 마찬가지로 자신을 분석하고 특별한 훈련을 통하여 무의식적 내용들을 다루는 데 익숙해진 치료자에 의해서 시행된다. 치료자들은 치료의 진행과정에 있어서 정해진 틀의 체계적인 방법을 따르기보다는 내담자 개개인의 사정에 맞추어 융통성 있게 진행한다. 융은 치료과정을 인위적이긴 하지만 고백(confession)- 해석(interpretation) -교육(education) -변환(transformation)의 네 단계로 구분하여 설명한 바 있다.

※프로이드와 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