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사)한국산업카운슬러협회 EAP센터 : http://www.eapcenter.co.kr/sub.asp?pagecode=m04s05&bs_code=board03&vmode=view&page=&b_idx=104&keyword_option=&keyword=&

*미국에서의 산업카운슬링EAP (Employee Assistance Program/근로자 상담지원 프로그램)의 발전

미국의 기업들이 종업원의 개인적인 적성에 관해서 원조의 필요성을 인정하게 된 것은 1920년대에 들어서면서부터이다. 그 이전에 이루어졌던 개인적인 조언 지도는 기업 측의 견해를 강요한다거나 개인 생활을 감시하는 방법이었기 때문에 종업원의 반발을 사 실패로 끝나기 일쑤였다.

이러한 산업카운슬링 태동기에는 기업의 필요성이나 사회적 배경에 따라 다양한 여러 가지 카운슬링 활동이 이루어졌지만, 그 중에서도 아래 4개의 기업에서 실시된 프로그램은 나름대로 독특한 특색이 있는 것이다.

(1) 메시 백화점

메시(Macy)는 미국 전역에 지점을 갖고 있는 유명한 백화점이지만, 이 백화점은 1924년부터 4년간에 걸쳐 정신과 의사의 지도 하에 ‘문제 종업원’에 관한 연구 조사를 실시하였다.

회사는 ‘태도가 나쁜 종업원, 신경질적인 종업원, 항상 지적만 받는 종업원, 무관심한 종업원, 상사에게 반항적인 종업원, 공상이 심한 종업원’들을 지도하거나 징계하기 위해 이러한 조사를 실시한 것이다. 하지만 조사를 주도한 앤더슨(Anderson, V. V.)은 보고서에서 “문제종업원의 드러나는 행동만을 보고 문제시해서는 안 되고 그 행동 이면에 있는 원인을 조사하여 정신치료법을 실시함으로써 그들의 적응력을 향상시킬 수 있고, 그것은 본인 뿐 아니라 회사로서도 득이 되는 것이다”라고 말하고 있다.

이에 따라 그가 회사로부터 위탁받아 조사한 500명의 종업원 가운데 3분의 2 이상이 퇴직하거나 해고당하지 않고 계속 회사에서 일했다고 한다. 결국 회사로서도 신규채용이나 교육훈련에 필요한 막대한 경비를 절약할 수 있었다.

메시 백화점에서 제기하는 지도 사례는 문제 종업원들에 대한 연구와 그들에 대한 카운슬링 접근이 기업으로서도 크게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시사하고 있다는 점에서 흥미가 있는 것이다.

(2) 오크릿지

오크릿지(Oak Ridge)는 테네시 주에 있는 공업도시로 제2차 대전 중 원자폭탄 제조공장을 중심으로 급속하게 발전하였다.

이 공장에서는 원자폭탄 제조라는 대형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수행하기 위해 높은 보수와 현대적인 사택을 제공하는 등 파격적인 대우로 우수인력을 끌어들였다. 하지만 고도의 군사기밀을 다루는 데 대한 압박감으로 인해 직원들은 정서불안이나 노이로제 증세에 시달렸다. 또한 엄청난 스트레스로 인해 가족간의 트러블이 빈번했고, 자녀들의 비행도 눈에 띄게 많아졌다.

공장은 이러한 문제에 대처하기 위해 종업원과 가족 및 지역사회에 대한 카운슬링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이 프로그램의 골자는 ①신경쇠약증 등의 증상을 보이는 환자를 위해 병원을 만들고 치료를 하는 것, ②아동이나 가족에 대한 지도․조언 서비스를 하는 것, ③종업원에 대한 문제 징후를 조기에 발견하여 예방 조치를 강구하는 것 등 세 가지이다.

오크릿지는 이러한 카운슬링 서비스에 힘입어 큰 효과를 보게 되었다. 이 프로그램에서 제시한 세 가지 내용은 당시로서는 대단히 선진적이고 핵심적인 조치들이었다.

(3) 캐터필라

캐터필라 트랙터(Caterpillar Tractor)사에서 실시됐던 카운슬링의 특색은 정신과 의사가 아닌 심리학자에 의해 주도하에 기획되고 실시되었다.

이 회사에서는 종업원을 채용할 때 우선 지능 테스트, 적성 테스트, 적응성 테스트 등의 심리 테스트를 실시했다. 그리고 정서적인 측면을 파악하기 위해 면접을 실시했다. 이러한 테스트와 면접 결과를 종합적으로 평가하여 채용 여부와 인사선발 및 배치를 결정했다고 한다.

또한 이 회사의 종업원들은 정신건강상의 문제에 대해 자발적으로든 상사의 권유에 따라서든 필요한 경우라면 언제나 ‘퍼스널 컨설턴트(personnel consultant)’라고 불리는 임상심리의 전문가에게 면접상담을 받을 수 있다. 또 채용면접 담당자의 훈련이나 종업원에 대한 교육에 사내신문을 활용하거나 독서요법(bibliotherapy)을 이용하여 계몽교육을 추진하는 등 심리학적인 기법이 적극 활용되었다.

캐터필라에서는 이러한 시책이 체계적으로 이루어지면서 큰 효과를 거두었다. 프로그램 담당자는 “카운슬링의 목적은 종업원 스스로 불평불만의 근본적인 원인(심리적인 갈등이나 혼란)을 깨닫게 하는데 있다. 실제로 이를 깨닫는 사람에게서는 불평이나 부적응의 징후가 현저하게 줄었다.”고 말하고 있다.

3) 호오슨 연구와 산업카운슬링

산업카운슬링의 발전기에 볼 수 있었던 다양한 산업카운슬링 유형 중에서 독특한 의미를 갖는 세 가지 프로그램을 살펴보았다. 이들과 비슷한 시기에 또 하나의 중요한 실험이 이루어졌는데 웨스턴 에렉트릭사의 실험연구가 그것이다. 이 연구는 오늘날까지도 산업카운슬링에 커다란 영향을 미치고 있다.

(1) 호오슨 실험

시카고 교외에 있는 웨스턴 에렉트릭사의 호오슨 공장. 3만 명에 이르는 이 곳의 종업원들은 불평불만에 가득 차 있었다. 당시 공장에는 오락시설이나 의료제도 등이 비교적 잘 갖추어져 있었기 때문에 경영자로서는 종업원들이 불만을 갖는 이유를 쉽게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 즈음에는 근로에 관한 과학적 연구가 광범위하게 이루어지고 있었는데, 이를테면 “영양 상태, 위생, 색채, 조명, 환기 등의 조건이 생산성이나 작업 능률에 어떠한 영향을 어떻게 미치는가” 하는 문제들이 그 연구 과제가 되곤 했다. 호오슨 공장에서도 하버드대학과 협력하여 1924년부터 수년에 걸친 실험에 착수했다.

1차 실험은 ‘조명실험’이었다. 작업 그룹을 A, B로 나누어 A조에서는 조명도를 일정하게 하고 B조에서는 차츰차츰 밝기를 증가시켰다. 그 결과 예상대로 B조에서 생산성이 상승했다. A조에서도 생산성이 향상되었다. 다음에는 B조의 밝기를 점점 낮춰 보았다. 결과는 의외였다. 생산성이 떨어지기는커녕 오히려 올라갔던 것이다.

이 예상 밖의 결과를 해명하기 위해 1927년부터 2차 실험이 시작되었다. 이 실험은 계전기조립작업 실험으로 생산성과 피로와의 관계를 규명하기 위해서 실시되었다. 연구를 위하여 6명의 여자 종업원을 선발 실험집단으로 하여 장기간에 걸쳐 공동작업에 참가시켰다. 실험 기간동안 각자에게 임금 지불 방식이나 휴식을 취하는 방법, 노동시간이나 서비스 등 여러 조건들에 변화를 주었다. 결과는 놀라웠다. 그녀들의 생산성은 노동조건의 변화와는 무관하게 전체적으로 상승하였다.

이 실험을 통해 연구팀은 한 가지 결론을 얻었다. 능률이나 생산성을 향상시키는 요체는 작업환경이나 노동조건보다도 종업원의 ‘태도’와 ‘하고자 하는 사기(Moral)라는 것이다. 연구팀은 이번에는 그러한 모럴의 요인을 분석하기 위해 면접프로그램을 실시하였다.

(2) 종업원 면접계획

최초의 면접은 남녀 각 5명을 대상으로 실시하였다. 주로 감독자의 부하직원에 대한 태도나 회사에 대한 불평불만 등이 주 내용이었다. 이러한 면접은 종업원들이 자신들의 처지를 털어놓고 상담자로부터 이해를 받았다고 느끼면서 호의적으로 받아들여졌다. 하지만 면접 방식에는 한계가 있었다. 미리 구성된 질문에 따라 진행되었기 때문에 종업원이 정말로 하고 싶었던 말을 하도록 유도하는 데는 실패하였다.

그래서 점차 면접 방법이 개선되었는데, 직접적으로 정곡을 찌르는 질문 방식에서 간접적으로 우회해 묻는 방법(indirect approach)으로 개선하였다. 1936년부터는 이 방식으로 2만 명이 넘는 종업원에 대해 대규모 면접이 실시되었다.

이러한 우회적 면접법은 이전의 방식에 비해 3배 이상의 시간이 걸리지만, 종업원의 마음속에 있는 것을 끌어내는 데는 훨씬 효과가 있었다. 이러한 방식은 면접 그 자체로 종업원들의 심리적인 카타르시스(정화작용) 효과를 가져오기도 하였다. 부연 설명하면 이 면접법은 같은 시대 임상심리 분야에서 개발된 칼 로저스(Rogers, C. R.)의 ‘비지시적 카운슬링(nondirective counseling)─내담자 중심요법’과 유사하다.

작업능률의 향상을 목적으로 한 호오슨 연구는 긴 시행착오 과정을 거쳐 ‘인간관계’나 ‘감정’의 중요성을 발견하게 되었다. 그리고 그와 같은 연구 결과에 근거해서 마련한 면접 프로그램에 따라 감독자 훈련을 개선하고 카운슬링을 실시하기에 이르렀다. 호오슨 공장의 1945년도 연차보고서에 의하면, 시카고 지역에만 40명의 카운슬러가 배치되어 1명당 약 300명의 종업원을 담당하고 있었다.

이제까지 1920년대로부터 1940년대에 걸친 미국 기업들의 카운슬링 프로그램에 관해서 간략하게 살펴보았다.

그 후 미국에서의 산업카운슬링 제도에 관한 추이를 살펴보면 1940년대 중반부터는 알코올 의존증에 대한 대책으로 시작된 종업원 지원제도(EAP : employee assistance program)가 사회적 요구에 따라 널리 확산되기 시작하였다. 이와 같은 제도가 발전을 거듭하여 오늘날에는 알코올이나 약물 의존 뿐 아니라 직장 내 정신건강을 위한 시스템으로 자리 잡아 현재 미국전역의 많은 기업에서 이를 활용하게 되었다.

종업원 지원제도가 미국에서 산업카운슬링의 중심이 되고 있는 것은 미국의 사회적 배경과 결부시켜 검토할 필요가 있다. 현재와 미래의 산업카운슬링을 전망하고 예측할 때도 많은 참고가 될 것이다(종업원지원제도에 관해서는 제2장에서 상세히 기술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