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척이나 어수선했던 지난해보다는 나아지겠지 하는 희망과 기대로 맞이한 2015년. 연초부터 더 어수선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언론을 통해 연일 보도되고 있는 각종 사건에서 사람으로서는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일이 일어나고 있다. 특히 어린이집에서 천사 같은 아기에 대한 무자비한 폭행, 안산에서 일어난 인질사건 등은 인면수심(人面獸心), 사람의 얼굴은 하고 있지만 동물보다도 못한 생각과 행동으로 우리 사회에 보다 적극적인 인성교육의 필요성에 대해 경종을 울리는 일들이 많이 일어나고 있다.

우리사회가 물질적으로 무척이나 어려웠던 시절이 있었다. 비록 물질적으로는 궁핍했지만 인정이 있었고 사람들에게선 은은한 인간의 향기가 났다. 근면과 검소를 생활신조로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고, 상대방을 인정하고 배려하며 열심히 노력하면 잘 살 수 있다”는 올바른 가치관이 내포된 발전적인 비전을 갖고 있었다. 수십 년 동안 각고의 노력 끝에 지구촌이 부러워할 정도로 잘 살게 됐다.

그런데 행복은커녕 불만으로 가득하고 충격적인 비인간적 사건들을 하루가 멀다하게 접하게 되면서 인성과 도덕성의 결여에 대한 비판뿐만 아니라 인성교육이 강화돼야 한다는 데 사회적합의점이 도출돼 2014년 12월 29일 국회 본회의에서 ‘인성교육진흥법’이 통과됐다. 제1조부터 22조까지 구성된 인성교육진흥법으로 인성교육이 법제화됐다.

인성교육진흥법의 효과에 기대감이 가득하지만 다른 한편으론 학교현장 교육에 도움이 되지 않는 정책추진으로 소모적 전시효과만 유발하며 잔무만 양산하는 법으로 전락되지 않을까하는 걱정도 된다. 인성교육진흥법안에 제시된 예(禮), 효(孝), 정직, 책임, 존중, 배려, 소통, 협동 등의 마음가짐이나 사람됨과 관련되는 핵심적 가치 또는 덕목을 지금도 전인교육 차원으로 학교현장에서 학교와 지역사회의 특성을 감안해 자율적이고 창의적으로 적절하게 잘 지도하고 있다. 바른인성 함양을 위한 학교현장 교육활동에 어려움은 엉뚱한데 있다.

사회적 변화, 문화적 변화, 가족 구성의 변화, 환경 변화, 경제적 변화 등 여러 가지 변수로 인해 ADHD(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 분노조절장애, 충동조절장애 등 바른 인성 함양에 큰 비중을 차지하는 ‘조절장애’에 문제점이 있는 학생들이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

‘조절장애’는 분명히 질환에 해당된다. 우리들이 쉽게 접하게 되는 대표적 질환인 감기에 걸리면 신속히 의료기관을 찾아 치료를 받는다. 보통 일주일이면 완쾌 되고 컨디션을 회복해 건강한 몸으로 일상생활을 계속하게 된다. 만약 신속히 치료를 받지 않을 경우 폐렴 등 심각한 증세로 진전하게 됨은 누구나 예측되는 상식이기에 신속하게 치료했을 것이다. ADHD(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 분노조절장애, 충동조절장애 등 ‘조절장애’ 질환은 감기 정도의 질병보다 더욱 신속하고 적절한 치료가 요구되는 질환이다.

그런데 ‘조절장애’의 심각성을 인식하지 못하고 시간이 지나면, 철이 들면, 설마 괜찮아지겠지 등 부모들이 스스로 진단하고 판단하며 ‘조절장애’의 강도를 키우고 있다는 것이 더 큰 문제점이다.
‘조절장애’에 대한 징후는 담임선생님이 제일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다. 상담전문가와 연결되고 필요시 병원치료를 받는 시스템으로 돼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조절장애’ 아동들의 부모들은 전문상담이나 병원치료에 대해서 절대적으로 부정적인 편견을 가지고 있어 대부분 치료를 거부하고 있다.

‘조절장애’는 정신병이 아니다. 복잡해진 현대사회에서 쉽게 접할 수 있으며 어릴수록 쉽게 치료될 수 있다. 우리사회 전반에 걸친 총체적인 문제점은 잘못된 가치관이 정당화 되고 있다는 것이다. ‘나는 아닐 것이다’, ‘설마 우리 애는 안 그렇겠지’, ‘오직 나만 잘 되면 된다’ 등 극단적인 이기주의가 결국 인성 결핍으로 이어지고 물질만능을 추구하다가 결국 바른 가치관을 상실했기 때문이다.

삼단봉사건, 어린이집 원아 폭행사건, 안산 인질살해사건 등 상식적으로 이해되지 않는 사건들의 단초는 ‘○○조절장애’를 적기에 치료하지 않았기에 이미 예견된 사건들이며 향후 또 발생될 소지를 얼마든지 갖고 있다. 새로 제정될 ‘인성교육진흥법 시행령’에는 ‘분노조절장애’나 ‘충동조절장애’ 등 바른 인성 형성에 장애가 될 수 있는 각종 ‘조절장애’의 치료가 의무화된 조항이 꼭 수록돼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