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회 '죽음교육'이 필요한 까닭은

통계에 의하면 우리나라 자살자 수는 연간 1만 2000여 명으로 경제협력개발국가(OECD) 국가 중 최고라 한다. 이들의 죽음은 연예인의 죽음 못지않게 지인들과 가족에 씻을 수 없는 슬픔과 한을 남긴다.

유명 연예인이 죽으면 자살 문제가 떠들썩하게 보도되지만 그때 뿐이다. 대책은 없다. 수많은 자살로 가족 파괴와 경제적 손실이 막대한데도 자살 문제는 일회적이고 포퓰리즘적으로 다뤄지고 있다. 

근본적인 해결책에 대한 논의는 없다. 아니, 무관심하다. 죽음에 대한 사회적 금기는 자살을 상대적이고 개인적인 문제로 치부해 버린다. 그러나 자살은 프랑스의 사회학자 뒤르켐이 말한 대로 개인적 문제를 넘어 사회 공유 가치가 느슨해지고 사회적 유대가 붕괴되는 데서 오는 지극히 사회적인 문제다. 따라서 자살은 사회적 차원에서 지속적인 관심을 갖고 처방을 제시해야 하는 사회적 병이다.

최근 미국.유럽 등 선진국에선 자살 예방을 위한 죽음교육(Death education)이 기초교육 차원을 넘어 범정부적인 프로그램으로 시행되고 있다. 

우리도 시급히 죽음교육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죽음교육은 죽음의 극단성을 극복하는 것이다. 자살은 모든 것을 해결해 주는 것이 아니다. 

생명은 자신의 것이지만 그 삶은 자신만의 것이 아니다. 사회적.개인적인 문제가 아무리 힘들더라도 죽음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오히려 자신의 삶을 무가치하게 만들고 자신이 가장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엄청난 고통을 안긴다. 

그럼에도 우리 사회는 죽음에 대한 건강한 인식을 차단하고 무관심하도록 하며, 심지어 혐오하게 만든다. 죽음 교육은 이와 반대로 죽음을 삶의 자연스러운 과정으로 인식시키는 것이다. 

순간의 절망과 감정의 나락에서 선택할 수 있는 극단이 아니라 우리 삶의 일부로 인식하도록 하는 것이다. 잘 사는 것이 잘 죽는 것이며, 잘 죽는 것이 잘 사는 것임을 이해하는 것이다. 

시급히 죽음 교육을 초.중.고의 기초 소양 교육에서부터 노인교육에 이르기까지 지속적으로 실시하는 평생 교육으로 제도화해야 한다.

*강동구 동국대 불교대학원 생사의례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