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기와 정서(motivation and emotion)

실험심리학의 내용은 사람들이 심리학에 대해 가지는 기대와 사뭇 다르다. 심리학이 인간의 뇌와 감각 기관, 지식 체계와 학습의 원리에 대해 알려줄 것을 기대하는 사람들은 많지 않다. 대부분은 인간의 마음과 행동의 원인과 동기를 궁금해 한다. 이런 면에서 동기와 정서는 심리학에 대한 대중들의 기대를 충족시켜주는 분야지만, 한편으로 심리학자들에게는 애매하고 모호한 분야다. 왜 그런지 알기 위해 동기의 정의부터 살펴보기로 하자.

사람들에게 동기란 ‘숨은 의도’ 혹은 ‘미심쩍은 의도’를 의미하지만 심리학에서는 사람의 외부나 내부에서 작동해 어떤 행동을 하게 만드는 힘이라고 정의한다. 이 힘은 어떤 행동을 시작(activation)하게 만들고, 그 행동의 방향(direction)을 설정하며, 그 행동을 유지(maintenance)시킨다. 다시 말해 동기란 행동의 이면에서 행동의 원인이 된다고 할 수 있는 ‘어떤 힘’을 말하는 것이다. 좀더 전문적 용어로는 ‘가설적 상태’라고 한다.동기심리학에서는 동기를 생리적인 측면과 환경적인 측면에서 접근한다. 이런 면에서 동기심리학은 생리심리학, 학습심리학을 비롯해 사회심리학에 이르기까지 여러 다른 분야들과 중복되는 내용이 많다. 게다가 정신분석의 주요 개념이기도 한 추동에 대해 다루기도 하니, 그야말로 모호하고 애매한 심리학의 하위 분야가 아닐 수 없다.

심리학자들은 동기와 함께 정서를 다루는 경향이 있다. 그 이유는 정서를 하나의 동기로 보기 때문이다. 정서를 의미하는 영어 단어는 emotion이다. 이 단어(e+motion)는 정서가 행동(motion)으로 발전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이런 점에서 emotion을 정서(情緖)가 아닌 정동(情動)으로 번역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많다. 정서각주1) 가 행동을 유발시키는 경우를 주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자신의 분한 감정을 이기지 못하고 공격적인 행동을 하는 사람도 있고, 기분이 좋을 때마다 노래를 하는 사람도 있다. 우울에서 벗어나기 위해 여행을 떠나는 사람도 있고, 긴장을 풀기 위해 청소를 하는 사람도 있다. 분명 정서는 하나의 동기로 작동한다. 정서는 대부분의 심리학자들에게 상당한 기간 동안 관심 주제가 아니었다. 현대 심리학이 인식론에 대한 관심에서 출발했거니와 얼마 지나지 않아 행동주의가 주류로 자리 잡았기 때문이다. 그 이후 인지심리학이 도래하면서 사람들은 정서가 인지의 산물이라고 생각했다. 생각에 따라 감정이 달라진다는 이 논리는 인지치료에서 중요한 가정이다.

하지만 인지보다 정서가 우선한다는 주장과 이를 뒷받침하는 증거가 제기되면서, 심리학자들 사이에서는 인지보다 정서가 일차적일 수 있다는 생각이 확산되었다. 그리하여 정서에 대한 연구는 1980년대에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얼굴표정 연구로 유명한 에크먼(Paul Ekman)도 심리학자들의 관심을 정서로 돌리는 데 큰 기여를 했으며, 그가 주장하는 정서의 보편성도 정서의 우선성과 일맥상통하는 개념이다.인간이 진리와 지식을 얻는 과정에 대해 연구하는 실험심리학이 인간의 마음과 행동에 대한 정적(靜的)인 접근이라면, 동기와 정서심리학은 행동에 대한 힘(에너지)을 가정한다는 점에서 동적(動的)인 접근이라고 할 수 있다.

출처 : 다음백과사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