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수성 훈련이라...
회사 생활을 하면서 표정도 어두워지고 감정도 무뎌진 나에게 과연 감수성 훈련을
다녀오면 변화가 생길 수 있을까 믿음 반 의심 반으로 광주에서 유성을 가는 버스
를 탔다.
날씨도 화창하고 버스밖으로 보이는 풍경들도 너무 예쁘고 해서 설레는 마음으로
유성 고속터미널에 도착해서 10분 정도 걸어서 시외버스 터미널 옆 버스정류장에서
107번을 타고 계룡산으로 고고씽~~
회사생활을 3년 했던 대전이라서 그런지 거리풍경이 그다지 낯설지 않고 푸근하기만 했다.
동학산장에 도착하자 같은 평일반 선생님들과 주말반 선생님, 카운슬러 협회 소장님께서 환한 미소로 반겨주셔서 어색함을 떨어내고 수다를 떨 수 있었다.
첫 과정중 의자 뺏기 게임을 하면서 서로의 손을 잡고 정신없이 뛰고 땀흘리면서
뻘쭘함은 사라졌고 동료애까지 생긴 듯 했다.
그 후에도 여러가지 과정을 통해서 상대방의 마음을 이해하고 상대방에게 귀기울이는 태도로 변화한 것 같다.
둘쨋날 계룡산에서 블라인드 훈련을 하면서 많은 걸 느끼게 되었다.
서로 마주잡은 손 하나만으로도 여러가지 표현을 할 수 있고 눈에 보이지 않지만
또 다른 길이 보이는 듯 했다.
막상 눈을 감고 상대방의 손에 의지해서 걸어나가야 했을때 한발짝 나아가는 것도
두려웠는데 마음을 비우고 상대방에게 의지하자 마음이 편안해졌다.
훈련 종료 후 내가 올라온 험한 산길을 내려다보면서 이런 길을 왔단 말야?놀라움의
연속이었다.
그후에 순서를 바꿔서 내가 손을 잡고 상대방을 이끌어나가는 게 정말 힘들어서 식은 땀이 다 났고 문득 한 가정의 가장으로서 막중한 책임감을 지닌 아빠가 생각이 났다.
부모님께 잘해드려야지..남자친구한테도 잘해야겠군,, 상사에게도 잘 해야겠다...
하는 생각의 연속이었다.
한편으로는 나의 가족, 남자친구, 동료, 친구 등이 떠오르면서 이 사람들과 함께 힘을 모은다면 힘든 일도 어렵지 않겠다는 생각이 새삼 떠올랐다.
1박2일의 훈련과정중 쉬운 과정은 없었다. 그렇지만 힘든 과정도 없었다.
나 자신과의 싸움이라고나 할까?
훈련 마무리 과정인 수호천사 프로그램을 진행할때에는 모두들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는데 불편함이 없는 듯 했다. 무슨 이야기만 해도 눈물이 글썽글썽해져서 참기가 힘들었다.
감수성 훈련은 내겐 스위치 세 글자였다.
어두운 거리에 길을 잃고 방황하는 내 자신에게 환한 빛을 선사해준 소중한 스위치 같은 경험이었다고 생각한다.
과정이 끝나고 대전으로 가는 버스안에서 같이 훈련을 받은 동료들의 얼굴이 눈부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