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한통의 모르는 전화가 걸려왔다. 1학기말 성적처리가 끝난 시점에..

이맘때 학생의 전화는 드문 경우인데, 학점문제가 아닌 진로 상담을 하고 싶단다.

요즘 학생들은 과거 수강생들 보다 성적에 민감하기 때문에 시험기간이면 전화로 자신의 성적과 학점에

대하여 적극적이다. 예전과 달리, 교수는 수강신청 때부터 미리 전화번호를 공지해 놓는다.

이의신청 기간이 지나면 전화는 거의 오지 않는다. 지금은 나도 산업카운슬러1급 과제하느라 '내코가

석자인데'.."네가 왜 여기서 나와" 라고 하고 싶지만 내 과목을 수강한 학생이라고 하니, 차분하게 전화를

받는다. 나는 에너지플랜트공학과 소속이자 창업지원단의 창업강의를 맡고 있다.

처음에는 자신을 소개하면서 취업과 창업의 선택중에 진로를 고민하는 내용이었다.

"부모님의 분식 가게가 문을 닫게 생겼다"고 한다.졸업을 한학기 남겨둔 시점에 걱정이 밀려온 모양이다.

졸업하면 부모님과 함께 가게를 키우기로 약속 했는데..  '조리외식학과' 4학년 졸업예정자의 진로가 갑자기

캄캄해진 것이다. 그동안 그런대로 운영되던 가게가 코로나19의 장기화로 손님이 줄어들어 매출도 급격히

떨어진 것이다. 본인의 취업 0순위 직장이 사라진 마당에 무언들 못하랴..

이제와서 자신의 학점을 올려달라고 한다. 학생의 성적은 88점(B+)으로 확인 됐다. "마감처리가 모두 끝났고

상대평가의 경우 다른 학생의 학점을 낮춰야만 가능 한것" 이란 설명을 한참 지난 후에야 이해한 듯하다.

본인은 장학금을 받고 싶었겠지만 시기적으로 불가한 상황이다.

애석하게도 수강중 출석률만 높았어도 A학점은 가능한 일이었다.

요즈음 많은 자영업자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현실을 마주하게 된다. 고도성장기 때의 대학졸업생들은

취업에 대한 걱정없이 사회에 진출해 왔지만 이제는 부모가 대학졸업후의 자녀들 취.창업까지 걱정하는

시대가 되었다.'실패는 성공의 과정이다' 라는 말을 수업시간에 강조한다. 특히, 청년창업의 경우는 실패가

전제된다고 해도 놀라운 일이 아니다. 그만큼 초기창업 성공률이 낮기 때문이다(성공률 5%)

창업을 준비 중인 많은 에비 창업자들에게 말하고 싶다. 성공보다 실패부터 배워야 한다고,

대학에서 창업강좌를 체계적으로 충실히 공부한 후에라도 다양한 창업실패 사례를 나름대로 수집해 봄으로써

시행착오를 줄일수 있는 것이다. 이처럼 성공보다 실패가 현실에 더 가깝다는 걸 더많은 예비 청년창업자들이

알아야 한다. '대박'만 떠드는 창업관련 업체나 프랜차이즈업체의 이야기만 들어서는 진실을 제대로 알수가

없다. 위 학생의 경우, 좀 더 일찍 도움을 청했더라면  하는 진한 아쉬움이 남는다.

아울러, 이순간 떠오르는 졸업생 한명이 생각난다. 

3년 전에 졸업해 나간 '법학과' 제자가 올 초부터 소식이 없다.

매년 설날, 추석, 크리스마스 떄 안부를 전해오던 제자는, 졸업과 동시에 노량진 으로 갔다.

시험붙으면 내가 축하주를 사주기로 약속해 놓고, 이제나 저제나 기다리고 있는데, 아직도..?

공무원 시험도 코로나19의 영향을 받아 합격이 더 어려워진 모양이다.

진환아, 안 돼도 좋으니 연락해라. 술 사준다는 약속은 합격여부와 상관없이 지킬 테니..~

  2020.   7.   22   [가톨릭관동대학교  교수/공학박사  이 종 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