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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주시중 작성일 2019-04-28
제목 (퍼온글) 화 내도 될까요? 감정도 물어보는 세상 조회수 5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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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태기획] 화 내도 될까요?… 감정도 물어보는 세상

상식이 무너진 사회의 이상한 단면… 온라인에 종종 울분 하소연 “내가 이상한건가…” 토로

 
[세태기획] 화 내도 될까요?… 감정도 물어보는 세상 기사의 사진
만삭의 30대 A씨. 전철 노약자석에 앉았다 할아버지로부터 “젊은 X이 자리를 양보하지 않는다”는 호통을 들었다. 무섭고 당황한 나머지 서둘러 다음 정거장에서 내린 그녀는 귀가 후 인터넷에 “제가 화를 냈어야 하는 거 맞죠?”라고 하소연성 질문을 했다.

20대 후반의 취업준비생 B씨는 회사 면접관으로부터 “여자친구가 얼마나 예쁘냐”는 질문을 받았다. 화가 났지만 아무런 답변을 못했다는 그는 커뮤니티 게시판에 “이 정도 질문을 예상 못했다면 제가 이상한 건가요?”라고 물었다.

온라인 게시판에선 이런 하소연이 줄을 잇는다. 사건을 구구절절 설명한 뒤 본인이 이상한 건지, 화를 내는 게 맞는 건지 혼란스럽다는 말로 끝을 맺는다. 대다수 네티즌은 글쓴이에게 공감하거나 위로를 건넨다. 많은 댓글이 달리고 조회수도 늘어난다. 하지만 ‘화를 내야 하는지조차 물어보느냐’는 비판적인 시선도 적지 않다. 자신의 감정조차 당당하게 표현하지 못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는 한탄이다.

온라인뿐만 아니라 방송 프로그램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등장한다. JTBC의 ‘비정상회담’이나 KBS의 ‘대국민 토크쇼 안녕하세요’ 등이다. ‘비정상회담’에서는 자신의 생각이 정상이냐 비정상이냐를 패널들에게 묻는다. ‘안녕하세요’에서는 고민인지 아닌지를 놓고 투표를 한다. 가정사나 개인 환경, 용모 등에 대한 기존의 고민 상담과는 다르다. 개인의 감정에 대해 토론하는 것이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상식이 무너지고 정상과 비정상을 나누는 기준이 모호해지면서 자신의 감정이 정당한지 의문을 품는 사례가 급증했다”면서 “사회가 급변하면서 계층 간의 스펙트럼이 커져 발생한 현상”이라고 진단했다. 아울러 “다자녀 가정이 아닌 혼자 자란 사람들이 정서 능력을 발달시키지 못한 채 어른이 되니 본인의 감정을 다루거나 표출하는 데 서툴게 됐다”고 부연했다.

구본용 강남대 상담심리학 교수도 “몰상식한 행동과 맞닥뜨리는 경우가 늘면서 상식의 기준이 모호해진 데다 과도한 경쟁과 평가 중심의 사회에서 스스로를 신뢰하지 못해 나타나는 모습”이라며 “자신의 생각을 확인받거나 공감을 얻기 위한 행동”이라고 분석했다.

어느 한쪽을 고르지 못해 괴로워하는 결정장애의 일종인 ‘햄릿 증후군’ 등과는 차이가 있다는 설명이다. 개인감정에 국한된다는 점에서 무엇이든 인터넷에 물어보는 현상을 가리키는 ‘지식인 증후군’과도 다르다.

이런 글들은 특히 취업준비생이나 기혼 여성들이 활동하는 인터넷 카페에 자주 등장한다. 취업 준비나 육아 등으로 고립된 생활을 하는 이들이 인터넷을 통해 서로 소통하면서 위로받고 격려하기 위해 만들어진 공간이다.

곽 교수는 “친구가 많으면 황당한 상황을 경험했을 때 소통하면서 스트레스를 푸는 데 고립된 생활을 하는 취업준비생이나 엄마들의 경우 소통할 기회가 없어 커뮤니티에 글을 올리고 공감을 얻으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천금주 기자 juju79@kmib.co.kr

[출처] - 국민일보
[원본링크] - http://news.kmib.co.kr/article/view.asp?arcid=0923289371&code=11131100&sid1=so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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