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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정명홍 작성일 2017-05-16
제목 배려 (配慮)!....중국사전에 없는 말 조회수 7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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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2년 살았던 베이징 아파트 8층에선 교차로가 내려다보였다. 어느 날 저녁 "끼익~쾅" 하는 소리가 나서 창문을 열었더니 택시와 충돌한 스쿠터가 찻길에 널브러진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스쿠터 운전자는 피를 흘리며 쓰러져 있었다. 피해자 주변으로 수십명이 모여들었는데 정작 피해자를 병원으로 옮기려 하는 이가 없었다. 사고를 낸 택시 기사도 마찬가지였다. 10분쯤 지나 경찰차가 온 뒤에야 피해자는 어디론가 실려갔다. 중국인 친구는 "중국인은 괜히 남의 일에 끼어들었다가 곤란해지는 걸 싫어한다"며 "피해자를 도와줬다가 가해자로 의심받거나 증언하러 공안에 들락거리는 상황이 벌어지면 어떡하느냐"고 했다.

중국 사람들도 사고당한 사람을 나 몰라라 하는 세태가 문제라고 생각한다. 2013년에는 중국 관영 TV가 지린성 창춘의 한 시장에서 70대 노인이 쓰러졌는데도 178명이 본체만체 그냥 지나가는 동영상을 내보내며 "반성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나 여전히 사고 피해자를 돕기는커녕 그 모습을 휴대전화로 찍기에 바쁠 뿐이다.

중국 라오바이싱(老百姓·일반 국민)의 유전자에는 국가가 개인을 일일이 보호하기 어렵다는 오랜 역사적 경험이 새겨져 있는 것 같다. '13억7000만분의 1'로 생존하려면 남의 일에 최대한 눈감고 자신만의 '관시(關係)'를 두텁게 쌓아야 한다고 믿는다. 베이징 거주민 모임 중에 '베이퍄오(北漂)'라는 게 있다. 직역하면 베이징(北)에 떠도는(漂) 사람들 모임인데, 베이징에 호적(戶口·후커우)이 없는 사람끼리 뭉치자는 것이다. 외톨이가 되지 않으려고 실낱같은 인연의 끈이라도 엮으려는 몸부림이다.

중국어 사전에는 '배려(配慮)'라는 단어가 없다. 배려의 중국어 번역인 '관화이(關懷)'나 '자오구(照顧)'는 모두 '보살피다, 돌보다'는 뜻이 강하다. 배려에 내포된 '남을 먼저 생각한다'는 뉘앙스가 없다. 중국 최대 검색 사이트 바이두(百度)에 배려를 입력하면 '남을 대신해 생각한다는 뜻이 담긴 일본어'라고 나온다.

 

지난 9일 산둥성 웨이하이의 터널에서 발생한 버스 교통사고로 한국 어린이 등 10여명이 사망했다. 사고 현장에 있던 차량 블랙박스 동영상을 보면 버스에 불이 붙어 위급한 상황인데도 탑승객을 구하기 위해 차에서 내리는 중국인은 한 명도 보이지 않았다. 기자가 중국에서 산 준중형차에는 작은 소화기가 처음부터 트렁크에 달려 있었다. 사고가 난 터널 안에 있던 차량에도 소화기가 배치됐을 가능성이 크다. 소화기가 없더라도 누구든 한 명쯤서 버스 유리창을 깼다면 피해를 조금이라도 줄일 수 있지 않았을까. 이번 참사로 배려 없는 중국 사회를 새삼 확인했다. 아울러 국제관계에서 배려를 기대하는 건 어리석은 일이라지만 상대가 중국이면 더욱 그렇다는 확신을 준다. 북한 미사일을 막으려는 사드 배치에 일방적인 보복으로 나온 그들이다. 새 정부는 이런 중국과 상대해야 한다.

 

출처. 조선일보 캡쳐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7/05/12/2017051203270.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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