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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김경준	작성일	2017-02-11
제목	푼수	조회수	1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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푼수 ‘푼수’와 ‘분수’는 그것이 그것이다 ‘푼수’라는 단어의 의미에 대해 아주 엉뚱한 이야기가 인터넷상에 떠돈다. ‘아이를 낳다가 죽은 여자’를 ‘푼수’라고 한다는 것이다. 남들 다 잘 낳는 애를 낳다가 칠칠치 못하게 죽었다고 하여 그 여자를 ‘푼수’라고 한다니 해괴한 해석이다. 애를 낳지 못하거나 애를 낳다가 죽은 사람을 변변치 못한 사람으로 간주하여 그를 ‘푼수’라고 비아냥거린다면 이는 너무나 비인간적인 처사이다. 물론, ‘푼수’가 “이 푼수야, 푼수 짓 좀 그만해라”에서처럼 ‘생각이 모자라서 어리석은 사람’이나 ‘변변하지 못한 사람’이라는 의미로 쓰이는 것은 사실이다. ‘푼수’라는 말을 들으면 기분이 나빠지는 것도 그 때문이다. 그런데 ‘푼수’가 본래부터 이처럼 나쁜 의미로 쓰인 것은 아니다. 본래는 ‘얼마에 상당한 정도나 능력’ 또는 ‘됨됨이나 자격’과 같은 긍정적 의미를 갖고 있었다. 물론 지금도 이러한 의미가 남아 있다. “자신의 푼수를 알아야지”의 ‘푼수’는 전자의 의미로, “그 일을 해낼 만한 푼수가 못 된다”의 ‘푼수’는 후자의 의미로 쓰인 것이다. 그런데 이들 문장 속의 ‘푼수’는 ‘분수(分數)’로 바꾸어도 문맥상의 의미가 크게 손상되지 않는다. ‘푼수’를 ‘분수(分數)’로 대체할 수 있는 것은 ‘푼수’가 ‘分數’에서 온 말이기 때문이다. 한자 ‘分’은 ‘분’으로 읽히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푼수’를 비롯하여 ‘칠푼이, 팔푼이, 푼돈, 푼물(대어놓고 사는 물이 아니라 이따금 한 지게씩 사는 물), 푼변(－邊, 예전에 푼으로 계산하던 변리), 푼푼’ 등에서 보듯 ‘푼’으로 읽히기도 한다. ‘푼’은 ‘分’에 대한 중국 근대음(近代音)을 반영한 것으로 본다. 그럼, ‘푼수’에 결부된 ‘생각이 모자라서 어리석은 사람’이라는 의미는 어떻게 해서 생겨난 것인가? 이는 ‘푼수’와 빈번히 어울려 나타나는 부정어 ‘없다’의 의미 가치에 전염(傳染)되어 생긴 것이다. 즉, ‘푼수’가 ‘푼수 없다’는 표현 형식으로 많이 쓰이게 되면서 ‘없다’가 지니는 부정적 의미 가치가 ‘푼수’에까지 파고들어가 ‘얼마에 상당한 능력’이라는 긍정적 의미를, 그러한 능력이 없어서 ‘모자라고 부족한 사람’이라는 부정적 의미로 바꾼 것이다. 이것이 이른바 ‘전염(傳染)’에 의한 의미의 부정화 현상이다. ‘푼수’가 ‘모자라고 어리석은 사람’이라는 부정적 의미로 변한 뒤에, 이러한 사람을 좀더 낮잡아 표현하는 ‘푼수데기’라는 말도 생겨났다. ‘푼수데기’는 ‘푼수’에 접미사 ‘－데기’가 결합된 어형인데, ‘－데기’는 몇몇 명사에 붙어 ‘그와 관련된 일을 하거나 그런 성질을 가진 사람’의 뜻을 더한다. ‘부엌데기, 새침데기, 소박데기’에 쓰인 ‘－데기’도 그와 같은 것이다. 한편, ‘전염’에 의한 의미의 부정화 현상은 ‘분수’에서도 발견된다. ‘분수’는 본래 ‘분별’, ‘지혜’라는 긍정적 의미를 띠고 있었다. 그래서 “그 할아버지는 분수가 있는 분이지”와 같은 표현이 자연스러웠던 것이다. 그런데 지금은 그 본래의 의미대로는 잘 쓰이지 않는다. 오히려 ‘제 신분에 알맞은 한도’나 ‘사람으로서 일정하게 이를 수 있는 한계’라는 의미와 함께 ‘분별력이 없는 것’ 또는 ‘분별력이 없는 사람’이라는 의미로 많이 쓰이고 있다. ‘분별력이 없는 것’ 또는 ‘분별력이 없는 사람’이라는 부정적 의미는 ‘분수’와 빈번히 어울려 나타나는 ‘없다’의 의미 가치에 전염되어 생겨난 것이다. 부정적 의미를 더 실감나게 표현할 때에는 ‘분수’에 접미사 ‘－통’을 붙여 ‘분수통’이라고 한다. 접미사 ‘－통’은 한자 ‘通’으로 ‘미국통, 소식통’ 등에서처럼 어떤 명사 아래에 쓰여 ‘그 방면에 정통한 사람’을 긍정적으로 지시하는 역할을 한다. 그런데 ‘분수통’에서만큼은 ‘엉뚱한 사람’이라는 부정적 의미를 강조하는 역할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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