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과 나의 겨울이 따뜻할 때

시 / 이채

따뜻한 계절을 거쳐 오는 동안
우리는 너무 많은 햇살을 써 버렸고
몸과 마음도 습기에 차 눅눅해졌을 테니
점점 짧아지는 햇살에 몸을 말리고
마음도 말갛게 말려
하얀 겨울의 가벼운 발걸음이었으면

없는 사람에겐 여름보다 겨울나기가 힘겼습니다
추위는 비싼 땔감과 두꺼운 옷을 필요로 하니까요
있는 사람이 제대로 사는 삶이란
없는 사람을 생각하며 살아가는 검소함이겠지요
그것은 겸손의 미덕이라고 하기 전에
자신의 삶에 대한 깊은 성찰의 자세라고 봅니다

없으면 없는 대로 있으면 있는 대로
주어진 환경에 감사하며
나보다 더 어려운 이웃을 위해
기도하는 두 손의 따뜻함을 잊지 않았으면

있다는 것과 없다는 것의 차이는 무엇일까요
똑같이 주어지는 하루의 몫
중요한 것은 생각하기 나름이니
불만과 원망이 없는 삶 속에서
진실되고 의로운 일에 더 많은 열정을 쏟았으면

봄까지의 긴 기다림 속에서도
아, 참 아름다운 세상에 살고 있구나
꽃은 져도 내 안의 꽃을 피우는 겨울 뜨락에
백설의 아늑한 보금자리를 마련할 수 있었으면

종일 걸어야 저녁에 이르고
어둠도 깊어야 밤이 오듯
겨울을 다 걸어야 봄을 만나는 꽃처럼
인내의 열매가 보람의 꽃으로 피어날 수 있기를

출처. 이채 뜨락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