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후약방문(死後藥方文)/청송 권규학

숲에 무엇이 있는지
알고 싶다면
숲 속에 들어가 보면 알 일이지
숲에 들어가 보지 않고서
풀꽃이 어떻고 나무가 어떨지를 
왈가왈부(曰可曰不)할 일은 아니다

건강이 소중한 걸 알려면
병상(病床)에 누워봐야 비로소 안다
늘 건강하게 살아왔다고 해도
시시 때때 확인하고 돌아볼 일이다
매사 자신만만할지라도
제 몸뚱이가 제맘대로 되지 않으면
그땐 이미 후회해도 소용없는 일

소 잃고 외양간 고치려 하지 말고
지금 당장 살펴봐야 하며
겉도 속도 이상이 없는지
꺼진 불도 다시 돌아볼 일이다
인생은 단 한 번뿐, 연습이란 없을 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