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관계 증진


1. 들어가며
사람들은 누군가와 만나 사랑에 빠지면, 그 또는 그녀와 영원히 함께 할 수 있을 것만 같은 달콤한 환상 속에 결혼을 준비한다. 그러나 신혼 후 이어지는 삶의 녹녹치 않은 무게들은 꿈이 아닌 눈앞에 처한 현실이 된다. 그들이 막연하게 꿈꿔 왔던 결혼은 그저 허상인 것일까 생각하고, 사랑의 저장소가 될 줄 알았던 가정은 전쟁터를 방불케 하는갈등의 장소가 되기도 한다. 왜 사랑으로 시작되었던 관계가 갈등의 관계로 변화되는 것일까?


2. 부부갈등의 발생 요인
부부는 오랜 기간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면서 여러 역할을 수행하게 되는데 그 과정에서 다양한 문제를 만나게 된다. 갈등이란 이런 다양한 역할과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개인의 욕구를 포기하고 의사결정에 어려움을 느끼며 삶에 혼란과 불편함, 불안정을 겪게 될 때 나타나는 상태이다. 갈등은 내적갈등 (intra-conflict)와 개인 간 갈등 (inter-conflict)으로 구분하는데 부부갈등은 대부분 개인 간 갈등으로 이루어져 있지만, 개인이 내적 갈등을 겪는 경우도 있게 때문에 부부갈등은 포괄적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 부부갈등이 사랑과 반드시 상관관계가 있는 것은 아니어서 갈등이 많더라도 친밀감은 지속될 수 있는 반면 서로에 대한 무관심 때문에 갈등이 적어 보이는 부부도 있다. 그러므로 부부 갈등에 대해 부정적으로만 바라볼 필요는 없으며 상황을정확하게 이해하고 긍정적인 해결을 위해 노력하는 자세가 더 중요하다.

그렇다면 결혼 생활에서 갈등과 문제는 왜 발생하는 것인지 이해할 필요가 있는데, 부부갈등의 요소는 다음의 7가지 요소로 이루어진다. (2015, 최규련)

▷ 경제관련 갈등 : 소득과 직업적 안정은 결혼생활과 가정의 평화를 위해 필수적이다. 실직과 잦은 이직은 개인의 자존감을 감소시키고 부부간 결속을 약화시킬 뿐 아니라, 불안정감으로 인한 부부불화를 촉진하기도 한다. 또한 서로 다른 소비패턴과 재정관리의 주도권 때문에 갈등이 초래되기도 한다.

▷ 자녀로 인한 갈등 : 자녀양육방법, 훈육, 교육비, 진로와 취업, 결혼 등과 관련된 의견 차이와 자녀에게 건강/학업/행동문제 등이 발생했을 때 해결과정에서 갈등이 일어날 수 있다.

▷ 시가/처가와의 갈등 : 부부한쪽이 자신의 원가족 부모와 밀착될 경우 부부갈등이 일어날 수 있다. 부모세대의 과잉개입 또한 문제를 악화시키기도 한다.

▷ 성 관련 갈등 : 성의 의미, 가치관 및 중요도에서 부부 간에 발생되는 인식 차이로 인해 문제가 일어난다.

▷ 성격 및 가치관, 사고 방식의 차이에서 오는 갈등

▷ 개인적 소인: 정신과적 질병에 취약성을 가진 배우자로 인해 갈등이 초래되기도 한다.

▷ 신념 체계의 차이: 문제에 대해 자기 책임을 회피하고 배우자 탓을 할 때 갈등이 일어나는데, 결혼 전에 매력으로 여겼던 점이 결혼 후 불만요소로 바뀔 경우 갈등이 초래되기도 한다.


3. 부부갈등의 해결 유형

부부들이 갈등이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사용하는 유형은 다음과 같다.

(1) 회피형: 해결을 미루고 농담으로 돌리는 등 갈등에 대한 직접적인 이야기를 피한다. 이것은 갈등을 만성화시키고 부부간의 정서적 거리를 심화시킨다.

(2) 감정표출형: 참지 않고 화를 내거나 짜증을 내고 폭언을 하는 등 큰 소리로 싸우고 헤어지자고 말한다.

(3) 행동표출형: 물건을 던지거나 폭력을 사용한다. 늦은 귀가, 음주, 잠자리를 피하거나 가출 등을 하며 자신의 역할을 소홀히 한다.

(4) 순응형: 무조건 상대방에게 맞추고 양보하며 참는다. 자존감이 낮아지고 진정성이 결여된 관계를 유지하면서 쌓인 불만이 또 다른 부부갈등을 일으키기도 한다.

(5) 외부 도움 요청형: 지인과 상의하거나 조언을 듣는다. 전문가 등을 통해 도움을 받기도 한다.

(6) 신앙에 의지형: 성직자나 신에게 도움을 청한다.

(7) 이성적 대처형: 갈등이나 문제를 오래 끌지 않고 해결하려고 노력한다. 갈등을 받아들이고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계획하고 실천하면서 배우자와의 타협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려고 한다.

(8) 협동형: 부부가 서로 자기를 개방하고 공감적 경청을 통해 대화를 지속한다. 갈등 상황과 자신의 입장, 상대방의 입장을 모두 정확하고 충분하게 이해하는 것을 토대로 합리적으로 갈등을 해결할 수 있다.


4. 부부관계 회복을 위한 대화법 (2015, 최규련)

□ 말하기 기술
갈등 상황에서 말하기의 본질은 자신의 상황과 경험들을 상대방에게 전달하여 상대방이 자신을 정확하게 이해하게 하는 것에 있다.자신에 대해 표현하는 6가지 구성요소는 다음과 같다

a. 자신에 대해 말하기: 자신이 주인이 되어 부드럽게 시작
b. 감각정보 묘사하기: 자신이 보고 듣고 지각한 구체적 상황 묘사
c. 사고 표현하기: 자신의 해석, 기대, 판단, 추측, 평가 표현
d. 감정 나누기: 자신의 감정, 느낌 묘사
e. 소망 표현하기: 자신의 바람, 욕구, 의도 표현
f. 행동 진술하기: 자신의 과거 행동, 현재 행동, 미래 행동계획 진술


□ 듣기 기술 (경청 기술): 경청하는 목적은 배우자에 관하여 정확하게 이해하기 위한 것이다. 효과적인 경청을 위해서는 배우자를 존중하고 이해하려는 마음으로 시작하여 다음 5가지 기술을 사용한다.

a. 주의 기울이기: 상대방 바라보기, 따라가기, 끝까지 듣기
b. 인정하기: 상대방의 경험의 타당성과 가치를 인정하는 반응
c. 요약하기: 상대방의 말을 요약해서 되돌려주고 이해의 정확성 확인
d. 정보 요청하기: 상대방의 속 얘기와 본심을 더 개방하도록 격려
e. 개방질문하기: 상대방을 충분하게 이해하기 위해 질문


□ 이마고 치료에서 사용하는 부부대화법

a. 반영하기: 듣는 사람이 말하는 사람의 이야기를 되풀이해서 말해 주는 것이다. 이를 통해 두 사람 모두 메시지를 정확하게 들었는지 확인할 수 있기 때문에 부정확한 이해에서 유발되는 논쟁을 막아준다. 또한 그에 따른 듣는 사람의 방어적 태도를 막아 준다.
b. 인정하기: 듣는 사람이 말하는 사람의 내용의 타당성을 수용해 주는 것이다. 이를 통해 말하는 사람에게 그가 하고 있는 말의 내용을 이해하고 있음을 보여주어 서로 연결됨을 경험하게 된다.
c. 공감하기: 듣는 사람이 말하는 사람의 감정을 같이 느끼고 추측하여 전달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듣는 사람이 자신의 입장에서 벗어나 말하는 사람의 감정을 경험하고 감정적으로 수용하는 것을 보여주어 말하는 사람은 자신의 진정한 모습을 허용 받는 경험을 하게 된다. 그 결과 부부 각자는 서로의 개성과 차이를 인정하면서 분화되어 가고 연결감을 갖게 된다.


5. 마치며
때때로 개인은 부모와의 관계에서 경험한 결핍이나 상처를 배우자와의 관계에서 보상을 받고자 하는데, 그와 같은 보상심리를 자극하는 사람에게 매력을 느끼고 결혼에 이르기도 한다. 그러나 회복되지 않은 어린 시절의 상처는 어느 새 배우자에게 투사되어 건강한 관계를 맺지 못하고 갈등 상황을 일으키게 한다. 문제 해결 방법을 모른 채 경험하는 갈등 상황은 개인에게 좌절감과 함께 더 큰 혼란을 가져다 주기도 한다.
그러나 비슷한 상처를 입은 사람들끼리 또는 정반대의 에너지를 가진 사람과 결혼하는 것이 비록 보상심리에서 비롯될 지라도 개인 스스로 치료하고자 하는 욕구에서 비롯되는 자연스러운 것일 수 있다. 그러므로 결혼 관계에 보편적으로 존재하는 부부갈등은 고통의 원인이기도 하지만 어떻게 대처하느냐에 따라 오히려 관계를 성장시킬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도 한다.
관계는 개인이 성숙해질 때 아름답게 성장할 수 있다. 부부 안에 갈등이 발생했다면 성급하게 좌절하거나 관계를 포기하지 말자. 진정한 자기를 발견한 부부는 서로에게 멋진 동반자가 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임을 안다. 변화는 개인의 관점이 바뀔 때 시작되고, 개인 안에서 먼저 시작되는 것이다.

※ 참고문헌
최규련 (2015). 부부문제와 부부상담. 신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