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중은 개·돼지다”

“신분제를 공고화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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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향욱 교육부 전 정책기획관의 부적절한 발언이 파문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그는 경향신문 기자와의 저녁자리에서 영화 ‘내부자들’을 인용해 “민중은 개·돼지로 보고 먹고 살게만 해주면 된다”도 말했다고 합니다.

여기서 민중은 국민의 99%를 지칭합니다. 이탈리아 경제학자 빌프레도 파레토(Vilfredo Pareto)를 연상케 하는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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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소수 엘리트, 그리고 성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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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프레도 파레토는 ‘모든 개미는 근면한 일꾼’이라는 고정관념을 부정했습니다. 모든 개미가 열심히 일할 거라는 예상과 달리 20%의 개미만 뼈 빠지게 일하고 나머지 80%는 베짱이 못지않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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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신기하게 개미사회는 유지됩니다. 이것이 바로 소수의 엘리트가 집단 전체의 성과를 결정한다는 ‘파레토의 법칙’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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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명량’에 등장한 엘리트들

이순신의 영웅전이나 다름없는 영화 ‘명량’을 보실까요? 빌 게이츠나 스티브 잡스의 성공신화처럼 이순신의 영웅전에서도 ‘파레토의 법칙’이 떠오릅니다. 이순신은 물론 3명의 일본 수군 역시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선발한 최고의 엘리트 장수들이죠.

4. 파레토 법칙의 결정판

지금도 조선왕조 500년 사직을 상징하는 경복궁과 광화문, 세종대왕의 등 뒤로 34만 일본 대군을 홀로 막아선 ‘조선의 1%’ 이순신 장군이 서 있습니다. ‘소수가 대세를 결정한다’는 파레토 법칙의 결정판인 셈이죠.

5. 그 사이 민초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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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목에서 궁금한 게 있습니다. 조선의 1%인 이순신이 일본 대군에 맞서는 동안 민초民草들은 무얼 하고 있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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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에서 본 것처럼 울돌목이 내려다보이는 산등성이에 옹기종기 모여서 한일전 축구를 응원하듯 손에 땀을 쥐고 전쟁을 관전했을까요? 그저 조선군의 반격에 함성을 지르고 역전 결승골을 작렬한 이순신을 향해 큰절을 올리는 관중에 불과했을까요?

6. 투명인간으로 전락한 민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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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트 사관史觀’이나 ‘영웅사관’에서 절대 다수의 민초는 단순한 사역꾼이거나 관객으로 전락하기 십상입니다. 아예 투명인간으로 취급 받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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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신이 영웅이었던 것은 분명합니다. 하지만 영웅에게 스포트라이트를 비추기 위해 민초를 지워버리는 역사는 불온하기 이를 데 없습니다. 더구나 이런 파레토의 법칙은 왜곡된 엘리트 지상주의로 이어진다는 위험을 품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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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파레토 법칙의 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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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인지 불행인지 ‘파레토의 법칙’은 웹 2.0 시대를 맞아 퇴장했습니다. 그 자리에 ‘하찮은’ 다수가 전체를 주도하는 ‘롱테일(long tail) 법칙’이 들어앉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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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월가의 탐욕스러운 금융자본가를 향한 분노, 최근 브렉시트를 통해 표출된 소수 엘리트 집단에 편중된 부와 기회에 대한 영국인의 분노가 바로 그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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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롱테일 시대의 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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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수 엘리트의 지배’를 의미하는 파레토의 법칙. 그때는 옳았을지 모르지만 지금은 틀린 얘기입니다. 소수의 엘리트 대신 하찮은 다수가 세상을 바꾸는 ‘롱테일’의 시대가 다가오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