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이면 농한기인데다 춥다며 소여물 주는 것도 부부가 서로 눈치를 보면서 미룬다. 나태함에 자칫 게으름병에 걸리기 쉬운 계절이다. 이런 게으름병을 치료할 수 있는 게 뭐가 있을까.

　곰곰이 생각을 하던 중이었는데, 마침 <농민신문>에 ‘아침운동 제대로 하기’ 건강 기사를 보고서 떠오른 게 있었다. 모델이 쓴 털모자였다. 손뜨개질 솜씨를 발휘하여 가까운 지인들에게 따뜻한 기운을 조금이나마 나눠주고 싶어졌다.

　요즘 젊은 사람들을 보면 형형색색의 털모자와 목도리를 많이 하고 다닌다. 마치 손으로 뜬 것 같아서 “그거 누가 떠 주었는가?” 하고 물어보면 대개 “가게에서 샀다”는 대답을 듣게 된다.

　필요하면 돈 주고 사면 편리하기에 사실 힘들게 만들어 입는 사람들을 찾아보기가 쉽지 않다.

　우리 어릴 적만 해도 기계로 짠 스웨터들이 훨씬 비싸고, 손으로 뜬 스웨터는 아예 값도 없었다. 그런데 요즘에는 가게에서 파는 손뜨개 모자만 해도 상당히 값비싸다.

　십년 전만 해도 뜨개실을 파는 손뜨개방이 꽤 많았다. 그런데 요즘에는 주위에 보이지 않아 인터넷으로 검색해 보니 딱 한군데뿐이었다. 짬을 내어 찾아갔더니 예상과 달리 손님들로 꽉 차 있었다. 유행은 다람쥐 쳇바퀴 돌듯 돌아오나 보다. 사장님 말로는 최근 들어 북적거리는 편이라고 한다. 유심히 보니 임신부들이 많았다.

　손뜨개방 사장님은 손님들에게 털실값만 받고 선생님이 되어 코잡기부터 마무리까지 꼼꼼히 가르쳐준다. 수시로 들어오는 손님들은 먹거리를 한가지씩 만들어 와서 같이 나눠 먹기도 한다.

　쉴 새 없이 손을 놀리면서 입담을 늘어놓아 분위기는 화기애애하다. 사장님은 “집에서 빈둥거리면 갱년기에 우울증이 걸린다”며 뜨개질이 좋다는 걸 은근히 강조한다.

　<농민신문> 건강 기사에도 밝혔듯이 추운 날 외출하면 근육이 경직되기 쉽고 뇌출혈 위험도 있는데 털모자 하나로 이런 위험을 낮출 수 있다. 털모자로 운동할 때나 출퇴근길에 훈훈한 온기를 조금이나마 불어넣을 수 있다.

　그래서 가까운 지인들에게 모자와 목도리를 정성껏 떠서 선물했더니 무척이나 좋아했다. 별거 아니지만 정성이 담긴 선물은 뿌듯함과 기쁨이 오래 남는 것 같다.

　뜨개질로 부지런함이 몸에 배자 소여물 미루던 일도 줄고, 아침에 일찍 일어나니 일도 그만큼 일찍 처리하게 돼 알찬 하루가 됐다. 이제는 여름을 대비해 남편이 시원하게 입을 수 있는 셔츠를 뜨기 위해 여름용 뜨개실을 사두었다. 작은 취미가 일상을 바꾼다. 앞으로도 부지런함을 이어갈 것이다.　

　김미정(2013년 본지 생활수기 당선자)

출처:농민신문.2016.02.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