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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노동’이라는 말은 1983년 미국의 사회학자가 쓴 <통제된 마음 The Managed Heart>이라는 저서에 처음 등장했습니다. ‘감정노동’은 승무원이나 텔레마케터처럼 자신이 느끼는 감정을 감추거나 억누르며 직무를 수행해야 하는 노동을 말하는데, 사실 이런 업종 뿐 아니라 대부분의 사회생활이 어느 정도의 감정노동을 포함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흔히 '사회생활의 스트레스'라 불리는 많은 것들이 바로 이 ‘감정적 억누름’에서 비롯되니까요.

그런데 선진국형 경제가 되어 서비스업의 비중이 커지면 그만큼 많은 사람들이 서비스업에 종사하게 되고, 이것은 곧 감정노동으로 인한 사회적 문제 또한 커질 것임을 의미합니다. 육체 노동이 중요하던 시절, 건강한 몸을 유지하는 것이 개인이나 사회를 위해 필요한 일이었듯 이제 심적인 건강을 유지하는 것이 개인적으로나 사회적으로 중요한 문제가 되는 것이지요.(언젠가부터 드라마에서 괴로워도 슬퍼도 울지 않는 캔디형 주인공들이 인기를 끄는 것도 이런 시대적 맥락과 무관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이 심적 역량이라는 것의 본질은 무엇이고 어떻게 해야 그 힘을 지켜갈 수 있는 걸까요? 아무래도 그 지혜는 동양철학에서 찾아보는 것이 좋을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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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에도 실체가 있다.

지난 한 세기가량 동안, 우리는 서양철학의 영향으로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살았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본래 우리가 세상을 보던 방식이 아닙니다. 지난 한 세기를 제외한 나머지 긴긴 세월 동안, 동양인들은 정신도 몸과 다를 바 없는 실체를 가지고 있다고 믿으며 살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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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리(天理)가 사람에게 부여된 것을 성(性)이라 하고 성과 기(氣)를 합하여 한 몸에서 주재가 되는 것을 심(心)이라 하니, 심이 사물에 응해서 밖으로 발하는 것을 정(情)이라 하는 것이다.’ 

- 율곡 이이 <인심도심도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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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용한 율곡의 말에서도 알 수 있듯이 우리 선조들은 마음이 기(氣), 지금으로 말하자면 에너지로 구성되고 운용된다고 믿었습니다. 몸이 육체라는 실체를 가지고 있듯이 마음도 어떤 재료(실체)와 형상을 가지고 있다고 본 것입니다. 물론 이것은 보이지 않는 재료로 이루어져 있어 눈으로 볼 수는 없지만 가만히 느껴보면 느낄 수 있는데, 이런 관점을 가지면 여러 가지 마음의 문제에 관해 훨씬 구체적이고 명쾌한 해답에 이를 수 있습니다. 감정의 문제도 마찬가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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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이란 무엇인가

누군가 나를 공격하면 우리는 팔다리 등 신체의 일부를 이용해 자신을 보호합니다. 이것은 육체뿐 아니라 마음에서도 똑같이 일어나는 현상인데 누군가가 나의 마음을 공격하면 마음은 어떤 에너지를 발산함으로써 이를 방어하고자 합니다. 이것은 보이지 않게 오가는 일종의 에너지적인 공격과 방어라고도 할 수 있는데, 바로 이 에너지의 움직임이 감정의 실체라 할 수 있습니다. 율곡이 말한 ‘심(마음)이 사물에 응(답)해서 밖으로 발(산)하는 것을 정(情)이라 한다’는 말의 의미가 바로 이런 것이지요.

예를 들어, 상대방이 공격적인 에너지를 보내오면 우리는 그에 상응하는 에너지를 일으켜 방어하거나 맞받아침으로써 공격을 멈추라는 경고를 보내고자 할 것입니다. 실제로 우리는 매일 이러한 상황을 경험하며 살아가는데 바로 이것이 우리가 경험하는 분노의 본질이라 할 수 있습니다. 본래 분노는 이렇듯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상대방에게 보내는 일종의 경고 사이렌인 것이지요.

그런데 만약, 공격을 받아도 절대 눈을 깜빡거리거나 피하는 등의 방어 동작을 하지 못하게 하면 어떻게 될까요? 그는 아마도 반사적으로 일어나는 행동을 억제하느라 온통 신경을 곤두세우게 될 것이고, 그로 인해 많은 힘을 소진하게 될 것입니다. 감정노동을 할 때 우리가 겪는 어려움도 사실은 이런 것입니다. 마음이 공격을 받으면 그에 대응하기 위해 우리의 마음에도 감정의 회오리가 일어납니다. 그런데 이것이 밖으로 표출되지 못하면 그 힘이 소진될 때까지 마음 안을 휘젓고 다니며 자신의 에너지를 고갈시키게 됩니다. 다행히 충분한 휴식을 취할 수 있다면 다시 에너지를 충전해 평상심을 되찾을 수 있겠지만 만약 재충전 없이 계속 힘을 소진하기만 한다면 면역력을 잃은 육체에 병이 찾아오듯이, 마음도 결국 과부하로 인해 시스템 오류를 일으킬 수 밖에 없을 것입니다. 감정노동에 오래 종사한 사람들이 결국 마음의 병을 얻게 되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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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자원을 아끼는 법

우리는 흔히 눈에 보이지 않는다는 이유로 마음을 너무 함부로 다룹니다. 마치 써도 써도 사라지지 않는 공기를 대하듯 아무렇게나 소모하고 써버려도 된다고 생각하며 내 마음도, 다른 사람의 마음도 함부로 고갈시켜 버리지요. 하지만 우리의 몸이 무한한 자원이 아니듯 우리의 마음도 저절로 무한정 생기는 자원이 아닙니다. 충분히 보충해주고, 보살피지 않으면 곧 고갈되고 마는, 나름의 운용 원리를 가지고 있는 유한한 자원입니다. 그렇다면 이 자원을 보호하기 위해 우리에겐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요.

첫째는, 마음의 힘이라는 것이 매우 중요하고 유한한 삶의 자원임을 인식하고 서로의 자원을 보호해 주려 노력하는 것입니다. 자신이 화가 난다고 그 화를 다른 사람에게 쏟아 붓는 것은 사실 상사에게 뺨을 맞았다고 그 분풀이로 부하의 뺨을 치는 것 만큼이나 야만적이고 유치한 행동입니다. 눈에 보이지 않을 뿐 본질적으로 화를 내는 것은 폭력을 행사하는 것과 전혀 다를 바가 없는 행동인 것이지요.

둘째는, 다른 사람들과의 교감을 통해 정서적 에너지를 충전하는 법을 배우는 것입니다. 예로부터 사랑이나 감사의 마음을 중요하게 여겼던 것은 누군가를 사랑하고 사랑받는 것이 서로의 에너지를 북돋우어 주는 일이었기 때문입니다. 사랑은 식물까지도 더 잘 자라게 합니다. 실체가 없는 무엇이 아니라 생명력을 꽃피게 하는 좋은 에너지를 우리는 사랑이라 부르는 것입니다. 그래서 사랑하고 감사할수록 우리의 마음은 더 큰 힘을 얻게 됩니다.

셋째는, 휴식의 중요성을 인식하는 것입니다. 만약 열흘 동안 밤을 새우거나 한 달 내내 술을 마시는 사람이 있다면 우리는 곧 그의 건강에 적신호가 켜질 것임을 예상할 수 있습니다. 마음의 문제도 다를 것이 없습니다. 지나치게 오래 과도한 스트레스 상태가 지속되면 적극적으로 그 상황을 벗어나 새로운 충전의 기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그러한 긴장과 이완의 리듬을 삶에 부여하지 못한다면 당신의 생명력은 금세 고갈되어 버릴 것이고 이는 곧, 당신의 인생에 주어질 많은 기회들을 결코 붙잡을 수 없게 됨을 의미합니다.

마음도 몸과 전혀 다를 것이 없습니다. 아끼고 보호해 주고 힘을 더해 주어야 건강할 수 있는, 또다른 우리의 또다른 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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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노동’이라는 말은 1983년 미국의 사회학자가 쓴 <통제된 마음 The Managed Heart>이라는 저서에 처음 등장했습니다. ‘감정노동’은 승무원이나 텔레마케터처럼 자신이 느끼는 감정을 감추거나 억누르며 직무를 수행해야 하는 노동을 말하는데, 사실 이런 업종 뿐 아니라 대부분의 사회생활이 어느 정도의 감정노동을 포함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흔히 '사회생활의 스트레스'라 불리는 많은 것들이 바로 이 ‘감정적 억누름’에서 비롯되니까요.

그런데 선진국형 경제가 되어 서비스업의 비중이 커지면 그만큼 많은 사람들이 서비스업에 종사하게 되고, 이것은 곧 감정노동으로 인한 사회적 문제 또한 커질 것임을 의미합니다. 육체 노동이 중요하던 시절, 건강한 몸을 유지하는 것이 개인이나 사회를 위해 필요한 일이었듯 이제 심적인 건강을 유지하는 것이 개인적으로나 사회적으로 중요한 문제가 되는 것이지요.(언젠가부터 드라마에서 괴로워도 슬퍼도 울지 않는 캔디형 주인공들이 인기를 끄는 것도 이런 시대적 맥락과 무관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이 심적 역량이라는 것의 본질은 무엇이고 어떻게 해야 그 힘을 지켜갈 수 있는 걸까요? 아무래도 그 지혜는 동양철학에서 찾아보는 것이 좋을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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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에도 실체가 있다.

지난 한 세기가량 동안, 우리는 서양철학의 영향으로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살았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본래 우리가 세상을 보던 방식이 아닙니다. 지난 한 세기를 제외한 나머지 긴긴 세월 동안, 동양인들은 정신도 몸과 다를 바 없는 실체를 가지고 있다고 믿으며 살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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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리(天理)가 사람에게 부여된 것을 성(性)이라 하고 성과 기(氣)를 합하여 한 몸에서 주재가 되는 것을 심(心)이라 하니, 심이 사물에 응해서 밖으로 발하는 것을 정(情)이라 하는 것이다.’ 

- 율곡 이이 <인심도심도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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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용한 율곡의 말에서도 알 수 있듯이 우리 선조들은 마음이 기(氣), 지금으로 말하자면 에너지로 구성되고 운용된다고 믿었습니다. 몸이 육체라는 실체를 가지고 있듯이 마음도 어떤 재료(실체)와 형상을 가지고 있다고 본 것입니다. 물론 이것은 보이지 않는 재료로 이루어져 있어 눈으로 볼 수는 없지만 가만히 느껴보면 느낄 수 있는데, 이런 관점을 가지면 여러 가지 마음의 문제에 관해 훨씬 구체적이고 명쾌한 해답에 이를 수 있습니다. 감정의 문제도 마찬가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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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이란 무엇인가

누군가 나를 공격하면 우리는 팔다리 등 신체의 일부를 이용해 자신을 보호합니다. 이것은 육체뿐 아니라 마음에서도 똑같이 일어나는 현상인데 누군가가 나의 마음을 공격하면 마음은 어떤 에너지를 발산함으로써 이를 방어하고자 합니다. 이것은 보이지 않게 오가는 일종의 에너지적인 공격과 방어라고도 할 수 있는데, 바로 이 에너지의 움직임이 감정의 실체라 할 수 있습니다. 율곡이 말한 ‘심(마음)이 사물에 응(답)해서 밖으로 발(산)하는 것을 정(情)이라 한다’는 말의 의미가 바로 이런 것이지요.

예를 들어, 상대방이 공격적인 에너지를 보내오면 우리는 그에 상응하는 에너지를 일으켜 방어하거나 맞받아침으로써 공격을 멈추라는 경고를 보내고자 할 것입니다. 실제로 우리는 매일 이러한 상황을 경험하며 살아가는데 바로 이것이 우리가 경험하는 분노의 본질이라 할 수 있습니다. 본래 분노는 이렇듯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상대방에게 보내는 일종의 경고 사이렌인 것이지요.

그런데 만약, 공격을 받아도 절대 눈을 깜빡거리거나 피하는 등의 방어 동작을 하지 못하게 하면 어떻게 될까요? 그는 아마도 반사적으로 일어나는 행동을 억제하느라 온통 신경을 곤두세우게 될 것이고, 그로 인해 많은 힘을 소진하게 될 것입니다. 감정노동을 할 때 우리가 겪는 어려움도 사실은 이런 것입니다. 마음이 공격을 받으면 그에 대응하기 위해 우리의 마음에도 감정의 회오리가 일어납니다. 그런데 이것이 밖으로 표출되지 못하면 그 힘이 소진될 때까지 마음 안을 휘젓고 다니며 자신의 에너지를 고갈시키게 됩니다. 다행히 충분한 휴식을 취할 수 있다면 다시 에너지를 충전해 평상심을 되찾을 수 있겠지만 만약 재충전 없이 계속 힘을 소진하기만 한다면 면역력을 잃은 육체에 병이 찾아오듯이, 마음도 결국 과부하로 인해 시스템 오류를 일으킬 수 밖에 없을 것입니다. 감정노동에 오래 종사한 사람들이 결국 마음의 병을 얻게 되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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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자원을 아끼는 법

우리는 흔히 눈에 보이지 않는다는 이유로 마음을 너무 함부로 다룹니다. 마치 써도 써도 사라지지 않는 공기를 대하듯 아무렇게나 소모하고 써버려도 된다고 생각하며 내 마음도, 다른 사람의 마음도 함부로 고갈시켜 버리지요. 하지만 우리의 몸이 무한한 자원이 아니듯 우리의 마음도 저절로 무한정 생기는 자원이 아닙니다. 충분히 보충해주고, 보살피지 않으면 곧 고갈되고 마는, 나름의 운용 원리를 가지고 있는 유한한 자원입니다. 그렇다면 이 자원을 보호하기 위해 우리에겐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요.

첫째는, 마음의 힘이라는 것이 매우 중요하고 유한한 삶의 자원임을 인식하고 서로의 자원을 보호해 주려 노력하는 것입니다. 자신이 화가 난다고 그 화를 다른 사람에게 쏟아 붓는 것은 사실 상사에게 뺨을 맞았다고 그 분풀이로 부하의 뺨을 치는 것 만큼이나 야만적이고 유치한 행동입니다. 눈에 보이지 않을 뿐 본질적으로 화를 내는 것은 폭력을 행사하는 것과 전혀 다를 바가 없는 행동인 것이지요.

둘째는, 다른 사람들과의 교감을 통해 정서적 에너지를 충전하는 법을 배우는 것입니다. 예로부터 사랑이나 감사의 마음을 중요하게 여겼던 것은 누군가를 사랑하고 사랑받는 것이 서로의 에너지를 북돋우어 주는 일이었기 때문입니다. 사랑은 식물까지도 더 잘 자라게 합니다. 실체가 없는 무엇이 아니라 생명력을 꽃피게 하는 좋은 에너지를 우리는 사랑이라 부르는 것입니다. 그래서 사랑하고 감사할수록 우리의 마음은 더 큰 힘을 얻게 됩니다.

셋째는, 휴식의 중요성을 인식하는 것입니다. 만약 열흘 동안 밤을 새우거나 한 달 내내 술을 마시는 사람이 있다면 우리는 곧 그의 건강에 적신호가 켜질 것임을 예상할 수 있습니다. 마음의 문제도 다를 것이 없습니다. 지나치게 오래 과도한 스트레스 상태가 지속되면 적극적으로 그 상황을 벗어나 새로운 충전의 기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그러한 긴장과 이완의 리듬을 삶에 부여하지 못한다면 당신의 생명력은 금세 고갈되어 버릴 것이고 이는 곧, 당신의 인생에 주어질 많은 기회들을 결코 붙잡을 수 없게 됨을 의미합니다.

마음도 몸과 전혀 다를 것이 없습니다. 아끼고 보호해 주고 힘을 더해 주어야 건강할 수 있는, 또다른 우리의 또다른 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