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노동이란, 실제 자신이 느끼는 감정과는 무관하게 직무를 행해야 하는 감정적 노동을 말합니다. 미국 버클리대 명예교수이자 여성 사회학자인 앨리 러셀 혹실드가 1983년에 낸 책 『통제된 마음(The Managed Heart)』에 처음 등장한 말입니다.

대한민국에는 약 700만명의 감정 노동자들이 있다고 합니다. 이들은 자신이 느끼는 감정을 억누른 채, 자신의 직무에 맞는 고정된 행위를 해야 합니다. 그런데 이러한 상황이 지속되면 감정적 부조화(현재 느끼는 감정과 표출해야 하는 감정이 달라 일어나는 긴장상태)를 초래하며 심한 스트레스를 유발하기도 합니다.

한국직업개발능력원의 조사에 따르면 음식서비스 관련직, 영업 및 판매 관련직, 미용·숙박·여행 관련직 등이 감정 노동을 많이 수행하는 직업군이라고 합니다. 그중에서도 백화점 감정 노동자들은 다른 시장에 비해 무거운 감정 노동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백화점이 다른 시장에 비해 친절한 서비스를 제공 하고 있어, 이를 이유로 백화점을 이용하는 고객들도 적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에 백화점의 감정 노동자 분들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았습니다.

김군은 평일 오전에는 학원을 다니고, 오후에는 백화점에서 돈을 버는 학생입니다. 하루 종일 바쁜 스케줄 때문에 항상 웃기 어려울 때가 많다고 합니다. 백명에게 웃어도 한명에게 웃음기 없이 대했을 때에는 핀잔을 들어야 할 때가 있다고 합니다. 또한 다짜고짜 반말로 대하거나 무리한 요구를 당연한 것처럼 이것저것 시킬 때에는 참담한 심정이라고 합니다.

G 군은 학교를 다니면서 주말이나 수업이 없는 날에 꾸준히 나와서 용돈을 스스로 벌고 있는 대학생입니다. 어린 나이 때문에 많은 분들은 아무렇지 않게 반말을 할 때마다 속이 많이 상한다고 합니다. 사소한 일로 소리를 지르거나 억지로 상품의 변경 및 환불을 요구할 때마다 ‘죄송하다’ 고 마무리해야 할 때가 많다며 억울한 심정을 토로했습니다.

  이처럼 감정노동자들은 반말이나 부당한 요구를 스트레스로 호소하고 있습니다. 감정노동자 692명, 소비자 1000명을 대상으로 감정노동기업 소비문화조성 전국협의회의가 조사한 <스트레스 1순위라고 생각하거나 생각되는 이유>에서 역시 반말과 부당한 요구가 스트레스 1, 2위를 차지했습니다.

이들 감정 노동자들은 인격적인 부당한 대우를 받아도 친절한 태도를 유지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즉 부당한 대우에 대한 슬픔, 분노, 억울함 등의 감정을 상대방에게 드러내지 못하고 감추는 것을 강요받고 있으며, 오히려 자신의 부정적인 감정을 표출 할 경우 상대방에게 더 한 모욕, 또는 자신이 속한 조직에서 불이익을 받게 되기도 합니다.

따라서 감정 노동자들은 자신의 감정과는 다른 친절한 태도를 일관적으로 유지할 수밖에 없는데 이 때문에 공황장애, 우울증, 각종 인격 장애, 나아가 자살까지도 이어지게 됩니다. 이제 이들의 고통은 더 이상 무시할 수 없는 사회의 문제로 확대 되었는데요. 대한민국에서 감정 노동자로 살아가는 이들에게 우리 사회는 어떤 방법으로 소통해야 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