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춘계감수성훈련 교육후기<br><br><br>봄비치곤 많이 내리던 날, 충무로 역에서 내려 남산골의 한적한 산행을 벗 삼아 연수원에 도착하였다. 이른 시간이어서인지 사람들이 별로 없기도 하고 낯도 설어 남산공원으로 산책을 하였다. 내가 왜 이곳에 서 있게 되었을까를 생각하면서...<br><br>등록을 하고 방에다 짐을 풀고 강의를 들으면서 점차 내 정체성을 찾아가고 있음을 느끼게 되었다. 첨 강의는 심리학과 카운슬러에 관한 것이었다. 예전에 학교에서 들었던 강의의 연장선인 것도 있고 삶에서 체득한 것도 있었지만 전체적으로 볼 때는 카운슬링에 대한 정리를 할 수 있는 기회였던 것 같다. 그 가운데에서도 칭찬에 인색하지 말라는 것은 내가 학생들의 가르칠 때 또는 직장 후배들을 가르칠 때 주장했던 방법이었다. 사람들은 누구나 나름대로 콤플렉스를 가지고 있는데 그것을 건드렸을 때 그들의 반응은 어떨까? 이는 남의 잘못을 캐는 것 보다는 남을 인정해줘야 한다는 것이다. 인간관계가 먼저 형성돼야 상담을 잘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된다. 카운슬러는 그런 점에 주의를 기울이면서 신뢰를 받도록해야 하고 GOOD LISTENER가 돼야 한다. <br><br>첨 T 그룹 훈련은 서로 모르는 사람들과 알아가는 과정이라 할 수 있었다. 사실 모든 훈련 내용이 다 나를 알리고 타인을 알아가는 것이었지만 말이다.<br><br>그룹훈련은 남과 빨리 친해지는 방법이랄까 그런 것이었다. 첨엔 집단이 걸으면서 스쳐지나가고 담엔 눈을 마주치면서 지나가고 담엔 몸이 스칠 듯 말 듯 지나가고 마지막엔 악수를 하든지 손을 잡든지 하는 신체 접촉이 있었다. 첨엔 어색함으로 땅바닥을 쳐다보며 걷다가 내 파트너는 누가 될까 라는 생각에 흘낏 쳐다보기도 하고 저 사람에게는 별로 말하고 싶지 않겠다며 선을 긋기도 하고... 그런 과정의 반복 속에서 마침내 파트너가 정해지고 듣는 작업이 이루어졌다. 카운슬러에서 젤 중요한 것이 듣는 그것도 아주 잘 듣는 것이기 때문에 상대방의 얘기를 들어주는 훈련이 이루어지는 것이다. 이런 들어주는 과정을 여러 유형과 방법을 동원하여 실제로 해봄으로써 내가 피상담자가 되어 보기도 한다는 점이 ST훈련인 것 같다. 아무 말도 안하고 상대방의 얘기를 오랜 시간 동안 들어주어야 하고 나도 마찬가지로 상대방에게 나에 대해서 얘기하고 싶은 부분을 얘기하는 것, 이과정후엔 상대방을 겉으로나마 알게 되었다고나 할까. 사실 모르는 사람에게 나를 설명하는 일이 얼마나 당황스럽게 만드는 일인가. <br><br>그러나 한차례 자신의 설명이 끝나고 담엔 손을 꼭 붙들고 얘기할 때엔 좀 더 속내에 있는 얘기들을 해줘야 겠다는 생각이 드는 건 왜일까. 이것이 상담방법의 하나라고 생각된다. 신체적 접촉을 통해 상대방과 신뢰를 쌓는 과정이 잘 듣는 상담자가 되는 과정이니까 말이다. 이런 훈련은 연수 내내 계속 이루어졌다. 따라서 다양한 방법이 제시되었다. 그러나 상대방의 말을 잘 듣는 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가는 다음날의 훈련에서 여지없이 드러나게 되었다. 하나도 놓치지 않고 잘 듣는 다는 것이 내가 듣고 싶은 부분만 들은 것은 아닌지 반성하는 기회가 되었으며 상담을 할 때는 보조기구인 녹음기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방법이 좋으리라고 여겨졌다. 내가 들은 얘기를 그 사람이 되어서 얘기를 하다보니까 와전되는 경우가 있었기 때문이다. 또한 마지막 훈련에서는 자기 자신의 부채를 갚으려고 마음의 빚을 청산하는 과정이 있었는데 훈련의 성격이라든가 방식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진행하는 부분이 생겨 맘을 상하게 하기도 했다. 물론 내가 깨지고 부서져서 새로 태어나는 계기를 줘야 한다고 굳게 믿고 행하는 상담자의 유형이라면 모르지만 내가 카운슬링을 할 때 만일 내담자의 맘을 상하게 하여 다시는 상담하러 오지 않게 만드는 것이 바로 나라면 상담자는 큰 실수를 범한 것이 아닌가...이런 오류를 범하면서 몸으로 직접 잘못된 카운슬러의 유형을 체득한 것이 앞으로 여러 유형의 상담을 할 때 도움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br><br>이런 감수성 훈련은 사람의 잠재되어 있는 저 깊은 곳의 감성을 자극하여 어떤 때는 울게도 하고 웃게도 만들고 분노도 하고 자신을 책망하기도 하는 그런 과정이며 자신을 올바르게 직시하는 여러 방법중의 하나라고 생각되며 첨 접하는 시도들에 대한 신선함이 좋은 경험으로 남는다.<br><br>남산 공원의 브라인드게임은 내가 장님의 입장이 되어 보기도 하고 내가 벙어리인도자의 입장이 되어 보면서 신체적 불편함을 가진 사람들을 이해하고 서로 돕는 참 인간세상 살기를 배웠다. 첨에는 나를 제대로 모르면서 이사람은 왜 눈을 깜고 산길을 걷고 있지? 과연 이사람은 날 정말로 믿고 걷는 것일까...뭐 이런 생각을 하였다. 옆 사람의 행동에서 내가 신뢰를 주지 못하고 있구나... 이사람은 나의 도움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