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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영애님의 글입니다. >긴 비와 쉬임없는 일정으로 몸도 마음도 지치고 힘든 때였다. 남들 다가는 여름휴가도 못 가고 더위에 지친 나팔꽃같은 모양으로 허덕이는 일상 속에서 기대되는 프로그램이었었다. 왜냐하면 계룡산 자락에서의 1박2일간의 쉼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감수성 훈련은 그야말로 우리의 잠자는 감성을 깨우는 프로그램이 아니던가? 메말라버린 나의 일상과 마음을 회복시킬수 있는..<BR>연휴라 길 밀릴것을 예상하고 기차표를 구매했다. 그리고 소풍가는 마음으로 짐을 꾸리고 기차에 올랐다. 모처럼 떠나는 길이라 온 동네에 나 대전간다고 소문을 다 냈더니 대전에 사는 대학원 선배가 마중을 나오겠다는 연락이 왔다.누군가가 기다리는 곳으로 가 본 적이 있는가? 그가 누구이든 나를 기다려준다는 것만으로 너무나 행복한 경험이다. 나는 누구를 아끼고 기대하는 마음으로 기다려준 적이 있는가? 그것도 괜찮겠다. 누군가의 마중을 받는 것도 행복하고 누군가를 기다리는 것도 멋있겠다.<BR>왕벗꽃이 줄지어 늘어서있는 동학사 입구를 오르면서 긴 산책을 하고 싶었다. 서늘한 저녁나절 훠이훠이 이 길을 걷고싶다. 그러면 그동안 쌓았던 묵은 체증들이 시원하게 풀어질 것도 같았다. 그러나 첫날 프로그램은 쉼없이 진행되었고 밤늦게까지 이어졌다. 그러나 그 시간속에서 나는 다른 사람들을 보는 법을 배웠고 나를 보여주는 법도 배웠다. 나를 누군가에게 보여주는 것이 두려워 꼭꼭 싸매고 있던 것들을 왜 나는 그렇게 한번의 방어도 없이 주절주절 늘어놓았을까? 내려놓고 나니 그리 대단한 것도 없었던 것을..난 처음으로 나의 모습을 드러내며 평안함을 맛보았다. 그리고 팀원들로부터 피드백을 받는 시간에 진심어린 애정을 보내주신 분들로 인해 영혼이 충만해 지는 경험을 하기도 하였다. 그리고 일정이 끝나고 난후 참석한 동료들과 막걸리를 나눠마셨다. 내평생에 처음 먹어본 막걸리였다. 그것은 혀끝이 알싸한 새로운 경험이었다. 꼭 내가 낯선 이들과 처음 가진 나눔과 같은 것이었다. 아마도 그 맛은 평생 못 잊을 것 같다. <BR>다음날 계룡산 등반, 내 짝의 손을 잡고 눈감고 오르는 길,, 오로지 오늘 처음 만난 내 짝을 의지해서 가야하는 돌짝길... 눈을 감으니 세상과 단절된 두려움이 밀려왔다. 그때나는 내려놓는 연습을 했다. 그래, 세상을 조금만 내려놓으면 편해질거야. 조금만 나를 버리면 겁날게 없어... 넘어질 걱정 안하니 눈감고 가는 길이 어찌나 편안하고 행복하던지,.그래 조금만 나를 버리면 세상이 좀더 행복해질 수 있어...<BR>짝의 손을 이끌고 그와 걷는 길은 두려웠다. 남의 길을 인도한다는 것은 두려움이었다. 남편 생각이 났다. 긴 인생길 눈감은 사람같은 나와 아이들을 이끌고 이렇고 노심초사하며 살고 있겠구나. 많이 힘들고 외로웠겠다. 참으로 많은 생각을 하게하는 한 나절이었다. 그리고 내 짝,, 참 예쁘고 정겹던 짝이 생각난다. 그의 따뜻한 마음도....<B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