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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송호 작성일 2020-08-18
제목 나이 들어 좋은 점들 조회수 2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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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나이 들어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나이 드는 것을 느낄 때마다 우울해진다는 분들을 주변에서 많이 만납니다.

전에도 그런 분들을 많이 만났고, 비슷한 얘기를 들었지만, 저와 관계없다고 생각하다보니 흘려들었을 가능성도 있긴 합니다.

어쨌든 나이 들어 직장에서 밀려나고, 가족들도 눈칫밥을 주고, 몸도 여기저기 고장 났다고 아우성칠 때 서러운 마음이 드는 건 인지상정일 것입니다.

 

하지만 나이 들면 필연적으로 불행해질 것이라는 생각에 대해 저는 반대합니다.

우리가 나이가 들어서도 불행하다고 생각하는 가장 큰 이유는 나이에 맞게 생각을 바꾸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즉 젊었을 때의 성장과 성공 추구의 가치관을 나이가 든 다음에도 계속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사실 우리는 우리 의사와 상관없이 이 세상에 태어났고, 대부분 부모를 비롯한 주위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젊은 시절을 보냅니다.

부모 말씀 잘 듣고, 공부 열심히 하여 명문 학교를 나오고, 사회가 인정하는 좋은 직장에 다니고, 결혼해서 자식을 낳고 사는 것이 인생의 목표인양 살고 있습니다.

문제는 주위의 기대에 제대로 부응하기도 힘들거니와 설사 그런 삶을 산다고 해도 나이가 들면 허전함을 느끼게 된다는 점입니다.

 

최근 사회적으로 큰 이슈가 되고 있는 우울증과 조현병 환자가 늘어나는 이유도 바로 이런 주위의 기대에 부응하면서 생기는 스트레스 때문이 아닐까요?

타고난 능력이나 태어난 여건이 주위의 기대에 부응하기에는 모자라다고 느낄 때 나오는 절망감의 표현이 우울증이나 조현병이 아닐까요?

승자독식의 신자유주의, 태어날 때 금수저와 흙수저가 결정되는 양극화 사회에서는 우울증과 조현병이 많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나이 들어 은퇴를 하면 주위의 기대에 부응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줄어드니 우울증과 조현병이 감소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그 이유는 나이 들어서도 젊었을 때의 강박관념을 버리지 못하고 거기에 집착하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이제까지 가졌던 성공에 대한 집착을 이룰 가능성이 사라졌다는 데 대해 더욱 더 실망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나이가 들어 가장 좋은 점은 경쟁에서 벗어나 자신의 삶의 가치를 찾는 것이 가능하다는 점입니다.

이제까지 앞만 바라보고 뛰어왔던 발걸음을 멈추고 서서 나는 누구이고,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대한 생각을 할 수 기회를 가질 수 있다는 점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나이가 들어 생기는 우울증은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려는 무의식적인 몸짓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봐야 한다는 필요성을 느끼게 되면 나이 들어 느껴지는 몸의 쇠퇴나 질병도 다른 각도에서 바라볼 수 있습니다.

젊었을 때는 자신의 몸이 곧 자기라고 생각하고 살면서, 자신의 건강이 지속되는 한 경쟁에서 이길 수 있다는 막연한 기대감을 갖습니다.

하지만 나이가 들면서 몸이 예전 같지 않다는 것을 느끼고, 심지어 여기저기 몸이 아프기 시작하면 육체가 곧 자신이라는 데 회의를 갖게 됩니다.

 

육체적 쇠퇴나 질병을 통해 육체와는 다른 차원의 진정한 자아에 대한 인식을 갖게 됩니다.

이런 육체적 느낌의 객관화를 통해 진정한 자아에 다가갈 수 있게 되면 행복한 인생 후반부를 시작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됩니다.

진정한 자아를 찾는 데 도움이 되는 명상도 결국 호흡이나 몸의 감각을 객관화함으로써 몸이 곧 내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는 과정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물론 저는 육체적 쇠퇴를 방지하기 위해 규칙적으로 걷기도 하고, 건강 음식을 챙겨먹고, 마음을 편안하게 가지려고 노력합니다.

또 한편으로는 책도 읽고 명상도 하면서 제 삶의 가치가 무엇인지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지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안나푸르나 트레킹과 제주 올레길 등을 걸으면서 나를 찾는 작업도 해보려고 계획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