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아버지가 반에서 맨날 꼴찌만 하는 아들에게 말했다. "기말고사 때는 꼴찌에서 벗어나라. 그렇지 않으면 부자간의 인연을 끊겠다."

기말고사가 끝나고 아들이 돌아오자 아버지가 물었단다. 시험은 어떻게 되었냐고. 그러자 아들이 이렇게 되물었단다.

"아저씨, 누구세요?"

꼴찌를 받아 왔으니 부자의 인연은 끊어졌다. 이제 아빠가 아니라 아저씨다. 아저씨 주제에 시험을 어떻게 보았든 왜 물어본담? 아들이 기계적으로 상황을 파악하는 부분에서 웃음이 나온다. 인간이 흡사 기계같이 행동할 때 웃음이 나온다고 베르그송은 자신의 저서 <웃음>에서 설파한 바 있다. 얼핏 보면 아들이 볼트 너트로 조립된 기계같이 보인다. 아빠라고 해서 다르지 않다.

꼴찌가 되면 부자로서의 인연을 끊겠다는 발상이 황당무계하지 아니한가? 아이가 꼴찌성적을 받는 이유는 두 가지다. 첫 번째, 선천적 두뇌의 한계다. 두 번째, 후천적 노력의 부족이다. 첫 번째야 당연히 부모 책임이고 두 번째도 역시 부모의 가정교육에서 기인하는 바가 크다. 아들에게 큰소리치기 전에 가슴에 손을 얹고 부모 먼저 반성을 해야 할 일이다. 굳이 성적 책임을 물어 호적에서 파낼 거라면, 시원찮은 머리를 물려준 아빠부터 파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