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고기는 헤엄을 잘 치고, 원숭이는 나무를 잘 오르며, 치타는 빠르게 달릴 수 있습니다. 각각 다른 동물들이 저마다의 능력을 갖고 있듯이 사람도 저마다 자기가 잘하는 능력이 있습니다. 두루두루 다 잘 할 수는 없기에 우리는 자신이 잘하는 재능을 찾아 한 분야에서 남보다 탁월한 인재가 되기 위해서 노력해야만 합니다. 

 서양 속담에 ‘모든 것을 잘하는 사람은 특별히 잘하는 것이 없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이것저것 두루두루 할 줄 알아도 어느 것 하나 제대로 못하는 것보다는 한 가지라도 능숙하게 잘하는 것이 훨씬 낫습니다. 왕년의 쿵후 액션 스타 브루스 리(Bruce Lee)는 “나는 만 가지 발차기를 구사하는 사람은 두렵지 않다. 내가 두려운 사람은 한 가지 발차기만 연마한 사람이다.”라는 명언을 남겼습니다. 미래에도 무서운 힘을 발휘하는 사람은 전문가일 것입니다. 전문가 중에서 융합인재가 나오는 법입니다.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과 오스카상 4관왕에 빛나는, 자랑스러운 한국 영화 <기생충>의 봉준호 감독은 전문가의 무한한 잠재력을 보여준 성공사례입니다. 그는 어린 시절부터 그림, 문학, 음악을 좋아했고 늘 영화에 푹 빠져서 영화감독을 꿈꾸면서 영화를 공부해 왔으며, 영화계에 입문해 산전수전 다 겪은 후 결국은 자신의 끼와 재능을 발견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오랜 시간 동안 한 분야를 깊게 연구한 그는 ‘봉테일’이라는 별명에서도 보이듯 최고의 전문성을 발휘하며 자신만의 영화세계를 구축했던 진정한 성덕(성공한 덕후)입니다. 

 미래에는 한 우물만 파는 것도 위험할 수 있겠지만, 한 우물도 제대로 파지 않는 것은 더욱더 위험할 것입니다. 일단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유망한 한 분야를 정하고 그 분야의 전문가가 되는 것이 좋을 것입니다.  4차 산업혁명의 핵심기술, 유망 직업, 교육, 과학, 문화 등과 관련된 전문가라면 더더욱 좋습니다. 일단 전문가가 된 이후에는 분야를 넘나드는 다양한 관심과 여러 분야를 융합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할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이제까지의 연재를 마무리하면서 4차 산업혁명의 미래를 준비하는 우리의 자세와 원칙적인 관점 몇 가지를 제언하려고 합니다.

첫째, 미래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을 가져야 하고, 미래는 절대적인 숙명이 아니라 우리가 능동적으로 만들어갈 수 있다는 생각이 중요합니다.
 4차 산업혁명을 이끌어가는 것은 과학기술이지만 첨단 기술들은 인간이 어떻게 제어하고 활용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4차 산업혁명이 가져올 필연적인 미래 같은 것은 애초부터 없습니다. 4차 산업혁명도 결국은 사람이 하는 것이기에 기술보다는 인간의 관점에서 4차 산업혁명을 바라보아야 합니다.

둘째, 4차 산업혁명은 빠른 변화를 가져올 것이므로 변화에 대한 적응력과 대응이 중요합니다.
 변화가 빠른 시기에는 강한 자보다는 변화에 빨리 잘 적응하는 자가 살아남습니다. 그것이 찰스 다윈이 말했던 적자생존의 원칙입니다. 미래에는 학교에서 배웠던 지식이나 기술만으로는 결코 평생을 살아갈 수 없습니다. 지식과 기술도 수명이 있고 끊임없이 새로운 지식, 새로운 기술이 쏟아질 것이므로 늘 새로운 것을 배우고 받아들이려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셋째, 변화를 꿰뚫어보는 통찰력(Insight)을 기르고 미래를 예측하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모든 변화에 대해 세심하게 관찰하면서 당장 눈에 보이는 현상보다는 보이지 않는 본질을 파악할 수 있는 통찰력을 길러야 합니다. 변화가 빠르고 미래가 불확실해질수록 미래예측이 더 필요합니다. 미래를 읽는 사람은 살아남고 미래에 관심이 없는 사람은 뒤처질 수밖에 없습니다.

넷째, 다양한 관심을 갖고 분야를 넘나드는 융합을 추구하되, 반드시 자신만의 전문성을 가져야만 합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인재를 간단히 요약하자면 ‘창의적인 융합인재’입니다. 하지만 창의성과 융합능력을 갖추기에 앞서 자신만의 전문역량을 먼저 길러야 합니다. 다른 사람보다 잘 할 수 있는 한 분야의 전문성, 그리고 인공지능 기계가 대체하기 힘든 인간으로서의 능력을 갖춘다면 세상이 아무리 변화해도 세상을 이끌어가는 인재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인문학적 관점을 갖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인간은 기계가 아니며 인공지능이 될 수도 없습니다. 인간으로서 인간답게 사는 것이 가장 아름답습니다. 따라서 인간은 왜 사는가, 또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대한 끊임없는 질문과 성찰이 필요합니다. 이런 질문을 끊임없이 인간 자신에게 던지는 것이 인문학(Humanities)입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도 여전히 인문학적 관점이 중요합니다. 기술문명이 아무리 발전하고, 또한 인공지능이 인간 능력을 넘어선다고 하더라도 인문학적인 질문에 대한 답을 주지 않습니다. 미래에도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궁극적인 삶의 목적과 의미는 인간 자신이 스스로 찾아야 합니다. 인간의 미래는 인간 자신이 만들어야 하며, 미래를 결정하는 것은 첨단 기술이 아니라 바로 인간 자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