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식들이 나를 2인실에 맡길지 6인실에 맡길지 결정하는 시대는 갔다. 이제는 경제력 있는 노인들이 자율적으로 소비를 선택하는 시대가 왔다."

지난 24일 서울 용산구 그랜드 하얏트 호텔에서 열린 제 563회 한국능률협회(KMA) 최고 경영자 조찬회에서 김영선 경희대 노인학과 교수는 '욜드(young old - 젊은 노인 세대)'의 등장을 이같이 정의 했다

건강과 경제력을 갖춘 노인세대가 소비재와 금융 등 전 산업군에서 새로운 시장을 주도하는 중심축으로 부상한다는 얘기다. 이는 지난 3월 매일 경제가 제 29차 국민보고대회를 통해 제시한 젊고 건강한 노인층이 만들어 가는 이상적인 경제 부활'욜디락스'와 맥이 닿아 있다.

김 교수는 이날 강연에서 "글로벌 노화연맹(GCOA)에 따르면 미국 기업 15%는 고령화에 대한 비즈니스 계획을 갖고 있다."며 "우리가 생각하는 '케어(돌봄)' 서비스에만 머무는 것이 아니라 우리 삶의 모든 영역으로 시장이 확대되고 있고, 스타트업과 로봇 등 첨단산업분야에서도 고령화와 관련된 아이템이 강조되고 있다"고 말했다.

김교수는 국내에서도 베이비 부머세대가 본격적으로 은퇴를 시작함에 따라 향후 10년간 가파른 시장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2025년이면 전체 인구에서 노인 인구가 차지하는 비중이 20%, 즉 천만 노인 시대가 열린다"며 "내수가 적어서 시장 형성 가능성이 없다는 우려가 있었는데, 우리도 영국이나 독일, 일본, 등 초고령화 사회처럼 충분한 내수를 확보할 수 있는 여력이 생겼다"고 평가 했다. 김교수는 초고령 사회 진입으로 현재 72조원 규모인 국내 고령 친화산업 규모가 2030년이면 128조원으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김교수는 노인을 향한 사회적 편견을 개선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는 "은퇴하고 사회에서 소외 될 수 있는 나이라고 생각하지만 최근 고령자는 사회에서 가장 빛날 수 있는 세대가 되있다"며 "전체 인구에서 차지하는 규모가 크고, 건강하며 경제력이 있어 소비의 주체로 기능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교수는 최종 사용자(end user)의 니즈(욕구)를 잘 읽어내는 것이 향후 비즈니스의 성패를 가를 것으로 내다 봤다. 그는 "좋은 기술이 많이 나오고, 기업들이 노인을 위한 기술을 많이 개발하는데도 결국은 잘 사용되지 않는 상황에 놓인다"며 "노인을 위한 기술은 일단 쉬워야 하고, 기계에 대한 불안감을 낮추는 방향으로 개발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예전에는 제품을 만드는 게 다 였다면, 지금은 노인에게 기술에 대한 자신감을 주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KMA최고 경영자 조찬회는 1973년 부터 매월 개최돼왔다. 800여개 회원 기업 최고경영자(CEO)와 임원급 기업인들이 참여한다.  - 매일경제 2020. 7. 28 A3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