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조이산어록(正祖李祘語錄) - 관리-2

- 소통의 정치

소통(疏通)의 정치를 어찌 폐할 수 있겠는가. 옛말에 이르기를, "성인이 다스리는 세상에는 버려지는 물건이 없다."고 하였고, 또 이르기를, "물건은 끝까지 앞길을 막아서는 안 된다."고 하였다. 백성의 입을 막는 것도 오히려 냇물을 막는 것보다 심하다고 하였는데, 하물며 허물이 없는데 막힘을 당하고 작은 실수인데도 영원히 벼슬길을 막아서야 되겠는가. 어찌 한 번 정사하고 두 번 정사하는 것을 임시변통으로만 할 수 있겠는가.

내가 연석에서 윤음(綸音)을 내리면서 여러 차례 벼슬길을 소통시키라는 하교를 했었다. 그런데도 전관에 있는 신하들이 끝내 내 뜻을 잘 받들려고 하지 않아 소통시키는 권한이 불량한 무리들의 농락하고 관직을 팔아먹는 밑천이 되게 하였으니, 참으로 통탄스럽다. 대체로 온 조정이 합당하지 못하기 때문에 나라의 제방이 엄하지 못하고, 제방이 엄하지 못하기 때문에 충신과 역적이 분명하지 못한 것이다. 충신과 역적을 분명히 하고 제방을 엄히 하려고 한다면 소통하는 것보다 나은 것이 없으니, 전형(銓衡)1)을 맡은 신하에게 깊이 바라는 바이다.

嘗敎銓官曰. 疏通之政. 何可廢也. 古語曰聖世無棄物. 又曰物不可終枳. 防民之口. 尙云甚於防川. 况無累而被塞. 微眚而永停. 豈可一政再政. 徒然因循乎. 予於筵席絲綸之間. 屢有疏枳之敎. 而居銓之臣. 終不肯對揚. 致使疏通之柄. 爲釁孼之徒所把弄沽市之資. 良可痛也. 大抵擧錯失宜. 故隄防不嚴. 隄防不嚴. 故忠逆不明. 其欲明忠逆而嚴隄防. 莫如疏通. 深有望於銓衡之臣也.

[네이버 지식백과] 소통의 정치 (정조이산어록, 2008. 1. 25., 고전연구회 사암, 손인순)

- 백성에게 폐단이 되는 풍조

어떤 이들은 근래 장리(長吏)의 탐욕스러운 풍조가 몇 해 전에 비하여 조금 덜하다고 하는데, 내 생각으로는 비록 몇 해 전처럼 멋대로 행하고 거리낌 없이 하였던 것처럼은 못 한다 해도 비루하고 인색하여 각박하게 수탈해서 백성들에게 절실한 폐단이 되는 것은 몇 해 전에 비하여 도리어 더 심해졌다. 이 때문에 수령을 차임하여 보낼 때마다 내 마음이 근심스러워 지나쳐버릴 수가 없다. 보지 못하고 듣지 못하는 지역에 있어 한 곳이라도 적임자를 얻지 못한다면 아, 저 구덩이에 나뒹구는 백성들을 내가 구덩이에 밀어넣은 것과 무엇이 다르겠는가.

或以爲近來長吏貪風. 比年前稍戢. 予則以爲雖不能如年前之肆行無忌憚. 若其鄙瑣剝割. 爲小民切己之弊. 則比年前反有甚焉. 以是之故. 每當守令差遣. 此心憧憧. 不能放過. 而若於所不覩所不聞之地. 一或不得其人. 則唉彼塡壑之民. 何異於若己推納乎.

[네이버 지식백과] 백성에게 폐단이 되는 풍조 (정조이산어록, 2008. 1. 25., 고전연구회 사암, 손인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