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古典)

나는 시간 앞에 영원한 것은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대부분의 것들은 시간에 굴복하고 만다. 그런데 고전은 시간과 싸워 이겨냈다. 살아남아 여전히 모두에게 그 가치를 빛내고 있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자는 이를 본질의 힘을 통해 설명한다. 고전은 전 세계 다수의 인간이라는 종(種)이 느끼는 근본적인 무언가를 자극하는 힘을 가졌다는 것이다. 공감할 수밖에 없었던 대목이다. 서양에 사람을 기분 좋아지게 하는 오페라와 차이코프스키의‘바이올린 협주곡’이 있다면 이에 못지않은 감동이 우리의 마당놀이와 국악에도 있다. 저자가 느낀 전율을 독자에게 전해주고 싶은 마음은 잘 알겠으나, 서양의 고전들에 대한 무수한 찬사에 비해 동양의 고전들에 대해선 너무 언급이 없었던 듯하다. 혹시라도 동양의 예술은 고전이 되지 못하고 세월에 사라져갔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든다. 우리가 첨성대, 비발디, 도스토예프스키를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고전을 진짜 알고 있는 것 일까? 클래식은 공부의 대상이 아니라 삶을 풍요롭게 해주는, 즐길 대상으로 내 밖에서 살게 하지 말아야 한다. 고전을 많이 아는 것 보다 깊이 보고, 듣고, 느끼는 것이 좋은 것이다. 경제사회에서 사실 ‘고전, 철학의 인문학이 어디에 쓸모 있느냐’는 소리를 많이 하고 있는데, 나는 생각이 다르다. 우리는 삶에서 많은 희망과 행복을 만나고 슬픔도 좌절도 만난다. 그럴 때마다 우리를 위로해 주었던 게 고전이다. 고전은 지금 우리 시대에 겪고 있는 현실을 직시할 수 있게 도와주고, 문제해결을 위한 지혜를 주기에 우리가 나이가 들면 들수록 더 큰 길잡이가 될 것 같다.

 견(見)

결핍이 결핍된 세상. 아이디어는 도처에 편재하지만 모든 것을 다 보고자 하는 우리는 정작 어느 하나 제대로 보지 못하고 있다. 제대로 보기(見)위해서는 시간을 가지고 천천히 봐줘야 하고 애정을 쏟아야 한다. 또한 본 것을 내 것으로 소화할 수 있는 시간도 필요하다. 호학심사(好學深思). 즐거이 배웠으면 깊이 생각해야 하는 것이다. 직관적으로 전체를 보고 부분을 통합하는 생각의 힘이 작용해야 한다. 낯설게 볼 줄 알아야 한다. 창의성은 낯선 것에 대한 즐거움이라 한다. 새로운 것을 기대하며 세상을 보다보면 우리는 감정적으로도 더욱 풍요로운 삶을 살아갈 수 있다. 창의력은 규격화할 수 없기 때문에 창의력을 기를 수 있는 단 하나의 장소는 바로 현장이며, 보고 경험한 것들이다. 흘려 보는 것이 아니라 제대로 보고 깊이 들어야 된다. 우리는 나의 일상뿐 만 아니라 내 주변에 있는 친구들이 던진 말을 시청하지 말고 견문해주고, 기쁨의 대상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 우리는 더 많이 보려고만 하고 제대로 보려고 하지 않는다. 제대로 볼 수 있는 것이 풍요이고 행복이다. 이것이 바로 보는 것(見)의 힘이다. 선과 악이 서로 다른 동시에 동거하는 현실의 세상이라고 보면, 보이지 않는 진리와 보이는 진리는 서로 연계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