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11시50분이다.

고요가 흐른다.

주위가 모두 잠에 빠져들어서

찍소리 하나 나지 않는다.

그런 중에서도

흐르는 소리들이 있다.

전기가 전선을 흐르는 소리.

아파트의 수채 구멍을 통해 물이 흘러내리는 소리

그런 은은하게 들리는 소리들 가운데서

나의 움직임 소리는 가장 크게 들린다.

글씨를 쓰는 삭삭소리

손이 공책의 종이장을 스쳐지나가는 소리다.

컴퓨터의 자판기를 두드리는 드드득 소리

이것은 물체와 물체의 접촉에서 발생되는 소리다.

이런 소리들이 아마도

생명의 원천이라 불리는 소리들인가 보다.

그리하여

미세하게 들리는 소리가

바로 생명의 소리들일 것이다.

살아있음을 알려주는 소리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