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y hungry, stay foolish"

이제 3월이 한창이다. 벌써 하순이니 곧 4월이고, 성급한 봄꽃들은 남녘땅으로부터 꽃 소식을 전해오고 있다. 3월은 시작하는 달이다. 각 급 학교의 새 학기를 포함하여 사회의 다양한 조직에선 새로운 변화를 시도하며 사회생활을 하는 사람들을 희망에 부풀게 한다. 지난 2월에는 전국의 각 대학들이 학위수여식을 거행하였다. 수많은 대학 졸업생들은 형설지공(?)으로 4년간의 대학 생활동안 공부하느라 수고한 후 청운의 꿈을 안고 대학 문을 나서 사회로 진출하는 때를 맞았다. 그러나 언젠가부터 우리 사회는 대학생들에게 그리 바람직하지 않은 곳이 되어가고 있다. 원하는 직장 뿐 아니라 취업 기회조차 드문 상황에서 취업을 위한 재수 삼수에, 셀 수 없이 이력서를 제출하고도 제대로 직장의 문턱을 넘지 못하기 일쑤인 세상에 살며 낙심과 절망을 경험하고 있다. 우리 젊은 세대들의 시련기가 오래 이어지고 있는 중이다.

이런 시기인 지금에 내가 하고자 하는 이야기가 적절한 것인가 하는 의구심과 누군가에게는 분위기 모르는 그래서 염장을 지르는 소리일 지도 모르겠다.

서울대학교를 졸업한 방시혁 대표가 자신의 모교에서 졸업생을 대상으로 축사를 한 것이 언론에 보도되었다. 방시혁 대표는 방탄소년단을 통하여 이미 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에 한류 문화를 전파하고, 나아가 전 세계 팬들에 막대한 영감을 전하는 뛰어난 대중 스타를 키워낸 한국을 대표하는 음악프로듀서로 성공한 인물이다. 방탄소년단 만큼이나 방 대표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드디어 모교에서도 그를 모셔 졸업생 대상 축사를 하게 하였으며, 졸업생들은 뜨거운 마음으로 그를 환영하였다. 그는 축사를 통하여 매우 인상적인 메시지를 전하였다. 그러나 그는 대부분의 성공한 사람들이 가졌을 것으로 생각되는 “꿈”이 없었으며, 대신 불만과 분노는 가득하였다고 강조하였다. 그러면서 “불만을 가져라. 만족하지 마라”고 후배들에게 당부하였다. 그러면서 “남이 만들어 놓은 꿈을 거부하라”고 하기도 하였다. 다소 의외이긴 하였으나, 성공한 예술가다운 메시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은 자신이 가고자 하는 길에서 자신이 원하는 것을 달성하기 위하여 적당한 타협 없이 최선을 다하라는 당부의 말과 다르지 않았다.

요즘 성공하고자 하는 꿈을 꾸기조차 어려운 세상이다. 자신이 하고자 하는 판에 들어가기도 어렵거니와 어느 정도 하다보면 벌써 승부가 난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에 쉽게 좌절하기도 한다. 그런 가운데 젊은이들에게서 끝없는 의지와 도전 정신을 찾아보기가 어렵고, 빠른 판단으로 판세를 읽고 변화를 찾으려는 시도를 수시로 하는, 변화에 민감한 부류도 많은 듯이 여겨지기도 한다. 그러다 보니 제대로 판을 벌리고 열심히 뛰어보기도 전에 마치 승부가 갈린 듯이 반응하며 하는 일에 끝까지 매진하는 모습이 눈에 잘 띄지 않기도 한다.

그러나 분명히 우리가 잊어서는 안 될 일이 있다.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은 그 어떤 경우보다 룰이 엄정하고 제대로 돌아간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살아가는 일을 우리가 잘 아는 스포츠 경기에 빗대어 설명한다면, 꽤 경기 시간이 길기도 하여 쉽게 경기의 결과를 판가름하기가 쉽지가 않다는 것이다. 따라서 현재 혹시 경기가 불리한 상황이거나, 지고 있는 경우라고 해도 충분히 반전의 시간이나 기회가 많을 수도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우리는 현재의 경기 상황에 대해 서두를 것은 없다. 또한 중간에 경기 운영에 실패하였다고 해도 그리 실망할 것도 없다. 게임은 아직 한참 진행 중이고, 당연히 심판의 종료 휘슬이 불리지 않았다. 다소 밀리고 있고, 열세이며 또는 지고 있더라도 이미 끝난 것이 아니니 해볼 때까지 해 보는 것이다. 승자에 보내는 얄미운 관중의 환호는 귀에 거슬리고 낙심시키는 소리이지만 그래도 게임의 주체는 나이며, 나는 게임의 주인공이고 내가 승부를 결정짓는 당사자이다. 나는 나의 일을 할 뿐이고, 나는 뛸 수 있는 한 열심히 뛰어야 한다. 시간이 있으니, 지고 있다고 포기하는 것은 나의 책임과 의무가 아닌 나의 직무를 어기는 것이고, 유기하는 것이다. 그러니 설령 지금 나는 힘들어도, 경기 내용에 대해 실망하고 있어도 죽을 뚱 살 뚱 뛰어야 한다.

2008년, 스티브 잡스도 스탠포드 대학교 졸업식에서 축사를 하였다. 스티브 잡스는 대학을 졸업하지 않았다. 그는 오레곤주에 있는 리드 대학교에 입학하였지만, 한 학기만 다녔다. 그리고 3학기는 수업료를 내지 않는 학생으로 청강을 하며 그 대학에 머물렀다. 그러니 스티브 잡스는 고졸 학력자이다. 그런 그가 세계적인 명성을 누리는, 실력파들만이 다니는 스탠포드 대학에서 졸업생들을 위해 축사를 하였다. 그러나 그는 세계 제일의 기업 <애플>을 창업하였고, 혁신적인 제품들만을 개발하여 인류 문명에 크게 기여한 역사적인 기업가이며 성공한 사업가이다. 스티브 잡스는 학벌과 관계없이 축사할 충분한 자격이 있는 세계적인 명사였으며, 특히 실리콘 벨리에 있는 스탠포드 대학교는 스티브잡스가 창업한 <애플>이 탄생하고 성장하고 여전히 사업의 기반인 그곳의 터줏대감과도 같은 기업이니, 스탠포드 대학이 모셔서 축사를 부탁해야 할 명분이 많은 vip로서의 의미도 있었다. 그는 15분여에 걸쳐 자신이 준비한 자신의 이야기를 진솔하게 사회에 막 진출하려는 젊은 인재들에게 전해주었다. 그가 하는 이야기는 자신에 관한 이야기였고, 개인사로서 그리 유쾌하지만은 하지 않은 내용이었지만 그는 솔직하게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진지하게 하는 방식을 선택하였다. 그는 독선적이고 개성이 강한 인성을 가졌다고 평가를 받고 있지만, 한편으론 매우 겸손한 사람이라는 생각을 갖게 한다. 최소한 그는 자신의 힘으로 <애플>의 모든 제품들을 독자 개발하지 않았으며, 누군가의 아이디어와 능력에 따라 개발된 제품들에서 독특하고 위대한 가치를 발견하였고, 자신의 창의적인 감각을 통하여 자기 방식으로 그것들을 재구성하거나 재탄생시켰다. 따라서 그는 겸손한 관점으로 세상의 대상들을 유의하게 관찰하며 놀라운 가치를 발견한 인물이라 할 수 있다. 그 겸손한 관점은 그로 하여금 자신의 역할에 대한 끝없는 동기부여와 성찰을 하도록 자극하였을 것이라고 생각하게 하였다.

그는 축사 마지막에 자신이 관심을 가지고 읽었던 책에 게재되었고 자신에게 영감을 주었던 글을 언급하며, 자신이 하고 싶은 메시지를 대신하고 있다.

"Stay hungry, Stay foolish!" (“계속 갈망하라, 여전히 우직하게!“ )

스티브 잡스는 그 누구 못지않게 불행한 인생의 조건과 어려움을 겪은 사람이다. 그런 그가 젊은이들을 포함하여 세상 사람들에게 잔잔하게, 그러나 울림이 큰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이 메시지는 그의 인생철학이요, 사업 성공의 비결이라 할 만하다. 그의 불우한 삶의 일부와 자신의 실망과 분노를 잠재우고, 실패와 좌절을 극복할 핵심 답안이다. 누구나 이 말을 제대로 새길 수 있다면, 스티브 잡스가 터득한 이 메시지의 핵심을 실천할 수 있다면 자기만의 성공한 삶을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또한 희망과 가능성을 포기하지 않는 삶을 살 수 있으니, 언젠가는 반드시 뜻대로 이룰 기회를 보다 많이 갖게 될 것이다. 다소 우울한 세상에서 우리의 젊은이들이 살아가고 있지만, 어느 때이든 희망이 없던 때는 없었으며, 기회 또한 늘 주어져 왔다는 사실을 잊지 말았으면 한다. 그리고 돌이켜 보면 별로 좋은 조건이 아니었던 다양한 능력과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자신에게 주어진 상황과 조건에 관계없이 세상을 겸손하게 돌아보며, 또 끈기 있게 자신의 길을 묵묵히 걸어감으로 해서 자신의 뜻을 마침내 이룬 경우들을 언제라도 확인할 수 있다. 이것을 잘 유념했으면 하는 생각으로 비교적 간단한 내용을 이렇게 조심스럽게, 그리고 길게 쓰고 있다. (강화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