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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한현경 작성일 2019-02-10
제목 내가 좋아 하는 시 한편... 조회수 3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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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한 내가
아름다운 나타샤를 사랑해서
오늘밤은 푹푹 눈이 나린다

나타샤를 사랑은 하고
눈은 푹푹 날리고
나는 혼자 쓸쓸히 앉아 소주를 마신다
소주를 마시며 생각한다
나타샤와 나는
눈이 푹푹 쌓이는 밤 흰 당나귀 타고
산골로 가자 출출이 우는 깊은 산골로 가 마가리에 살자

눈은 푹푹 나리고
나는 나타샤를 생각하고
나타샤가 아니 올 리 없다
언제 벌써 내 속에 고조곤히 와 이야기한다
산골로 가는 것은 세상한테 지는 것이 아니다
세상 같은 건 더러워 버리는 것이다

눈은 푹푹 나리고
아름다운 나타샤는 나를 사랑하고
어디서 흰 당나귀도 오늘밤이 좋아서 응앙응앙 울을 것이다

 

백석-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천재시인 백석 한때 사랑을 나누었던 연인이자 기녀였던 자야(본명 김영한 1916∼1999)와 야반도주를 하려 했지만 백석의 미래을 위해 야반도주를 포기한 자야를 그리워하면서 쓴 시라고 알고 있다. 자야는 성북동 요정 대원각의 주인으로 죽기 전 법정스님에게 1000억 가치의 대원각을 사찰로 만들어달라고 애를 써 결국 이 요정을 길상사로 환골시키고  '길상화'라는 법명을 받았다. 
그 돈이 아깝지 않냐는 기자의 질문에 "1000억이 백석 시 한마디보다 못하다"라고
말했다고 하니 이 얼마나 가슴 아픈 사랑인가!
 
그녀 인생의 가장 순수한 시기에 가슴 아프면서도 찬란했던 사랑이기에 그녀 가슴에 남아있는 이 사랑은 영원히 아련하게 반짝이는 순수함으로 빛나고 있을 것이다.
읽을 때마다 이들의 사랑이 아련하게 다가 온다.

 

 


최경주 사랑의 힘이 가장 강한 것 같습니다.  
[ 2019-02-1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