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안에 나...

내가 뛰지 않는 한 아무것도 흔들리지 않고, 아무것도 움직이지 않고,

아무것도 요동하지 않는다

지구는 1초에 430m의 어마어마한 속도로 돌아가고 있음에도

내가 거하는 이 땅. 이 곳은 아주 작은 미동조차 느껴지지 않는다.

내가 뛰지 않는 한... 내가 걷지 않는 한...

세상은 전혀 움직이지 않는다.

아니, 움직이지 않는 것처럼 느껴진다.

액자속에 고정된 한폭의 풍경화같은 삶

내가 움직일 때, 비로소 함께 요동치듯 움직여 오는 것이다.

내가 움직이지 않고, 엎드려 고요하여, 점점 나약하여 질 때...

축 늘어진 나를 움직이게 하기 위해,

누군가 나를 위협하듯 쫓아오도록 만든다.

마치 한가롭게 초원에서 나뭇가지 위 풀을 뜯고 있는 기린에게

그의 주변을 어슬렁거리며, 순식간에 그를 향해 사자가 온 힘을 다해

달려올 때에, 더 이상 나뭇가지에 집착할 기린은 단 한 마리도

없을 것이다. 이미, 어슬렁거리는 사자의 미묘한 움직임을

풀을 뜯고 있는 척하면서 예리하게 감지했고,

어느 순간 오직 사자로부터 살기 위한 한 가지 목적으로

죽을 힘을 다해 앞으로 달려갈 것이다.

한가로운 한 폭의 풍경화같던 초원은,

이제 너무도 숨가쁜 추격전으로 바꿔지게 된다.

그래서,

그제서야

나는 느낀다.

삶의 위협과 위험의 사건과 문제가 결코 나를 넘어뜨리고,

죽게 하기 위한 것이 아니였슴을.

나를 달리게 했고, 나를 움직이게 했고,

나를 가장 극도의 순간에 가장 최고로 집중하게 만들었으며,

그것이 나를 성장하게 만들었다는 것을 말이다.

원래, 세상은 고정된 그림이 아니라,

원래 세상은 무섭도록 달리고 있다는 것을 말이다.

무서운 속도로 달리고 있는 세상가운데, 나도 함께 달려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