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날의 한산집

콩밭, 고구마밭은 고랑을 덮어

푸른 잎으로 넘실거린다

우뚝우뚝 옥수수는

두어 자루 알곡을 품고

파밭인지 풀밭인지

분간 조차 어렵다

물어대는 벌레

풀은 뽑을 엄두조차 내질 못하고

낮잠만 실컷 자고

노랗게 익은 참외맛

이걸로 오는 낙향소득(落鄕所得)

다담주 쯤이면

백배롱 나무꽃이 흐드러지게 필 터이고

옥수수 꺾어 삶아 먹으면

이 여름 수고의 댓가는 조금씩 갚아지려나

- 우순희 -  '17. 7.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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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촌 서민의 삶과 고뇌를 텃밭을 배경으로 하여

툭툭 읊은 직관적 표현이 담백하다

콩,고구마,옥수수,참외의 서민의 농작물을 풀어내, 

탐욕스런 현대인 병든 삶과 대비시킨 동시에

땅 속, 땅 위, 공간과 우주로 향한 꿈은 

여느 못지않게 크고 순수함을 나타내고 있다  

풀과 벌레같은 삶의 시련일랑 필연으로 내팽개치고

낮잠을 통해 초연히 승화시킨 시인의 여유가 놀랍다.

백배롱 꽃이 흐드러지게 피어날 것을 기다리면서도

이내 옥수수를 꺾어 삶아 먹어야 하는 

이상과 현실 사이를 거리낌없이 지나는 지혜가

사뭇 빛난다   

어찌할 수 없는 굴레에서 벗어나 자연이 준 삶에 

만족하려는 의도가 오히려 대담하고 멋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