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  남  기

                                                                                         (nk@humanlink.kr)

삶과 고통,

이 두 단어는 인류 역사에 있어 빼어 놓을수 없는 일관된 대 명제인지 모른다. 생각해 보건데 우리 인간의 태어남은 아픔으로 삶을 시작하고, 고민과 시련으로 인생을 살다가, 고통으로 삶을 마감한다. 태어날 때 나는 울지만 남들은 기뻐하고, 내가 죽을 때 나는 울지 않지만 남들은 운다. 우리 삶에 있어서 고통은 모든 인류가 그렇게 극복 하고자 했으나, 극복 하지 못한 숙명의 대상임을 알 수 있다. 그 많은 종교와 성현들의 그 많은 가르침으로도 해결되지 않는 절대 불가결의 대 전제였다.

유아기 잦은 아픔, 홍역, 볼거리, 감기가 폐렴으로 발전되어 우리 모두를 초조하게도 하지만 바로 나아서, 지켜보는 이들을 안도하게도 한다. 아플 당시는 열이 펄펄 끓고 감당하기 어려운 사경을 헤메기도 하지만, 앓고 나면 그 만큼 성장하고, 그 만큼 내성이 생겨 건강해졌음을 알 수 있다. 우리는 그렇게 성장하여 여기에 이른 것이다.

이렇게 어렵게 유아기를 보내고 어린이가 되어 밝고 고운 시간들을 보내고 나면, 사춘기라고 하는 이제까지의 병치레와는 다른, 또 다른 차원에서의 찢어지는 아픔을 경험하게 된다. 이제 육체적인 건강과 약간의 강인함의 내성을 확보했으니, 자기존재의 확인과 나는 누구인가라는 한 독립된 개체로서의, 자아형성을 위한 지독한 아픔의 자기 시련기가 온다. 지금까지의 아픔이 육체적인 아픔으로 누군가의 도움과 보살핌으로 나을수가 있었지만, 이제 부터는 차원이 다르다.

어느 누구도 도와 줄 수가 없고 오직 혼자만의, 자기 힘으로 견디어 내고, 이겨 내어야 하는 아주 혹독한 자기 단련의 아픔인 것이다. 이 과정을 통하여 자기존재에 대한 확인과 자아를 확립하여 진정한 성인으로서의 다시 태어날 준비를 하는 것이다. 우리는 이를 사춘기라고 한다. 우리 인간사에 있어 그 누구도 예외일수가 없이 누구나 다 겪어내야만 하는 것이다. 이 지독한 시간들을 보내고 나면 어린이에서 벗어나 의젓한 청소년이 되어가는 것이다. 지나놓고 보니 이 또한 지독한 아픔의 시간들이었다.

아픔에서 아픔으로, 이어지는 것이 우리 삶

이렇게 잠시의 안정기를 보내고 나서는 또 다른 아픔이 시작된다. 이제 한 성인으로서, 이 치열한 경쟁사회에서 경제적 독립을 위한, 말 그대로 먹고 살고, 살아남기 위한 처절한 싸움이 기다리고 있다. 인간이 자기 생존을 위해서, 아니 남들보다 잘 살기 위해서는 좋은 대학에 가야하고, 스펙을 쌓아야 하고, 잘 생겨야 하고 예뻐야 하기에 이 취업 때문에 온 사회가 난리 법석이다.

이러다 보니 이 분야의 시장이 형성이 되고, 이 취업시장을 노린 동물적인 본능으로 성형외과, 난립한 학원들, 고시촌들, 각종 성공관련 서적들이 넘치고도 넘친다. 우리 기성세대 들이 우리 다음의 젊은 청춘 세대들을 노리고 달겨드는 것이다. 모두가 다 좋은 회사에 취업을 해야 하고, 모두가 다 싸잡아 욕하고 혐오하는, 그 그룹사에 취업을 하기 위해서는 꼭 자기를 찾아야 한다고 아우성들이다. 워낙에 난립하고 많고도 많으니 선택 하는 것조차 어렵다.

그렇게 아름답고도 아름다운 청춘의 시기를, 가는지도 모르게 보내고, 어렵고도 어렵게 취업을 한다. 자기 한계성을 인식하고, 현실을 포기 할 수도, 간과 할 수도 없는 내가 그렇게 무력할 수가 없다. 그러나 어쩌랴... 남들 다 하는 취업을 나도 해야만 한다. 왜냐, 살아야 하니까...

이제는 새롭게 펼쳐진, 또 다른 생존의 정글에서 살아남아야 한다. 상사, 동료, 후배, 거래처 등 수많은 관계와 관계 속에서, 좌절과 배신과 음모 속에서, 끝없는 선택과 결정을 강요받는다. 지나고 보니 어릴적 아픔과 사춘기의 고통 따위와는 비교도 되지 않는다. 그때의 고통은 고통도 아니었다. 말 그대로 사느냐 죽느냐, 살아 남느냐, 사라져야 하는가의 싸움이 시작되어, 끝없는 고민과 번민의 아픔 속에서, 그래도 살아남아야 한다.

이 시기에는 그 독한 소주가, 그 쓰디 쓴맛이 우리의 인생과 많이 닮았다는 생각을 한다. 그 쓴 술잔을 비우고 나면, 그래도 기분이 풀리고 마음이 풀린다. 잠시 돌아보니 아픔도 있었지만, 보람과 성취의 기쁨도 있었다고 혼자 자위하며, 이래서 소주는 콜라보다 위대하다는 것을 알게 된다. 아픔은 아픔으로 이어지고, 쓴 아픔 뒤에 위안과 기쁨이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고통이란 무엇인가 !

잠시 시각을 바꾸어 돌아보니 아픈 뒤에는 꼭 성장을 했고, 고통 뒤에는 성숙을 했으며, 시련 뒤에 기쁨이 있었다. 고로 지금의 이 아픔과 시련은 바로 뒤에 올 보람과 기쁨을 잉태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사실 나도 이런 유의 진부한 이야기들을 하도 많이 들어서, 나이 먹은 꼰대(?)들이 젊은 우리들에게, 그 져 견디어 내라고 하는 그런 이야기 인줄 알았다.

돌아보니 이제야 나는 알겠다. 지금 내가 겪고 있는 아픔과 시련은 나 혼자만 겪고있는 것이 아니었다. 인간으로 태어난 이상 반드시 겪어 내야만 하는, 누구도 대신해 줄 수 없는 나만의 몫이었다는 것을...

아픔이 큰 만큼 기쁨도 크다는, 시련과 아픔은 보람과 기쁨을 잉태하여 키우고 있다는 사실을 이제야 아는, 나는 참 멍청한 놈인지 모른다.

고통은 우리 삶의 감춰진 신비이다.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방황과 번민과, 취업 절벽이라는 현실과, 높아만 가는 경쟁력은, 또 다른 기쁨을 잉태하여 키우고 있는 고통의 다른 이름이 아닐까...

겪어내고 견디어 내본 사람들은 안다. 그 인고의 시간들이, 그 방황과 번민의 시간들이, 나를 이 만큼이나 성숙시켰다는 것을...

그 어둠의 시간(孤獨力) 들이 없었다면 오늘의 나도 없었다는 사실을...

고통은 우리 삶에 있어서 극복의 대상이 아닌, 동반의 대상이며, 이 과정을 통하여 우리는 어른이 되어 가고, 자기 성찰과 자기성숙이 되어 가며, 인격이 도야 되어, 한 인품을 형성한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수용하면 어떨까...

오늘의 힘듦과 고통이 나의 꿈과 미래를 위한 자양분임을 자각하고, 견디어 내고 버티어 내면 언젠가는 끝이 난다. 그래서 우리는 이겨낸다.

불안한 현실과 준비되지 않은 미래, 미증유의 혼란 속에서 방황하는 우리의 빛나는 청춘들이여,

오늘을 견디어 내고, 내일을 기다리며 희망과 가능성을 잊지 맙시다.

결국은 우리가 이겨냅니다.

장미꽃에 가시가 있는 것이 아니고

가시나무에 장미꽃이 피었습니다.

이래서 고통은 우리 삶의 감춰진 신비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