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濠洲)시드니에 사는 교민(僑民)이 고국(故國)을 다녀가는 길에
개나리 가지를 꺾어다가 자기(自己)집 앞마당에 옮겨 심었습니다.

이듬해 봄이 되었습니다.

맑은 공기(空氣)와 좋은 햇볕 덕에
가지와 잎은 한국(韓國)에서 보다 무성(茂盛)했지만,
꽃은 피지 않았습니다.

첫해라 그런가 보다 여겼지만
2년째에도, 3년째에도 꽃은 피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비로소 알게 되었습니다.

한국(韓國)처럼 혹한(酷寒)의 겨울이 없는 호주(濠洲)에서는
개나리꽃이 아예 피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저온(低溫)을 거쳐야만 꽃이 피는 것은 전문용어(專門用語)로
'춘화현상(春化現象)'이라 하는데
튤립, 히아신스, 백합(百合),라일락, 철쭉, 진달래 등이
모두 여기에 속합니다.

인생(人生)은 마치 춘화현상(春化現象)과 같습니다.

눈부신 인생(人生)의 꽃들은 
한(酷寒)을 거친 뒤에야 피는 법(法)입니다.
그런가 하면 봄에 파종(播種)하는 봄보리에 비해
가을에 파종(播種)하여 겨울을 나는 가을보리의 수확(收穫)이
훨씬 더 많을 뿐만 아니라 맛도 좋습니다.

생(人生)의 열매는 마치 가을보리와 같아,
겨울을 거치면서 더욱 풍성(豊盛)하고 견실(堅實)해집니다.
마찬가지로 고난(苦難)을 많이 헤쳐 나온 사람일수록
강인(强忍)함과 향기(香氣)로운 맛이 더욱 깊은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