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화 과정에서 노동자의 소득과 노동 조건, 그리고 고용보장은 전적으로 고용주의 처분에 달려있게 되는 상황에 이르렀다. 개별 노동자는 아무런 힘도 없는 무력한 약자에 지나지 않았다. 결국 노동자들은 자신들을 대표하고, 자신들의 이익을 보장받고, 자신들의 권리를 강화하기 위한 자구책을 강구하지 않을 수 없었다. 노동조합을 결성하게 된 것이다. 강자인 고용주와 대처하기 위한 단체의 결성이었다.

임금은 노동자의 생계와 직결되는 문제이다. 노동조합이 추구하는 가장 큰 목표는 임금인상이다 . 기업의 이윤은 자본뿐만 아니라 노동에 의해 발생한다. 새로운 기계와 설비에 의해 생산원가가 절감되기도 하지만 이를 가능하게 만드는 근본적인 요인은 인간의 노동력이다. 따라서 이윤은 자본가와 노동자가 공유해야 한다는 의식이 노동자 사이에 널리 확산되었다. 노조가 요구하는 임금인상의 근거 가운데 하나이다.

노동조합은 강자인 고용주와 대처하기 위한 단체의 결성이었다. <출처: gettyimages>

또한 노동의 생산성 향상에 대응하는 임금의 인상도 필요하다. 물가 상승으로 노동자의 실질임금이 하락한다면 이를 보전하기 위한 명목임금의 상승도 요구된다. 동일한 노동을 하는 경우에는 동일한 임금이 지급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노동조합의 단체협상 결과로 임금이 인상되면 이러한 효과는 노조가 결성되지 못한 사업장의 임금인상으로 연계될 수 있다. 노조의 임금인상으로 소득불평등도는 완화되고, 산업 민주화를 촉진하고, 때로는 생산성을 제고하기도 한다.

노동조합을 보는 시각

 
그러나 노동조합에 대한 일반적인 시각이 모두 호의적인 것만은 아니다. 노동조합을 보는 경제학자들의 시각은 크게 두 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다수의 경제학자들은 노동조합을 노동공급의 독점자로 간주하고 이에 따른 사회적 손실이 노동조합의 긍정적인 효과를 상회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일부 노동경제학자들은 노동조합을 기업 내의 조직된 노동자로 간주하고 이들의 집단적 목소리가 기업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독점적인 노동조합이 경제적 비효율성과 불평등을 초래한다는 주장의 근거는 다음과 같다. 대부분의 노동조합은 독점적 지위를 가지고 있다. 노동조합의 독점력이 존재하면 임금은 노조가 없는 완전경쟁적인 경우보다 높아진다. 높은 임금으로 인하여 기업의 노동수요는 감소한다. 노동시장에서 고용이 감소한다. 고용의 감소로 산출량이 감소한다. 이에 따라 경제적 비효율성이 발생한다.

노조가 결성되지 않은 사업장에 비해서 노조가 결성된 사업장의 임금은 높아진다. 이러한 임금격차는 소득불평등을 악화시킨다. 노조가 설립된 사업장에서 생산되는 제품의 가격이 인상되므로 낮은 임금을 받는 노동자들의 생활은 점차 어려워진다. 결국 독점적 지위를 향유하는 노동조합이 추구하는 사적인 이익으로 인하여 경제적 비효율성과 불평등이 발생하는 것이다.

일부 노동경제학자들은 노동조합을 기업 내의 조직된 노동자로 간주하고 이들의 집단적 목소리가 기업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출처: gettyimages>

그러나 이러한 경제학자의 주장은 두 가지 점에서 문제가 있다. 우선 노동조합을 독점기업과 동일하게 간주하는 것은 논리적으로 다소 무리가 있다. 노동조합은 경제원론 교과서에서 설명하는 독점기업이 아니고 다양한 노동자들의 연대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독점기업은 이윤을 극대화하기 위해서 공급량 조정을 통해 가격을 설정하는 가격결정자이다. 그러나 노동조합은 독점기업과는 다르게 임금을 결정하지 못한다. 노동조합은 단지 사용자와 협상하여 임금을 결정하는 것이다.

단체협상이나 임금협상이 기만이라고 믿지 않는 한, 임금은 노동조합과 사용자 사이의 합의에 의해서 결정된 것이다. 노동조합이 제시한 임금수준에 대해서 사용자의 저항이 거세면 거셀수록 노동조합이 얻을 수 있는 임금수준은 낮아질 것이다. 또한 노동조합의 임금인상 능력은 사용자 측이 고용을 해지하려는 의지의 강도에 영향을 받기도 한다. 노동조합으로서는 임금인상 이상으로 고용의 유지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또한 노동자들의 임금인상이 사회적 비용을 수반하는 것만은 아니다. 오히려 노동자들의 임금인상은 소비지출을 확대하여 생산을 확대시킨다. 공급 부족이 아니라 수요의 부족으로 인하여 경기가 위축되는 상황에서는 저소득 노동자의 임금 상승은 경기회복과 일자리 창출에 더 효과적이다. 낙수효과는 기대하기 어렵다. 대공황에서 벗어나기 위해 루스벨트(Franklin Roosevelt) 대통령이 뉴딜정책의 일부로 노조의 규모가 커지고 힘도 강해지도록 만드는 두 개의 법안을 제정하고 저임금 노동자의 처우개선을 정책의 우선순위에 둔 역사적 사례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최근 들어 일부 노동경제학자들은 노동조합을 기업 성장의 걸림돌이 아니라 디딤돌로 간주하는 시각을 보이고 있다. 노동조합은 단체교섭에서 노동자의 불만과 문제점을 대변한다. 제기된 불만과 문제점이 시정되지 못하면 노동자들의 사기는 저하되고, 일부는 다른 회사로 전직한다. 노동자의 사기가 떨어지면 생산된 제품의 질은 떨어지고, 불량품도 늘어난다. 노동자의 이직으로 그 동안 회사가 노동자에게 투자한 인적자본이 소멸한다. 또한 회사는 이직한 노동자를 충원하고 훈련하는데 추가적인 비용을 지출해야 한다.

따라서 사용자가 노동조합을 회사의 내부 구조의 하나로 간주하고 이들이 제기하는 문제점을 개선해 나간다면 노동 생산성은 향상된다. 이와 같이 노동자의 집단 목소리(collective voice)와 사용자의 반응(institutional response)이 호혜적으로 작용할 수 있는 가능성을 현실에서 완전히 배제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노동조합은 단체교섭에서 노동자의 불만과 문제점을 대변한다. <출처: corbi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