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십 년을 돌아 길을 찾았어요. 일찍 피는 꽃도 있지만 늦가을에 피는 꽃도 있지요. 제가 일찍 노래를 시작했으면 진짜 소리꾼이 못 됐을 거예요.

- 소리꾼 장사익 -

월간 <행복한 동행> 5월호에 실린 소리꾼 장사익의 말이다. 아래에 관련 내용 전부를 옮긴다.

소리꾼 장사익은 충남의 한 농가에서 7남매 중 맏아들로 태어났다. 가난한 시골 생활을 견디다 못해 무작정 상경한 그는 보험회사를 시작으로 무역회사, 가구점, 독서실 등 25년 동안 무려 열다섯 개가 넘는 직장을 전전했다.

1992년, 카센터에서 허드렛일을 하던 그는 생각했다. 생활에 쫓겨 어느듯 마흔을 넘은 인생, 딱 3년만 정말 하고 싶은 것을 해보자고. 그러곤 하고 싶은 일들을 종이 위에 적어 내려갔는데, 그중 하나가 1980년대 초부터 배운 '태평소'였다.

그는 평소 인연이 있던 이광수 사물놀이패를 찾아가 무임금 단원으로 합류했다. 사물놀이 끝에 벌어지는 뒤풀이에서 그는 종종 흥에 겨워 노래를 불렀는데, 뜻밖에도 숨겨진 노래 솜씨가 수준급이었다. 민요도 대중가요도 아닌 '장사익 스타일'의 오묘한 음색. 그 재능을 알아본 피아니스트 임동창의 추천으로 그는 1994년 서울 홍대 앞 소극장에서 조촐한 데뷔 무대를 열게 된다. 그의 나이 46세였다.

어느듯 데뷔 18년을 맞은 그는 말한다.

"몇십 년을 돌아 길을 찾았어요. 일찍 피는 꽃도 있지만 늦가을에 피는 꽃도 있지요. 제가 일찍 노래를 시작했으면 진짜 소리꾼이 못 됐을 거예요. 하루아침에 가수가 된 것도 아니고요. 농악대를 하시던 아버지에게 음악적 영향을 받았어요. 어린 시절 매일 산에 올라 웅변 연습을 했고요. 열다섯 번이나 직장을 옮기며 인생의 질곡을 겪은 것이 도리어 깊은 소리를 만들어 주었어요."

그는 가수가 돼야겠다고 집착하지 않았다. 때를 따라 꽃이 피고 열매를 맺듯 재능과 기회에 충실했더니 어느 날 그렇게 만개했다. 가을 국화 같은 소리꾼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