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을 할 수 있음에도 하지 않는 것이 대인의 마음이고, 참기 힘든 것을 참은 것이 보살의 길이다.” (可言不言大人心, 難忍能忍菩薩行) 신라시대 고승 원효대사의 말입니다.

 희로애락의 인생을 살아가면서 즐겁고 기쁜 일보다는 슬프고 분노의 기억이 많은 것은 나쁜 기억이 아마 오래가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앞서간 지성인들은 즐겁고 기쁜 일만을 생각하라고 하나보다. 없으면 만들어서라도 즐거운 마음을 가지라고 충고한다.

얼마 전 직장에서 사장이 세미나 개최 건을 담당 관리자인 필자가 아닌 여직원에게 지시하고 보고받으면서 전혀 상의 없이 추진하고 있었다. 또한 여직원은 중간 결재 없이 사장에게 보고하는 “왕따” 되는 현실에 참으로 분노의 감정이 폭발하고 말았다.

사장에게 사의를 표명하고 물러나겠다는 의사를 말했다. 그러나 의외로 신규사업추진과 계약 기간의 미도래로 사직원을 반려하는 것이 아닌가. 나이도 있고 다른 출구 전략이 있는 것도 아닌 상태였고 자존심이 있음에도 찜찜하게 물러서고 말았다.

 가정에서 아내에게 몇 번을 직장사퇴에 대하여 의논을 했다. 이상하게도 아내는 선선히 그만두라고 말하는 것이다. 막상 직장을 그만두면 가사에 심대한 지장을 준다는 엄연한 사실 앞에서 얼굴에 동요됨이 없었다. 한편으로는 <그만두는 일은 없을 거라는> 신기(神氣)라도 가지고 있는 듯이 말이다.

 그런 일이 있고부터는 직장에서나 가정에서 거의 묵언 수행을 하고 있다. 묵언은 말 그대로 “말을 하지 않는다.” 라는 뜻이다. 그렇다고 전혀 말을 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필요한 말만 하는 것이다. 불평을 하거나, 험담, 뒷담화로 공연한 의심을 받지 않고 자신의 인성을 더욱 단련하고자 함이 목표인 것이다.

이번 기회를 한평생 자성의 기회로 삼기로 했다. 과연 <나는 누구인가?> 살아오면서 가장 기뻤던 일은 무엇인가. 혼자 생각에 부모 없이 할머니 손에 자란 필자는 학업을 마치고 직장과 결혼한 후 아들 낳았을 때 참 행복하고 감격스러웠다. 이제 비로소 사회 구성원으로서 인정받은 감회를 느끼는 순간이었다.

그러면 반대로 가장 힘들었던 시기는? 40년이란 직장생활을 마치고 명예퇴임을 결정할 때가 가장 힘들었고 퇴임 후 재취업 삶의 현장에서 방황하고 사기당할 위기에 처했을 때가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힘겨웠던 시기였다. 그러나 노년의 직장생활 역시 의욕과는 현실이 녹록치 않아 허무함을 느끼게 한다.

 한해를 마감하는 12월이다. 가정과 직장생활에서 나름 한해를 정리하기로 했다. 무엇보다 공적생활에서 개인보다는 조직이 앞서고 종편 드라마 <미생>에서처럼 완생이 되려면 어떤 시련도 극복해야 되지 않겠는가.

노년에 직장생활을 할 수 있다는 자체만으로도 하나님이 준 축복이 아닌가 생각한다. 이제부터는 아름다운 말을 많이 하기로 했다. 이 세상에는 좋은 말이 많이 있다. 사랑합니다.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 행복합니다. 즐겁습니다. 감격스럽습니다, 반갑습니다, 편안합니다.

어제는 한 심리학 교수에게서 “대화 기법”에 대한 강의를 들었다. 우리는 불평과 분노의 표현에는 익숙해 있어도 감사와 사랑의 표현에는 익숙해 있지 않다는 것이다. 솔직하면서도 부드럽고 아름답게 자신을 표현하는데 아주 미숙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훈련과 연습 그리고 실천해 보아야 한다고 말한다.

이제 두 달 동안 해온 묵언 수행을 조용히 내려놓을까 합니다. 가족들과 직장에서 아주 솔직하게 느낀 그대로 마음을 전달하기로 하겠습니다. 오늘도 건강한 하루를 주신 신에게 감사하고 즐겁게 일할 직장을 주신 조상님께 진심으로 감사를 드립니다. 이 세상 모든 것을 사랑합니다. 감사합니다.

 <시니어리포터 홍중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