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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황점식(2정) 작성일 2014-05-15
제목 겸손에  대하여 조회수 2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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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겸 손

 

스피노자의 말처럼 자신의 무능력과 약함을 인정할 때 누구나 겸손해진다.

그렇다고 겸손에서 무엇인가 비극적인 느낌을 찾으려고 해서는 안 된다.

 

제대로 겸손의 감정을 느껴 보았던 사람은 누구나 다 안다. 겸손하게 되었을 때 우리는 자신을 지배하던 해묵은 편견, 허영, 그리고 자만심으로부터 자유로워진다.

 

색안경을 벗고 자신이나 세계, 그리고 타인들을 있는 그대로 보게되었다고나 할까. 그러니까 자신의 무능력과 약함을 직시할 때, 우리는 자신이 무엇을 할 수 있고 무엇을 할 수 없는지를 정확히 알게 된다. 과거에는 무엇이든지 할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이제 할 수 없는 것이 있다는 것을 안 것이다.

 

 따라서 겸손해진 사람은 이 할 수 없는 것에 대해 무능력과 약함을 느꼈을 뿐이다. 이것은 반대로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에 대해서는 더 진지하고 성숙해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마디로 성숙해진 것이다.

 

청년기 때를 돌아보라. 무엇이든지 다 얻을 수 있고, 누구라도 사랑할 수 있을 것 같은 유치한 자만심에 우리가 얼마나 찌들어 있었는지를. 그래서 겸손의 감정이 찿아왔을 때, 우리는 성숙해지고 있는 것이다.

 

그렇지만 지나친 겸손은 우리에게 청년기의 자만심보다 더 심한 해악을 줄 수도 있다. 지나친 겸손은 자신이 할 수 있는 것마저도 할 수 없다고 절망하는 것이다. 이 얼마나 무서운 일인가.

 

그렇지만 이런 절망은 불가피한 것인지도 모른다. 추가 한쪽에서 반대편 쪽으로 급격하게 움직이는 것처럼, 자만심도 절망으로 바닥을 쳐야 한다. 오른쪽 왼쪽, 그리고 왼쪽 오른쪽으로 움직이다가 추는 천천히 가운데서 멈춘다.

 

마찬가지로 자만심에서 절망으로 왔다 갔다 해야만 우리는 균형 잡힌 겸손에 이를 수 있는 법이다. 그럴 때 비로소 어른이 된다. 자신의 무능력과 약함도 알지만, 동시에 자신의 능력과 강함도 알게 될 테니까 말이다.

 

【강신주의 감정수업】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