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이맘때면 늘
한 폭의 그림 같은
초겨울 풍경이
정겹게 다가옵니다.

시린 파란 하늘 사이로
빨간 해처럼,
시골마을 마당가
감나무 가지 끝에
홍시가 한두 개씩
대롱대롱 걸려 있는
정경입니다.

큰 나무, 작은 나무에도
모두 달려 있는 감은
겨울철 짐승들을 위해
남겨둔 까치밥입니다.
까치가 반가운 소식을
전해주기에 까치밥으로
불렀다고 합니다.

‘찬 서리
나무 끝을 날으는 까치를 위해
홍시 하나 남겨둘 줄 아는
조선의 마음이여.’
김남주 시인이 읊은
‘옛 마을을 지나며’라는
짧은 詩입니다.

초겨울 빈 하늘에
공허함을 채우듯이,
멀리서도 눈부신 붉은
홍시 알알 속에는
조상들의 귀한 마음이
담겨 있습니다.

시퍼런 초겨울 하늘을
빨갛게 물들이는
까치밥 풍경은
사람이 자연에 베푸는
배려와 나눔입니다.
더불어 사는 지혜입니다.
생명외경의 고귀함마저
스며들어 있습니다.

하늘과 햇살, 바람과
짐승들을 위한 조상들의
남겨둠의 고운 심성이
고스란히 깃들어있는
까치밥은 이 땅에서
가장 아름다운 초겨울
풍경일지도 모릅니다.

찬 겨울이 오기 전
까치밥을 남겨둘 줄 아는
그 넉넉한 마음이 새삼
그리움으로 다가오는
초겨울 아침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