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한 선비가 과거시험을 보러 갔습니다.

시험 이틀전, 선비는 이상한 꿈을 꾸었습니다.  꿈은 세장면으로 이루어져 있었습니다.

첫번째 장면에서는 선비가 벽 위에 배추를 심고 있었습니다.

두번째 장면에서는 비내리는 날 밖에 나가는데 삿갓을 쓰고 그 위에 우산을 든 모습이었습니다.

세번째 장면은 사랑하는 여인과 등을 대고 돌아누워 있는 것이었습니다.

잠에서 깬 선비는 꿈이 심상치 않다고 생각했고 다음날 시험을 봐야 했기에 용하다는 점쟁이를 찾아가 해몽을 부탁했습니다.  점쟁이가 말했습니다.

"선비님 앞날도 참 암담하구려.  벽위에 배추를 심으면 자라지 않을 것이 뻔한 이치인즉 쓸데없이 애만 쓰는 형상이요, 삿갓 위에 우산을 쓴 것도 부질없는 짓, 연모하는 여인과 등을 맞대고 누웠으니 이 또한 가망 없음을 뜻하는 것이오.  과거는 보나마나니 헛고생말고 짐싸서 고향으로 돌아가시오."

크게 낙담한 선비는 주막으로 돌아가 힘없이 짐을 싸기 시작했습니다.  그 모습을 보고 주막 주인이 물었습니다.  "과거가 내일인데, 선비님은 왜 짐을 꾸리십니까?"  서니는 간밤의 꿈과 점쟁이에게 들은 이야기를 해주었습니다.  "내가 생각해도 점쟁이 말이 맞는 듯하니믿을 수밖에요.  괜히 머뭇거리다가는 마음만 더 상할 것같아 이길로 내려갈까 하오."  주막주인은 선비 손을 잡으며 말했습니다.  "저도 해몽을 좀 할줄 아는데, 선비님이 꾼 꿈은 좋은 꿈입니다.  먼저 벽에 배추를 심는 것은 과거에 합격함을 뚯하고 삿갓 위에 우산을 쓴것은 충분히 준비하고 왔음을 말합니다.  또 사랑하는 여인과 등을 맞대고 누워있으니 이는 이제 선비님이 인연을 향해 몸을 돌릴 시간, 즉 선비님이 세상을 향해 날개를 펼 시간이 돌아왔음을 뜻합니다.  어찌 길몽중의 길몽이 아니겠습니까? " 

주막 주인의 해몽을 듣고 보니 그도 그럴듯했습니다.  선비는 시험이나 한버 치고 보자는 마음으로 시험장에 가 성심껏 답안을 썼고 장원급제를 했습니다.

살아가면서 우리는 결정을 내려야 할 수많은 문제에 부딪칩니다. 

어떤 판단을 내리느냐에 따라 삶이 판이하게 달라질 수 있지만 나를 대신해 꿈 해몽을 해줄 사람은 없습니다.  오직 자기 스스로 자문해보야야 합니다.

<장자>심득( 庄子心得)  중에서  - 于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