펌글입니다.

페이스북과 트위터로 대변되는 요즈음의 커뮤니케이션 방식은 `소통'이다. 일방향적으로 메시지를 전달하고 주장했던 게 옛날 방식이라고 한다면 상호간의 의견을 나누고 눈높이를 맞추고 서로의 주장을 설득하고 이해하려는 커뮤니케이션 방식이 바로 소통인 것이다. 일반인들에게서 출발한 이 소통의 바람은 정치판에서 그리고 경제계에서 강하게 불고 있다.

내가 적임자네, 내 공약은 이렇네 하고 `주장'했던 후보자는 낙선의 고배를 마셔야 했던 반면, 귀를 열고 마음을 열고 다가가 직접 `소통'했던 후보자는 표심을 잡을 수 있었다.

국내 유명 그룹 총수들 사이에서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스킨십 경영'은 CEO를 비롯한 임원급 인사들이 평사원과의 심리적, 물리적 거리를 좁혀 커뮤니케이션을 활성화함으로써 조직의 생산성을 높이는 경영 전략이다. 스킨십이라는 말 그대로 수 백명의 직원들과 일일이 악수를 하고 `갈비 파티', `맥주 파티'에 스스럼없이 나서고 있는 스킨십 경영이야말로 `소통'의 일환이라고 볼 수 있다.

의료 분야도 예외가 아니다. 개인병원ㆍ전문병원ㆍ종합병원 할 것 없이 시시각각 변하는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무한 서비스, 환자 감동 서비스를 펼치고 있는 이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 바로 환자와의 소통이기 때문이다.

병원 등 의료서비스 기관에서의 소통은 `라포(Rappot)'로 대변된다. `라포'의 사전적 의미는 상담이나 교육을 위한 전제로 신뢰와 친근감으로 이루어진 인간관계를 말한다. 즉, 상담, 치료, 교육 등은 특성상 상호협조가 중요한데 라포는 이를 충족시켜주는 동인(動因)이 된다는 것이다.

라포를 형성하기 위해서는 타인의 감정, 사고, 경험을 이해할 수 있는 공감대 형성을 위하여 노력하여야 한다. 따라서 효과적인 환자 치료를 위해서는 환자가 의사간 신뢰가 두텁게 쌓여 눈빛 만으로도 상호 교감이 될 수 있을 정도로 확고한 라포의 형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라포 형성의 첫 번째 원칙은 의사와 환자간의 원활한 의사 소통이다. 이를 반영하듯 최근 몇 년 사이에 의료커뮤니케이션 학회가 의사와 인문학자들 사이에서 많이 만들어지고 있으며 의대 학부 과정이나 전문의 국가고시에도 `의료 커뮤니케이션' 과목이 추가되었다.

실제로 라포가 수월하게 형성된 경우, 치료 효과도 높아진다는 것이 이미 여러 연구에서 입증된 바 있다. 환자가 의사를 믿고 의지할 수 있어 치료에 더욱 적극적으로 임하게 되며, 심리적으로도 안정이 되기 때문이다.

내가 몸담고 있는 관절척추전문 바로병원도 `라포' 활동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 정형외과라는 특성상 환자의 몸에 직접 칼을 대고 수술을 해야 하는 경우가 많고 환자의 대다수가 60세 이상 어르신이기 때문이다. 의사에 대한 전적인 믿음과 신뢰는 완치 여부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 더욱이 관절이나 척추 관련 질환은 수 십년간 지속되어온 만성적인 질환인 탓에 지속적인 치료와 생활관리, 꾸준한 재활운동이 병행되어야 한다. 의사와 환자간 커뮤니케이션의 비중이 커질 수 밖에 없는 이유이다.

나는 환자의 사소한 생활 습관이나 주변 이야기까지 자세히 들어보려고 노력한다. 이런 이유로 가끔 대기 환자들의 원성을 듣기도 하지만 별 것 아닌 내용에서조차 환자를 치료하는 좋은 정보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한번 더 살펴보고, 한 말씀 더 들어드리고, 일분일초라도 더 투자해 환자와 교감하는 것이야말로 라포를 형성하기 위한 과정이 되는 것이다.

지난 연말, 암환자들이 원하는 의사와의 면담 시간은 평균 9.1분으로 실제 면담 시간 평균인 7.1분에 비해 2분 가량 부족하다며 불만족스럽다는 결과가 나왔다는 기사를 봤다. 비단 암환자만의 문제는 아닐 것이다. 무한 경쟁시대에 병원이 살아남기 위한 전략도 `라포'로 대변되는 `소통'에 있음을 간과하여서는 안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