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

  HOME     커뮤니티     자유게시판

작성자 (65주)김형순 작성일 2012-08-13
제목 남의 이름처럼 불러본다 조회수 4187
첨부파일  

남의 이름처럼 불러본다

눈가에 다크서클이 짙어지는 때마다
친구를 부르듯 내 이름을 부르면
산마루의 풀 이파리들이 파르르 대답한다
가까운 곳 쯔르레기가 멀게 대답한다
풀여치가 폴짝 나타나기도 한다
저녁 하늘 기러기 떼를 보고 같이 가, 같이 가, 하면
나중에, 나중에, 한다
한밤중에 일어 앉아 내 이름을 부르면
내 목소리가 다른 사람 음성으로 대답한다
다시 부르면 또 다른 목소리로 대답한다
세포 분열하듯 여러 목소리로 떠들어대다가
시끄러워 입 다물면 혼자가 된다
이렇게 나는 나랑 베겟머리 맞대고 누워 잔다
꿈에서도 나는 나를 제일 자주 만난다.

유안진

걸어서 에덴까지' 中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