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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장명희 작성일 2011-05-25
제목 남편의 국화꽃 조회수 1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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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의 국화꽃<br><br> <br><br>퇴근길에 남편이 불쑥 노란 국화다발을 내밀었습니다.<br><br>웬 꽃이래? 생일도 아닌데.<br>당신한테 주는 가을 편지야.<br><br>남편은 대수롭지 않게 말했지만<br>나는 가슴이 콩닥거렸습니다.<br>아무 이름도 붙지 않은 날<br>꽃을 선물한 건 난생 처음이기 때문입니다.<br>내가 꽃병에 꽃을 꽂아두자 남편도 흐뭇해했습니다.<br><br>그렇게 좋아? 이거 단돈 천 원으로<br>아내를 행복하게 해줄 수 있다는 걸 몰랐는걸?<br><br>다음 날 퇴근길에 남편은 또 꽃을 내밀었습니다.<br>문제는 그 후에 생겼습니다.<br>다음 날도, 그 다음날도 퇴근하는 남편의 손엔<br>국화다발이 들려 있었습니다.<br><br>집안이 온통 꽃밭으로 변했고<br>꽃을 둘 마땅한 장소를 찾는데<br>점점 많은 시간을 소비하게 됐습니다.<br><br>물병에 담아 신발장에 국화꽃을 올려 놓기도 했지만<br>이젠 온집이 국화꽃 천지였습니다.<br><br>어우, 이젠 사양해.<br>꽃이 너무 많으니까 둘 데도 없잖아요.<br><br>혹시 나를 위해서가 아니라<br>자기 기분에 취해서 꽃을 사거나<br>아님 꽃집 아가씨가 마음에 들어<br>매일 들르는게 아닌가 하는 의심까지 생길 정도였습니다.<br><br>오늘도 꽃을 사 오면 꼭 따져봐야지 하고<br>잔뜩 벼르던 날 남편은 다행히 꽃을 들고 오지 않았습니다.<br>그런데 이번에는 주머니에서 핀을 꺼내는 것이었습니다.<br><br>자, 이거.<br><br>세상에! 꽃 대신 속옷에 넣는 고무줄과 옷핀 좀약을<br>잔뜩 사들고 들어온 것이었습니다.<br>나는 어이가 없어 말도 나오지 않았습니다.<br>다음 날도 다음 날도 남편의 그 이상한<br>사들이기는 계속됐습니다.<br><br>나는 더 이상 참을 수 없어 물었습니다.<br><br>대체 왜 그래요 당신. 왜 자꾸 이런 걸 사 날라?<br><br>잠시 머뭇거리던 남편이 머리를 긁적이며<br>자초지종을 털어놓았습니다.<br><br>그게 말야.<br><br>얼마 전부터 회사 앞 골목에 웬 할머니가<br>어린 손녀를 데리고 나와 장사를<br>시작했다는 것이었습니다.<br><br>처음엔 국화꽃을 팔더니 사흘 전부턴<br>목판에 고무줄 옷핀 같은 걸 늘어놓고 판다고 했습니다.<br><br>너무 딱해소 그냥 지나칠 수가 없더라구.<br><br>나는 말없이 남편의 손을 잡아 주었습니다.<br>거칠고 주름져가지만 아직 따뜻한 손.<br><br>미안해, 당신은 한 푼이라도 아끼려고 애쓰는데<br><br>아니야 여보.<br>그 할머니가 장사를 하는 동안은 매일 하나씩 사 와.<br><br>그러다 집안에 고물상 차리게?허허.<br><br>남편의 그 말에 나는 웃으며 말했습니다.<br><br>다 쓰자구요. 옷핀도 고무줄도 다 쓸 때까지 쓰다가<br>다 못쓰면 그땐 팔자구요.<br>그럼 당신같이 맘씨 고운 사람이 또 사줄 거 아니냐구요.<br><b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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