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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차룡훈 작성일 2010-04-27
제목 그을음이 된 울음 (시) 조회수 24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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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을음이 된 울음 <br><br>박용하 <br>1989년 『문예중앙』으로 등단 <br>시집으로 『나무들은 폭포처럼 타오른다』 <br>『바다로 가는 서른세번째 길』『견자(見者)』 등 <br><br>바람 드센 봄날 산불이 휩쓸고 가자 <br>타다 남은 볍씨 앞에서 한 짐승이 <br>몸을 크게 떨다 쪼그려 울었다 <br>그 짐승의 속을 열자 고무 탄 것처럼 <br>여기 저기 양계장 닭들이 눌어붙어 있었다 <br>송아지 한 마리만 달랑 데리고 야밤에 <br>마을을 빠져나온 아주머니는 <br>기댈 게 지 몸뚱어리밖에 없는 것을 알고 <br>기대도 골병든 지 몸뚱어리로 재차 흐느꼈다 <br>잿더미 앞에서 쌀 한 됫박 얻기 위해 <br>가랑이 벌리고 드러누운 계집의 몸집이 <br>아마도 또 저러했을 것이리라 <br>어떤 봄날 우리는 그을음이 된 울음을 <br>사흘 밤낮 석 달 열흘을 외면하며 지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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