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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정빈 작성일 2023-02-18
제목 호의와 권리사이 조회수 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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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영구 한의사/컬럼리스트의 글입니다.


 


<호의와 권리사이>
 
1.
“오빠가 변했어요, 매일 집 앞까지 데려다주다가 이제 지하철역에서 빠이빠이 에요.”
 
남이 나에게 잘해준다면 다 이유가 있다. 대접에 한번 익숙해지면, 그 호의가 어디서 왔는지 정체 따위는 신경도 안 쓴다. 어느 순간 사라진 뒤에야, 서운해 하고 투덜거린다.
 
2.
호의의 유형은 크게 세가지가 있다. 첫 번째, 기브앤테이크 유형이다. 이전에 내가 잘했으니, 그에 대한 보답으로 상대도 지금 나에게 잘하는 상황이다. 사회적인 관계에 이런 유형이 많다. 느슨하지만 나름 엄격히 호의를 주고받는 사이다.
 
누군가 나의 SNS에 좋아요 5개를 누르고 가면, 나는 10개를 누르고 온다. 큰 차이는 없을지 몰라도, 너무 칼같이 주고 받으며 거래한다는 이미지가 싫어서 그렇다. 오랜만에 좋아요 주욱 누르고 그 사람의 최근 일상을 훑어보며, 잠시 시간을 보낸다. 한발 물러선 관계지만 나름 호의를 베푼다.
 
3.
두 번째, 나의 당당한 권리일 수 있다. 내가 잘해준 적이 없어도, 특수 관계에 있는 상대방은 나에게 의무감으로 잘해주어야 한다. 갑을관계에서 많이 보는 형태다. 갑은 을의 호의를 당연하게 여기고, 을은 생존을 위해 호의를 베풀어야 한다.
 
비서가 커피를 타오면 정해진 자기 일이라 생각하고, 점원이 하이 톤으로 밝게 인사하면 고객을 위한 당연한 접대멘트로 여긴다. 사람과 사람사이 관계에 당연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고마워해야 한다. 그 고마운 마음을 잃어버릴 때, 누구든 갑질러가 되고 만다.
 
4.
세 번째, 상대방의 일방적인 호의일 수 있다. 당신이 선행을 한 적도 없고 갑의 위치에 있지도 않지만, 상대가 당신을 배려하는 중이다. 당신보다 상대가 훨씬 인격이 높고, 당신을 향한 사랑의 크기가 하늘같아서 그렇다.
 
김사원이 어리바리 실수연발이라도, 모두 커버하며 가르치고 또 가르쳐주는 박팀장의 마음은 엄마아빠 같다. 심지어 가족끼리도 마찬가지다. 허구한 날 투덜거리고 짜증만 내도, 묵묵히 받아주며 끝없이 나를 염려하는 배우자나 가족, 부모님이 계신다면 당신은 복 받았다.
 
5.
의외로 세상에는 선한 사람들이 많다. 받은 것 없이도 베풀려고 노력하고, 자신의 주위에 촛불을 밝히려 애쓴다. 헌신적인 기버(giver)들이다. 문제는 그들의 선함을 마구잡이로 착취하는 테이커(taker)들의 만행이다.
 
“가만 따지고 보면, 나도 아~주 오래전에 잘해준 적이 있어. 이 정도는 당연한 거야.”
하나도 당연하지 않다. 당신은 겨우 1만큼 베풀었지만, 당신이 받아 챙긴 그 사람의 호의는 무려 30만점이다. 지금처럼 계속 쪽쪽 빨기만 하면, 소심하고 착한 기버는 바보같이 자신의 모든 것을 내놓으며 퍼주기만 하다 장렬히 전사한다. 더 늦기 전에 알아차려야 한다. 후회하면 너무 늦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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