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둔청년은 설거지도 무서워…..1인 가구 커뮤니티 필요>

  -청년정책 공작소(2) 1인 가구

박모(31)씨는 20대에 줄곧 숨어살았다. 학창시절 집단 괴롭힘 등 좋지 않은 경험을 한 이후 세상이 무서워졌다. 집 밖에 나오지 않으면서 무기력증은 심해졌고 이를 닦는 것도, 심지어 청소.설거지도 그에겐 ‘공포’였다고 한다. 자격증을 7개씩 따며 세상 밖으로 나가려 했지만, 사람이 무서운 건 어쩔 수 없었다. 생활비는 부모에게 손 벌릴 수밖에 없었다.

이러던 박씨는 지난 5월 우연히 은둔청년지원회사인 ‘안무서운회사’

와 인연이 닿았다. 현재는 셰어하우스에서 다른 청년들과 생활을 하며

조금씩 회복 중이다. 박씨는 “지금은 설거지가 귀찮을 수는 있어도 무섭진 않다”고 말했다.

홀로 살아가는 청년 ‘고독생’ 문제가 심상치 않다. 은둔까진 아니어도 고립감을 느끼는 청년이 적지 않다. 전문가들은 이들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세심한 정책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지난달(2022.9월) 기준 전체 주민등록인구 중 1인 가구는 41%(970만3669가구)애 달한다. 1인 가구 중 20~30대 청년이 35.9% (2020년 기준)를 차지한다. 세집 중 한 집이 청년세대 인 셈이다. 이들은 비자발적인 이유로 ‘홀로족’이 됐다. 여성가족부의 ‘2020 가족실태조사’를 보면 20대의 70%, 30대의 58.5%가 학업과 직장 문제 때문에 1안 가구가 되었다고 답했다. ‘혼자 살고 싶어서’라고 응답한 비율(20대 19.9%, 30대 25.8%)를 크게 웃돈다.

   문제는 청년들이 상대적으로 다른 연령대보다 외로움이나 불안 등

고립감을 더 느낀다는 점이다. 지난해 7월 발표된 ‘코로나19국민 정신건강 실태조사’에 따르면 우울 위험군 중 20대(24.3%),30대(22.6%)는

전체평균(18.1%)을 넘어섰다. 극단적인 선택을 생각했다는 비율도 20대(17.5%), 30대(14.7%)가 다른 세대(평균 12.4%) 대비 높은 상황이다.

실제 1인 가구 비중이 높은 2030 청년들은 혼자 사는 삶이 어렵다고 호소한다. 지난 7일(2022.10) 국무조정실이 개최한 청년정책 DIY

프로젝트 ‘청년정책 공작소’ 엔 100여명이 모여 생활상을 생생하게 전했다.

20대 청년 A씨는 “집을 떠나 타지에 취직해 혼자 사는데 점점 외로움을 크게 느낀다” 라며 “주거비 등 경제적 상황까지 여의치 않아 부담감을 크다”고 말했다.또 다른 청년 B씨는 “회사 사정이 점점 나빠져 노후에 뭘 해야 할지,인생계획은 어떻게 세워야 하나 고민이 많다” 며

“(1안 가구를 대상으로 한 )범죄나 고독사 뉴스를 보면 남의 일 같지 않다고” 말했다.

   이번 청년정책 공작소에 참석한 청년들은 고독감을 해소하고 정서적 안정감을 형성하려면 1인 가구를 위한 ‘커뮤니티’가 필요하다고 강조 했다. 대화하고 물물을 교환할 수 있는 등의 소통 창구를 말한다.

이날 발재자로 나선 정재욱 도시혁신그룹 무브먼트 대표는 “1인 가구를 위한 정책이나 공간을 만들 땐 지역내에서 다양한 세대.직업.공간이 서로 연결되는 구조로 만들어야 한다” 며 “공간.콘텐트.커뮤니티의 조화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전문가들은 청년층 고독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주거와 세제.일자리.복지 등 다양한 분야에서 세심한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한다.

   권수영 연세대 연합신학대학원 상담코치학 교수는 “외로움으로 세상을 등진 청년 숙소에서 취업 관련 서적이 발견되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며 “청년을 노동력을 제공하는 자원으로만 볼 것이 아니라 개인이 개성을 지닌 인격으로 존중받을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게 문제 해결의 시작점이 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경한 전북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어떤 정책을 만들기에 앞서 청년을 둘러싼

사회.정치.경제.문화적 환경에 대한 깊이 있는 논의가 선제해야 할 것”

이라고 했다.

정부도 2030 청년층을 위한 정책대안 마련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내년도 예산안에 역세권 청년주택 등 1인 가구 청년을 지원하는 정책을 담았다. 국무조정실과 청년정책조정위원회를 통해 정부와 지자체의 청년정책을 중점 관리할 계획이다.

   송경원 국무조정실 청년정책조정실장은 “정부는 종합적으로 청년정책을 수립하고 이를 속도감 있게 이행하고자 한다” 며 “청년의 목소리를 듣고 반영하기 위한 참여제도를 활성화하는 것은 물론 정책수요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역량 기반 마련에도 노력하고 있다”

고 말했다. 한편 청년정책공작소의 세부 일정과 주제,참가 신청 방법은 청년포털(2030.go.kr), ‘청년정책 사용 설명서’ SNS 등을 통해 확인 할 수 있다.

중앙일보 2022.10.28 김민욱.이수민 기자Kim.minwook@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