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노 감정’에 지지 않는 방법 

우리는 살면서 수없이 분노의 순간을 만납니다. 출근길 전철이 미어터지는 것부터 짜증나고, 차를 탔더니 갈 길 바쁜데 번번이 빨간 신호등이 발길을 붙잡습니다. 자동차 열쇠를 어디에 뒀는지 기억나지 않는 것, 마음에 들지 않는 정부 정책도 부아를 치밀게 합니다. 피곤을 잔뜩 안고 퇴근했는데 널브러진 집안 풍경이 신경을 거스르기도 합니다. 한국경제신문 10월15일자 A31면  기사는 미국 분노감정 전문가 라이언 마틴이 제시하는 ‘분노 통제법’을 소개했습니다.

똑같은 상황에서 누군가는 마음가는대로 화를 내는데, 감정을 잘 다스려서 이성적으로 해결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마틴은 버럭 짜증을 내는 사람에게 “좀 느긋해질 필요가 있다”는 식의 조언은 큰 도움이 되지 못한다고 말합니다. “별수 없으니 그저 참으라는 것도 스트레스와 서글픔만 키울 뿐이다. 화가 난 이유를 파악해서 화가 증폭되는 지점이 어디인지 알아야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다.”

화를 잘 내는 사람들은 ‘분노를 유발하는 다섯 가지의 특정한 사고방식’에 갇혀 있답니다. ①과잉 일반화=사건을 지나치게 일반화해 받아들이는 사고방식입니다. “그 사람은 항상 그래” “그건 절대 안 돼”처럼 ‘항상’ ‘절대’ ‘툭하면’ ‘모두’ 같은 단어를 자주 씁니다. ②당위적 요구=내 입장을 다른 사람보다 항상 앞에 두는 사고방식입니다. “뭘 저렇게 꾸물거려. 저럴 거면 운전을 말아야지”라는 식으로 ‘나의 급한 상황’에 맞춰 앞차가 더 빨리 달려야 한다고 생각하는 게 대표적 예입니다.

다음은 ③오류귀인=문제의 인과관계를 잘못 해석하거나 엉뚱한 곳에 책임을 돌리는 사고방식입니다. 자동차 열쇠를 잃어버렸을 때 “내가 열쇠를 어디에 뒀더라?”가 아니라 “차 열쇠가 어디로 도망갔지?”라고 생각합니다. ④파국화=상황을 지나치게 확대해석하고, 사건에 부정적인 꼬리표를 붙이는 것입니다. 지하철이 지연됐을 때 “이 놈의 지하철 때문에 오늘 완전히 망했네”라고 단정하는 식입니다. ⑤선동적 지칭=분노를 더욱 키우는 효과를 냅니다. 실수한 상대에게 속으로 “저 인간은 제대로 하는 게 하나도 없지” “쓸모없는 인간”이라고 되뇌면 그 순간부터 부정적인 감정이 더 커집니다.

마틴은 “분노반응 자체에는 본질적으로 잘못된 게 없다”고 진단합니다. 도발 당했다고 생각할 때 분노를 터뜨리는 것은 온전히 합리적인 반응이고, 삶의 연료로도 작동한답니다. “하지만 생각의 패턴을 분별하는 감각을 기르면, 자신과 자신에게 중요한 것을 제대로 이해하게 된다.”

마틴은 분노 감정을 전달하는 방법으로 “내가 주장하려는 게 무엇인지, 그것을 어떻게 전달할지, 상대가 거기에 어떻게 반응할지 미리 계획을 세우는 게 중요하다”고 말합니다. 내 기분을 말하면서 상대에게 전적인 책임을 지우지도 말아야 합니다. 상대가 무슨 말을 하는지 들어보고 그의 기분이 어떤지, 무슨 생각을 하는 지에도 주목해야 합니다. “상황이 너무 과열됐거나 대화가 더는 생산적이지 않다고 느껴진다면 얘기를 멈추는 것도 괜찮다.”

한국경제신문 논설고문
이학영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