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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산2)신원주(13~16) 작성일 2021-08-19
제목 [칼럼4]“제가 가장 잘하는 것은. 흠, 설계밖에 없네요. ” 조회수 10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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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지도를 보면서 하룻밤을 꼬박 세웠다.

하지만 다 소용없는 일이었다.

내가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없었으므로.

 

생 텍쥐베리, “사막의 죄수중에서

 

몇 년 전 S 대기업 전직지원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만난 전직지원자와의 대화가 생각이 난다.

나이 50이 갓 넘은 지원자는 직급상 차장이었고 직무는 원자력 설비관련 설계를 담당하고 있었다. 어느 누가 퇴직을 하고싶겠냐마는 회사의 경영상 구조조정에 의한 퇴직의 기회를 맞이하게 된 것이다. 표정은 어두웠고 상담에 임하는 자세 또한 그렇게 성실하지 못했다..

전직지원 설명회 때 원치 않는 퇴직으로 인하여 일어나는 기본적인 사항과 앞으로 진행될 교육과 상담에 대한 내용은 충분히 알아들었다고 생각하고 1 1 개별상담으로 들어갔다.

 

차장님께서 제일 좋아하는 것이나 잘하시는 것이 어떤 것이 있으신가요?”라고 물었다.

. 저는 설비 설계를 아주 잘합니다.” “직무 관련된 것 말고 잘하시는 것이 있나요?”

.” “그럼 차장님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있다면 어떤 것이 있을까요?”

그거야 자식이지요. 제가 대학 다니는 아들 하나, 딸 하나 두고 있는데 제일 소중하게 생각하지요. 하하하” “. 그렇지요~ 부모에게는 자식이 제일 소중하지요. 그러면 자녀분이 어느 대학에서 어떤 전공을 하고 있는지 아시나요?” “. 아들은 부산대학교에 다니고 딸은 울산대에 다니는데 전공은 전기관가 하하 둘 다 뭔지 모르겠네요~” 안타깝지만 이것으로 게임 끝이다..

 

가장 소중하게 생각하는 자녀의 기본적인 사항마저 모른다면 도대체 자녀를 소중하게 생각하기는 하는지 아니, 소중하다는 단어의 의미를 알고 있는지 의문이 들었다.

그냥 직장 생활에서 주어진 업무인 설계를 연간 목표를 정하여 달성하고 그 다음 해에는 또 비슷한 목표를 설정하고 실행해서 달성하고를 20년 이상 반복한, 등산을 하는 삶을 살아온 것 같다.

그러면 퇴직을 그것도 원치 않는 구조조정으로 인하여 가슴 아픈 퇴직을 해야 하는데 생계형 직업에 충실한 나머지 퇴직 후 실질적인 이직이나 전직은커녕 마음의 준비도 되어있지 않은 상태이다. 이런 분들은 퇴직 후 백발백중 사고(금전적인, 가정불화)가 나기 마련이다.

 

이후 3개월 정도 이어진 개별상담을 통해서 차장님은 예전에 느끼지 못했던 가족들의 반응과 사회에 내버려진 것 같은 자신이 처한 냉엄한 현실을 인지하게 되었고 가장 먼저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고 잘하는지부터 찾아가는 순서대로 전직지원프로그램에 충실하게 응했다.

 

먼저 휴먼인큐베이터 진단을 통하여 설계직무가 맞았던 것은 공간지능과 신체운동지능이 강점으로 나왔기 때문이었고 기본 지능인 자기성찰지능이 약점으로 나와서 직무에서 좀 더 고도의 사고력을 요하는 단계를 수행하기에 부족했던 것이고 중요한 것은 자기 자신의 정체성과 감정에 대한 인식이 힘들어 미래의 인생설계보다 현재의 안정된 생활에 만족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또한 인간친화지능이 약점으로 타인과의 소통을 통한 협업보다는 독립적인 업무에 가까운 설계직무가 적합하였던 것이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가족에 대한 관심조차도 약하여 원만한 가정생활이 이루어지질 못하고 있었다. 물론 자존감은 보통이라서 차장 이상의 직위를 수용하기에는 마음이 힘들 것으로 예상이 된다.

 

퇴직 후 3개월이 지나고 그나마 성실하게 직무를 수행한 것이 인정이 되어 협력사에 이사로 스카우트되어 다시 일을 시작하게 되었지만, 예전의 직장에서 느낀 직무만족도와는 거리가 멀고 힘이 많이 든다고 이야기를 했다. 당연히 현재 직장에서는 설계직무 외에 직원들을 관리하고 회사의 경영에 이바지해야 하는 경험하지 못한 일을 해야 되었기 때문이다. 결국은 6개월을 버티지 못하고 퇴직을 하는 안타까운 모습을 보게 되었다.

 

왜 이런 일이 발생할까? 미리 자기 자신에 대한 철저하고 충분한 이해가 따랐다면 이런 일은 없었을 것이다.

인생은 사막을 건너는 것과 같다고 한다. 예정된 한낮의 폭염과 한밤의 혹한은 물론이고 언제 불어닥칠지 모르는 모래폭풍을 오롯이 몸으로 맞으면서 견뎌내야 한다. 사람도 살아가면서 어느 정도 예견된 삶의 위험을 알면서도 제대로 피하기가 어렵고 감당이 안 된 상태에서 닥치는 어려움은 가슴을 도려내는 아픔을 곱으로 느낄 수가 있다. 다행스럽게 살면서 누구의 도움을 받으면 조금은 가볍고 즐거운 기분을 느낄 수도 있지만, 가장 가까운 사람에게 생각지도 못한 뒤통수를 맞으면 인생의 바닥까지 경험할 수 있는 원치 않는 기회를 접할 수도 있다.

 

위에 언급한 차장님의 경우처럼 인간친화지능이 약해서 사람들에게 관심을 가지고 사귀는 것이 부족하고 미흡할 수 있다. 하지만, 가족인 자녀에게 그것을 같은 잣대로 대는 핑계나 변명을 할 수는 없다. 적어도 생활하는 데 영향을 주는 약점은 일부 보완이 필요하다. 이후 차장님은 가장 중요한 자신과 가족의 미래에 대한 인생계획을 세우기 위하여 약점인 자기성찰지능 향상을 위하여 옛날 초등학교 시절 숙제검사를 받듯이 감사일기를 작성하면서 피드 백을 받았고, 서툰 인간관계를 아니 불편한 가족 간의 관계를 회복하기 위하여 의사소통 향상을 위한 개선 프로그램을 접하고 활용하여 가족의 소중함을 느끼는 계기가 되었다.

 

인생이라는 사막을 건너는 가운데 원치 않는 퇴직이라는 작은 사막을 만나서 일어나는 힘들고 어려운 상황을 견뎌내기 위해서는 그것을 이겨낼 수 있는 자신에 대한 철저하고 충분한 이해가 따른다면 머지않아 깨끗한 물과 맛있는 음식이 기다리는 오아시스처럼 나와 가족의 행복한 시간을 즐길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