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세계를 강타하고 있는 코로나19는 질병 자체로도 무섭지만, 경제에 미치는 충격도 그에 못지않게 무섭다. 코로나19는 임시직은 물론이고 정규직 일자리에도 핵 펀치를 날리고 있고, 자영업자는 물론 일반 기업에도 큰 위협을 주고 있다. 코로나19 방지 대책으로 시행되고 있는 사회적 거리 두기는 자영업자들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고, 거기에서 일하는 수많은 사람들을 실업의 구렁텅이로 몰아넣고 있다. 각국이 자국을 코로나19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시행하고 있는 국경봉쇄 조치는 무역 규모를 감소시키면서 수출 위주의 기업들뿐만 아니라, 연관된 여러 기업들의 사업 위축을 가져오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한 경제 위기는 우리의 생존까지 위협하고 있지만, 다른 관점에서 보면 미래를 대비하기 위한 기회로 활용할 수도 있다. 코로나19가 아니더라도 제4차 산업혁명, 즉 인공지능 시대가 다가오면 지금 닥친 여러 가지 문제점들이 그대로 나타날 것이기 때문이다. 코로나19는 갑자기 닥쳤기 때문에 위기감을 다 같이 절실하게 느끼고 있지만, 인공지능 시대는 서서히 다가오기 때문에 위기감을 제대로 느끼지 못한다는 차이점이 있을 따름이다. 다시 말해 서서히 닥쳐오기 때문에 느끼지 못할 수도 있었던 인공지능 시대의 여러 가지 사회 문제들을 절실하게 느끼고, 그에 대한 대책을 세울 수 있는 기회를 코로나19가 제공해주고 있다는 의미다.

인공지능 시대가 되면 인공지능이 단순 노동은 물론 전문직 일자리도 대체할 것이기 때문에 임시직 근로자는 물론 정규직 노동자들도 일자리를 잃게 될 것이다. 또 인공지능이 등장하면서 플랫폼 기업들이 득세하고 그에 따라 사업의 패러다임이 바뀔 것이기 때문에 이에 적응하지 못한 많은 기업들이 커다란 위기에 빠지는 현상이 나타날 것이다. 특히 제조업에 기반을 두고 있는 한국의 기업들과 자영업자들도 커다란 위기에 봉착하게 될 것이다.

인공지능 시대에 자본과 기술을 앞세워 득세할 플랫폼 기업들은 인공지능의 도입으로 우위에 서게 되면서 이익을 독식하게 되지만, 현재의 경제 체제하에서는 그 이익을 사회에 적절하게 배분할 수 없는 모순이 생기게 된다. 즉 현재 산업사회에서는 기업들이 거둔 이익 중에서 일부를 임금과 각종 복지 혜택을 통해 노동자들에게, 세금으로 사회에 되돌려주고 있다. 하지만 현재의 사회 시스템 하에서는 플랫폼 기업들이 적게 부담하고 많이 차지하는 모순을 막을 방법이 없다.

인공지능 시대에 플랫폼 기업들이 이익을 독식하고 사회에 그 이익을 적절히 배분하지 못하게 되면 수요가 감소하면서 경제가 위축되는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 코로나19를 극복하기 위해 시행하고 있는 사회적 거리 두기와 일자리 감소가 수요 감소로 이어지면서 경기 침체가 나타나는 것과 유사한 현상이 나타나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인공지능 시대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제시되고 있는 가장 근본적인 해결 방안 중의 한 가지가 바로 ‘기본소득’이다.

그런데 이번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재난지원금의 형태로 기본소득이 지급되었다. 물론 재난지원금은 한시적으로 지급된다는 점에서 기본소득과는 다르다고 할 수 있다. 또 개인별로 지급한다는 기본소득과 달리 재난지원금은 가구 기준으로 지급한다는 점도 다르다. 하지만 전 국민에게(하위소득 70퍼센트에게만 지급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지만), 지급한다는 점에서는 기본소득과 유사하다. 21대 국회가 개원되면서 야당에서도 기본소득을 새로운 정책으로 내세울 가능성이 커지는 이유도 코로나19로 인해 지급된 긴급재난지원금의 효과를 보았기 때문이라 짐작된다. 어차피 인공지능 시대가 되면 대부분의 국민들, 특히 하위소득층에 속하는 자영업자들과 임시직들이 위기에 봉착할 것이다. 따라서 재난지원금을 지급해야 하는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기본소득의 필요성에 대한 논의를 시작할 필요가 있다. 코로나19 사태에도 불구하고 인공지능 시대는 우리 앞으로 성큼성큼 다가오고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위기를 맞이하여 또 다른 피해를 당하고 있는 층이 개학 연기를 하고 사이버 강의로 대체하고 있는 학생들이다. 하지만 사이버 강의도 인공지능 시대에는 보편화되어야 하는 기술들 중의 하나이다. 따라서 이번 기회에 사이버 강의를 정규 교육 과정에 포함시키는 방안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사이버 강의가 활발하게 퍼지고 있지 못한 가장 큰 이유는 아마도 학교의 기득권 때문이다. 사이버 강의가 일반화되면 학교 수입이 줄어들게 되어 학교가 위기에 봉착할 가능성이 크게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코로나19와 같은 전염병은 앞으로도 계속 닥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더욱더 사이버 강의를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

위기는 ‘위험과 기회’의 줄임말이라고 하듯이, 이번 코로나19 위기는 위험과 기회를 동시에 내포하고 있다. 이번 코로나19를 인공지능 시대의 문제점들에 대해 생각해보는 계기로 삼아보면 어떨까? 만약 코로나19에서 배운 교훈을 제대로 인공지능 시대의 위기극복에 활용한다면 코로나19가 그야말로 앞으로 닥칠 인공지능 시대의 위기를 극복할 수 있도록 해주는 전화위복의 기회를 제공하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