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죽음을 대하는 태도에 따라 삶의 진정한 가치를 느낄 수 있다고 생각한다. 긍정적인 삶을 살기 위해서는 죽음에 대한 긍정적인 마음가짐이 절대적으로 필요하기 때문이다. 한 마디로 죽음은 끝이 아니라, 살아 있는 동안 열심히 산 대가로 주어지는 평화롭고 영원한 휴식이 선물로 주어지는 것이라는 의식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어찌 보면 죽음은 인생에 대한 종합 평가표다. ‘정승 집의 개가 죽었을 때는 문상객이 많다가 막상 그 정승이 죽었을 때는 문상객이 없다.’는 속담이 있는데, 이런 삶을 산 정승은 세상을 잘못 산 것이다. 북아메리카 체로키 인디언들의 속담대로 ‘당신이 태어났을 때는 당신이 울고 세상은 웃었고, 당신이 죽을 때는 당신은 웃고 세상은 울도록 만들어야’ 제대로 인생을 산 것이 된다는 것이다.

나는 죽음이야말로 모든 인간을 진정 평등하게 만든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아주 불평등한 상태에서 태어나고 자란다. 누구는 가난한 집에서, 누구는 부잣집에서 태어난 게 우리의 선택이 아니라, 우리가 전생에 쌓은 업 때문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불평등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죽음은 이 모든 것을 평등한 상태로 돌려놓는다. 부자나 가난한 자나, 잘난 사람이나 못난 사람이나 죽을 때는 자신이 쌓은 업을 제외하고는 가져갈 수 있는 것이 아무 것도 없기 때문이다. 나도 이제까지의 내 삶을 돌이켜보면 어느 면에서는 불평등하고, 어떤 면에서는 혜택을 받았다고 생각한다. 가난한 집에서 태어나 편안하게 공부를 하지 못하고, 많은 재산을 물려받지 못한 것은 불만일 때가 있지만, 건강한 몸과 비교적 좋은 머리를 물려받아 공학박사까지 된 것은 전생의 업을 잘 쌓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하지만 인생 후반부를 맞은 이 시점에서 재산이며, 좋은 머리가 나의 행복에 무슨 큰 영향을 주겠는가 하는 생각이 든다. 더욱이 어느 순간 죽음을 맞는다면 이런 모든 조건들이 나에게 무슨 큰 의미가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죽음 그 자체는 어두운 느낌이 들지만, 그 어두운 색을 삶의 배경으로 삼는다면 삶이 더욱더 돋보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죽음을 생각하게 되면 하루하루의 삶이 소중한 의미로 다가오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영원히 살 것처럼 꿈꾸고, 내일 죽을 것처럼 오늘을 살라.’는 미국의 유명한 배우 제임스 딘의 말처럼 산다면 하루하루가 소중하고 값지게 살 수 있을 것이다. 고대 로마의 철학자 루키우스 세네카의 말처럼 우리는 항상 시간이 모자란다고 불평을 하면서 마치 시간이 무한정 있는 것처럼 행동한다. 하지만 바로 내일 죽음이 온다고 생각하면 오늘 하루가 과거의 수많은 하루와는 다른 의미로 다가올 것이다.

요즘 종교단체를 중심으로 이 ‘죽음 체험’이라는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곳이 많다고 한다. 이 프로그램에서는 참가자들이 모두 상복을 갈아입고 한 사람씩 준비된 관 속에 누워서 자신이 자신에 대해 작성한 조사를 듣는다. 깜깜하고 좁은 관 속에서 밖에서 읽어주는 자신에 대한 조사를 듣고 있노라면 자신이 의미 있는 삶을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지 않겠는가? 내가 죽었을 때 주위 사람들이 자신에게 해주게 될 평가(?)에 대해 생각해 보면 이제부터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를 알 수 있을 것이다. 물론 단순히 주위 사람들에게 잘 보이기 위해서 가식적인 삶을 살아가도록 하자는 게 아니라, 자신의 진정한 삶의 가치를 깨닫고 살아가자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