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등산을 좋아합니다.

그래서 거의 매 주말마다 특별한 일이 없으면 산에 가곤 합니다.

그런데 요즘 산에 가보면 땅이 질척거려서 걷는 데 불편하기 짝이 없습니다.

땅이 질척거리는 이유는 겨울 동안에 산에 쌓여있던 눈이나 땅속에 있던 얼음이 녹아내리기 때문입니다.

그게 무슨 신비냐고 하실지 모르겠습니다만, 겨울에 얼음이 얼었다가 봄에 녹는 것은 생명에는 아주 이로운 현상입니다.

겨울에는 식물들이 생장을 멈추기 때문에 물이 필요 없다가 봄이 되면 비로소 물이 필요하게 됩니다.

그러니 물이 겨울에 얼음 형태로 머물러 있다가 봄이 되면 물로 변하는 것은 얼마나 큰 신비입니까?

겨울에 그냥 흘려 내려갈 물이 얼음 형태로 바뀌었다가 봄에 식물에게 필요한 물로 바뀌는 것은 크나큰 신비가 아니고 무엇이겠습니까?

생각해 보십시오.

만약 물이 얼음으로 바뀌지 않는다면 봄이 되어 파릇파릇 돋아나는 새싹을 보기가 아주 힘들어질 지도 모릅니다.

사람에게는 좀 불편한 현상이지만, 자연 생태계를 위해서는 아주 유용한 현상입니다.

물과 얼음의 관계를 생각할 때면 생각나는 물의 신비가 또 한 가지 있습니다.

물리학 시간에 배워서 알겠지만, 대부분의 고체는 액체보다 비중이 높습니다.

즉 고체를 액체에 넣으면 가라앉게 됩니다.

그런데 얼음은 물에 뜹니다.

얼음이 물보다 비중이 낮다는 얘기입니다.

그런데 그게 무슨 신비냐고요?

만약 얼음이 물보다 비중이 높으면 생명체에는 치명적인 될 수 있습니다.

겨울에 얼음이 얼면서 모두 물밑으로 가라앉으면 물에 사는 생물들은 살 공간이 없게 됩니다.

그런데 얼음이 위로 뜨기 때문에 추운 겨울에도 물속의 생물들이 살아갈 수 있는 것입니다.

더구나 물 위부터 얼음이 얼기 때문에 물속은 얼음이 얼지 않아서 물고기들이 생활을 할 수가 있는 것입니다.

또 다른 물의 신비로는 물의 에너지 저장 능력입니다.

물은 수증기로 변하면서 엄청난 양의 에너지를 축적하게 됩니다.

그러니 태양으로부터 받는 에너지의 일부를 수증기라는 형태로 보존할 수 있는 것이죠.

그 덕분에 바다로 흘러내려가서 낮은 (위치) 에너지를 갖게 된 물이 다시 산꼭대기나 강의 상류로 순환할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물의 에너지 저장 능력을 가장 극단적인 보여주는 예가 바로 태풍입니다.

적도의 뜨거운 열, 즉 에너지를 받아 축적된 수증기가 태양 에너지를 덜 받은 북쪽으로 올라오는 것이 바로 태풍입니다.

그러니까 지구의 남과 북에 불균형하게 내리쬐는 태양 에너지를 균등하게 배분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태풍인 것입니다.

겨울철의 눈이나 얼음이 됐든, 태풍이 됐든 인간의 좁은 안목으로는 불편한 현상이 사실은 자연 생태계의 조화를 위한 신비로운 현상이라는 사실을 깨달으면 조금은 불편한 마음이 줄어들지 않을까요?

더구나 이런 물의 신비를 생각하다보면 이 세상이 그저 우연히 만들어진 게 아니라, 누군가 정밀하게 설계했다는 생각이 들곤 합니다.

그 설계자가 기독교에서 말하는 하느님인지, 유대교에서 말하는 야훼인지, 회교에서 말하는 알라인지는 모르지만 말입니다.

이에 대한 자세한 추가 얘기는 나중에 <진화와 창조>에서 다루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완벽하게 조화를 이루도록 설계된 이 거대한 자연이 인간의 욕망에 의해 파괴되고 있는 건 아닌지 한 번쯤 생각해 보는 기회가 되기를 바랍니다.